김구와 쑨원, 윤상원과 체 게바라의 동행

광주신세계갤러리, 19일까지

서기문 ‘미술과 시대정신’전

동서양 역사적 인물 화폭 속에

서기문 작 ‘김구와 쑨원’
중국의 혁명가 쑨원과 한국의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이 차에 동승했다. 앳된 얼굴의 윤상원 열사와 시가를 문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도 함께 차를 탄 채 80년 5월 현장인 옛 전남도청을 지나고 있다.

재심을 통해 무고한 사람의 억울함을 풀어준 박준영 변호사는 운전대를 잡은 채 드레퓌스를 적극 변호했던 소설가 에밀 졸라를 차에 태웠다. 뒷 창문으로는 사법부의 상징인 ‘디케(Dike)’가 양쪽 눈을 가린 채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자유민주주의와 평화, 정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동·서양의 역사적 인물들이 각각 짝을 이뤄 하나의 화폭 속에 담겼다.

광주신세계갤러리는 오는 19일까지 서기문 작가의 ‘미술과 시대정신’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 국내외 역사 속 주요 인물들과 당대 인사들이 한 화폭 속에 등장하는 작품 15점을 선보인다. 작품 속에 담긴 이들은 국가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정의와 평화정신을 지켜온 이들이다.

서기문 작 ‘윤상원과 체게바라’
작가는 서로간 의기투합이 될 만한 인물들을 작품 속에 동행시켜 그들이 말하고자 한 가치를 관람객들에게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

김구와 쑨원, 윤상원과 체 게바라, 의사 노먼 버쑨과 강용주, 전태일과 노동자의 날을 만든 미국 해지마켓 사건의 희생자 열사들 등이 시공간을 초월한 채 함께하고 있다.

극사실주의 수채화로 잘 알려진 서 작가는 지난 2007년 ‘서기문의 광주정신’전 이후 인물화를 중심으로 ‘광주정신’을 주제화했다. 이후 그의 인물작업은 역사적 재현을 넘어 현대적 구성 작업으로 확장됐다.

‘뒤샹의 재판’과 ‘워홀의 체포’등 현대미술의 핵심 인물들을 패러디한 작품들은 인문학적 사유와 유머를 담아냈다. 이어진 그의 ‘동행’시리즈는 독창적인 인물 해석으로 미술작품을 읽는 특별한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일어난 촛불혁명에서 깊은 감동과 영향을 받고 시작됐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자유정신, 그것의 우수함을 특유의 캐릭터 작업으로 구성하고 표현한 작업이기도 하다.

서기문 작가는 전남대 미술교육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뒤 조선대에서 미학미술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1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 단체전에 참가했다. 현재 전남대 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