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간 재산죄…처벌 피해
아버지가 소파 밑에 보관한 현금 1억8천만 원을 훔친 아들이 경찰에 붙잡혔으나 ‘친족간 재산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법 때문에 풀려났다.
7일 광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9시께 아버지 A(63)씨가 “소파 밑에 있던 돈 2억5천만 원 중 7천만 원만 남아 있고 1억8천만 원이 없어졌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그 돈은 A씨가 지난해 6월 운영하던 숙박업소를 판돈으로, 집을 구할 때 쓰려고 5만 원권 현금을 잠시 숨겨놓은 것이었다.
A씨는 집에 거액을 둔 사실을 지난 명절에 아들과 친누나 등 가족들에게만 지나가는 말로 했을 뿐 다른 사람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경찰은 “둘째 아들이 평소에 집에서 몰래 돈을 가져다 쓰는 등 사고뭉치다”는 A씨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 아들 B(35)씨가 범인임을 밝혀냈다.
B씨는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8시께 아버지가 집 소파 밑에 숨겨둔 현금 2억5천만 원 중 1억8천만 원을 몰래 가져갔다.
도박으로 빚이 많았고, 민사소송에 휘말려 급전이 필요했던 B씨가 아버지의 은퇴자금과 다름없는 현금을 훔쳐 빚 청산과 소송비용 등으로 쓴 것이다.
이후 B씨는 해외도박장 개장 혐의로 구속돼 구치소에 갇혔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에게 “아버지 돈을 가져다 쓰면 죄가 되느냐”고 자문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B씨는 처벌을 받지 않게 됐다.
형법 제328조와 제344조에는 친족 간의 일은 국가권력이 간섭하지 않고, 친족끼리 처리하는 것이 가족의 화평을 지키는 데 좋을 것이라는 취지로 강도죄 등을 제외한 재산죄는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특례(친족상도례)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에 따라 B씨가 아버지의 돈을 훔쳐 간 것은 명백하나 죄가 안 된다고 판단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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