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진상규명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5·18진상규명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정준호 법무법인 평우 대표변호사>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5·18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오는 8월에 시행될 예정이다. 이미 국방부는 자체적으로 ‘5·18진상규명위원회’설치를 비롯한 시행령 준비와 진상규명위원회 운영 지원을 위한 TF를 구성, 운영에 들어갔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5·18학살책임자들이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의해 단죄되었고, 5·18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관련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일정 정도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왜곡하고 악의적으로 폄훼하는 일각의 세력이 존재한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서 대통령이 광주시민의 고통을 위로하고 민주, 인권, 평화의 역사적 가치와 정신을 강조해도 여전히 이 세력들은 왜곡책동을 멈출 줄 모른다. 원인은 국가가 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드시 밝혀져야 할 많은 진실들을 은폐해 왔고, 백서 형식의 국가 공식 보고서도 없다. 때문에 진실을 왜곡해도 법과 제도적으로 이를 막을 수 없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1988년 국회청문회, 1994년부터 1996년까지 계속된 12.12와 5·18특별수사와 재판, 2005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등이 그것이다. 민주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5·18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시도했지만 완전한 진상규명에는 한계를 보여 왔다. 다행히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특별법이 다시 제정되었고, 사실상 마지막이 될 5·18진상규명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반드시 성과를 내야하고 그 결과에 기초한 국가 공식 보고서와 광주시민에 대한 국가의 사죄, 그리고 국가가 해야 할 기억의 의무가 담긴 백서가 발간되어야 한다.

광주도 이렇게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 지시에 따라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투기 출격대기와 헬기 기총소사에 대한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과정과 결과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5·18단체와 시민사회가 국방부 서주석 차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지만 수용할 뜻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서주석 차관은 몇 차례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방부 진상조사 활동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을 기회가 있었지만 변명과 회피를 거듭하면서 이제 광주는 그가 차관으로 있는 한 5·18진상규명특별위원회 활동 자체를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 5·18기념재단과 관련 단체, 그리고 광주민주화운동 단체 등은 서둘러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특별법 시행령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내용과 진상조사의 범위와 내용,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사위원회의 지원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 일차적으로 1994년부터 시작된 12.12와 5·18특별수사의 성과와 한계를 확인하고, 당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유와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 조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만약 현재의 특별법이 한계가 있다면 그 한계를 해결할 방안도 함께 찾아야 한다. 아울러 현재 국방부가 운영하고 있는 TF에 대한 활동내용도 견인할 수 있어야 한다.

시행령에는 조사의 권한을 강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른 특별법이나 특별검사제 등의 성과와 한계를 살피고 장단점을 이 시행령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특별법 내용에도 포함되어 있는 바와 같이 피해사실이나 진상조사 대상을 신고받을 수 있는 신고센터를 광주에도 설치해야 한다. 광주가 먼저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특별법에는 조사대상과 관련이 있는 자는 조사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척사유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5·18단체에서 활동했거나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해 온 관련 전문가 대부분이 참여할 수 없게 된다. 5·18민주화운동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5·18전 과정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사실관계에 대한 원인 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급한 일이 이런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동시에 조사에 참여할 전문가들이 5·18민주화운동의 사실관계와 관련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집담회 형식의 교육이 여러차례 병행되어야 한다.

광주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지만 자칫 이번 진상조사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광주의 명예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가장 먼저 광주시와 5·18단체와 광주시민사회가 하나가 되어 대책위를 서둘러 구성하고 발벗고 나서야 한다. 물론 서주석 차관부터 퇴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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