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미술관, 8월 12일까지 ‘세계민중 판화전’

판화에 아로새긴 시대의 아픔·민중의 삶

광주시립미술관, 8월 12일까지 ‘세계민중 판화전’

케테 콜비츠·도미야마 다에코·오윤 작품 50점 출품
 

케테 콜비츠 ‘어머니들’

전쟁의 상흔과 시대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판화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광주시립미술관과 5·18기념재단은 오는 8월 12일까지 본관 제3, 4전시실에서 ‘2018민주·인권·평화 “세계 민중 판화’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는 20세기 위대한 반전평화 예술가인 ‘케테 콜비츠’, 양심적 일본인으로 동아시아의 역사적 아픔을 형상화 한 ‘도미야마 다에코’, 민중들의 삶과 신명을 표현한 한국 대표 민중미술작가 ‘오윤’의 판화 작품을 선보인다.

케테 콜비츠의 작품은 1921년부터 1923년까지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한 7점의 ‘전쟁’ 목판화 연작을 비롯해 자화상 등 일본 사키마 미술관 소장품 15점이 전시된다.

지난 1867년 동프로이센에 위치한 쾨니히스베르크에서 자유주의적 기질을 지닌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케테 콜비츠는 평생 사회 소외계층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며 그들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케테 콜비츠는 1893년 베를린에서 공연된 하우프트만의 연극 ‘직조공들’을 관람한 후 큰 충격을 받고 1893년부터 1897년까지 6점의 연작판화 ‘직조공 봉기’를 제작한다. 이 연작 판화는 하층민의 삶을 살고 있는 직조공들의 고통과 그들의 투쟁을 표현한 것이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은 케테 콜비츠를 반전(反戰) 미술운동가로 이끈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 해이다. 부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둘째 아들 페터가 전쟁에 지원해 18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1921년부터 1923년까지 케테 콜비츠는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한 7점의 목판화 연작 ‘전쟁’을 완성한다. ‘전쟁’ 연작에는 전쟁을 겪은 여성, 그리고 자식을 잃은 어머니로서의 감성과 모성애가 잘 드러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7점의 ‘전쟁’ 연작이 모두 전시된다. 이 작품을 통해 전쟁의 상처가 얼마나 깊고 치유하기 힘든 아픔인지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도미야마 다에코 ‘광주의 레퀴엠’

도미야마 다에코는 일본의 전쟁 책임과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예술로 표현한 양심적 화가다. 그녀는 자국 일본이 전쟁에 대해 책임 지지 않는 것을 항상 부끄럽게 생각하며 평생에 걸쳐 전쟁에 대한 일본의 참회와 반성을 촉구하는 그림을 그렸고, 강제 연행된 조선인과 종군위안부 문제,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주제로 작업해 왔다.

도미야마 다에코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소식을 도쿄에서 접하고 ‘쓰러진 사람들을 위한 기도-1980년 5월 광주’ 판화 연작을 제작했다. 이 판화 연작은 1995년 광주비엔날레 국제전시회 특별초대로 광주시민에게 처음 공개된 바 있다. 이번 전시에는 5월 판화 연작 중 광주시립미술관소장 하정웅컬렉션 10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오윤 작 ‘칼노래’

민중들의 삶과 신명을 표현한 한국 대표 민중미술작가인 오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애비’, ‘칼노래’, ‘도깨비’ 등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25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오윤은 짧은 생을 살았지만 1980년대 이후 괄목할만한 예술적 성과로 인해 한국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오윤의 판화는 1980년대 일종의 투쟁적 선전매체로 활용됐던 일반적인 민중 판화작품과는 달리 민중들의 한(恨)과 신명이 잘 표현돼 있다. 오윤은 민중들의 한과 신명이 배어있는 전통 춤과 소리에 관심이 많았으며, 특히 춤에 깊이 빠져들었다. 1985년부터는 오윤의 판화에 도깨비가 등장하게 되는데,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아닌 술 마시고, 춤추고, 씨름하는 사람들과 같은 모습으로 표현됐다. 오윤이 표현한 도깨비는 민중들의 삶의 모습이자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조진호 광주시립미술관장은 “케테 콜비츠와 도미야마 다에코, 그리고 오윤의 판화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세계 민중 판화’전은 일촉즉발의 전쟁 국면에서 평화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현 한반도 정세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며 “지역민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