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까지 기증 작품 특별전

오승우 화백, 모교에 기증한 평생 역작 ‘한 눈에’

조선대 김보현 & 실비아올드 미술관

6월 29일까지 기증 작품 특별전

신록 등 시기별 주요작 27점 망라
 

신록

한국 구상미술계의 거목 오승우 화백이 지난해 모교인 조선대에 기증한 27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처음으로 마련됐다.

조선대 본관에 위치한 김보현&실비아올드 미술관(관장 김익모)은 오는 6월 29일까지 ‘오승우 기증 작품 특별전’을 연다.

지난해 기증된 오 화백의 작품들은 그가 가장 아끼는 그림들로 초기작인 양림동을 풍경으로 그린 ‘신록’부터 만년의 나이에 관념적 이상향의 세계를 그린 ‘십장생도’까지 시기별 주요 작품들이 망라됐다.

가장 초기작인 ‘신록’은 1949년 화가가 19살 때 양림동에서 녹음이 짙어지는 여름, 푸른 숲을 배경으로 그린 작품이다.

‘미륵전’은 1957년부터 4회 연속 국전 ‘특선’ 작품 가운데 화백이 직접 소장하고 있는 마지막 특선 작품이다.그는 해남·구례, 전북 김제, 충북 보은, 경남 양산 등 전국의 사찰을 다니며 본인 몸보다 큰 캔버스를 들고 현장에서 그림을 그렸다. 부처의 근엄함과 장중함, 사찰의 엄숙한 분위기가 그대로 재현된 작품들은 그늘 한 점 없는 절 마당에서 한 달여간을 그린 오승우의 열정과 의지가 오롯이 담겨있다.
 

미륵전(금산사)

1983년부터 13년간 전국 130여 개의 산을 직접 오르며 사생한 ‘한국의 100산’ 시리즈 중 5점의 작품도 볼 수 있다. 거칠고 과감한 붓터치와 역동적 화면 구성, 사계절을 담고 있는 풍부한 색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산의 청명한 기운은 정신의 깊이가 담겨있어 거대한 감동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동양의 원형’ 시리즈 11점은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네팔,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의 지역을 답사하며 동양의 전통, 동양 고유의 유적들을 통한 감동을 화폭에 옮겼다.

오승우 화백은 지난 1996년 봄, 61세가 되던 해에 북경으로 떠났고 1년 동안 중국의 수많은 고적과 문화유산을 직접 사생하며 캔버스에 담았다. 각각의 작품은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건축양식을 재현하고 있으며 단순한 고적의 표상이 아닌 동양의 역사와 찬란한 문화의 정신, 작가의 감흥과 울림이 전달된다.

오 화백의 ‘십장생도’ 시리즈 3점도 출품돼 눈길을 끈다. 십장생도는 오래도록 지속되거나 생명이 유지된다고 믿어지는 해·달·산·물·바위·거북·학·사슴·소나무·불로초 등의 소재로 장수의 사상이 담겨있다. 그의 작품은 오랜 세월을 통해 구현된 동양인의 유토피아적 관념의 산물이며 작가 자신이 꿈꾸는 이상세계가 전개된다. 화려한 색채 속에서 푸른빛의 몽환적인 색채는 초현실적인 느낌을 전달하고 그림을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기 원하는 그의 마지막 예술혼이 스며있다.

이 밖에 오 화백의 자화상, 드로잉까지 그의 전 생애에 걸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오승우 화백은 “하루에 7시간 이상을 죽기 아니면 살기로 작업하며 캔버스와 투쟁했다”며 “작품을 기증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지만 조선대학교 출신으로서 후배 미술학도들을 위한 격려와 학교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기증을 결심하게 됐고 생의 마지막 기증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백지훈 조선대 미술관 학예연구사는 “평생의 역작을 조선대학교에 기증해 주신 오승우 선생님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작가의 삶과 예술세계가 조명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선생님의 작품세계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전시를 통해 지역미술의 발전과 시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장하는데 기여토록 힘써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