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행복나눔…아름다운 자원봉사

(30)광주 상무2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우리 동네는 ‘쌍쌍일촌 맥가이버’가 지켜요”

전기·설비 20년 경력 재능 살려 지역민에 봉사

거동 힘든 어르신들 위해 ‘리모컨 전등’ 무료설치

주민중심 맞춤형으로 전국 벤치마킹 대상 ‘각광’
상무2동 지역사회보장 협의체 ‘쌍쌍일촌 맥가이버’는 전기·건축·설비 등 각 기술 분야에서 20여년간 쌓은 베테랑의 경험으로 동네 홀몸어르신들을 위한 재능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해 리모콘 전등으로 교체하는 모습. 쌍쌍일촌 맥가이버 제공
전등용 리모콘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는 서기수 위원장의 모습.
작은 생활 속 불편함 까지 생각한 서 위원장은 힘이 약한 어르신들을 위해 무딘칼을 숫돌에 갈아드린다.
리모콘 전등 설치나 고장난 시설 수리 뿐 아니라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따뜻한 대화를 나누며 애로사항 등을 청취하기도 한다.
“동생 빨리 와봐 빨리 큰일났어” 작은방에 있는 동생을 다급하게 부르는 첫째의 목소리다. “왜 무슨일인데!!”하며 한걸음에 달려온 동생에게 첫째는 “불 좀 꺼라. 나 잔다”하며 이불을 덮는다. 이러한 풍경은 형제·자매가 있는 가정에서라면 흔히 목격되는 장면이다.

‘전등불을 켜고 끄는 일’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도 아닌 것이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하기 쉽지 않을 때가 많다. 특히 고령의 노인, 그것도 독거 노인들에게는 정말 쉽게 마음 먹기 조차 힘든 일이다.

이러한 평범한 일 조차 힘든 어르신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선 동네 주민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전기·건축·설비 등 기술분야에서 20여년간 쌓은 베테랑의 경험으로 동네 홀몸어르신들을 위해 아낌없이 재능기부하는 상무2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쌍쌍일촌 맥가이버’가 바로 그 주인공.

20년 넘게 건설현장에서 종사한 서기수씨를 주축으로 샷시 업체를 운영하던 배한근씨, 전기업자 차영수씨, 집수리 내부가 전문인 양은승씨 등 이들은 복지 행정의 손이 닿지 않는 골목 깊숙한 곳까지 움직이며 지역 사회의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있다.

광주 서구 상무2동은 영구임대아파트 2개 단지가 자리할만큼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이다. 서구 전체 기초수급자 및 차상위층 36%가 밀집됐으며 복지대상자의 69%가 홀몸 세대이다. 특히 연평균 영구임대아파트에서만 10여명의 자살이 발생하는 등 자살과 고독사가 빈번했던 곳이다.

이에 행정복지센터 내 맞춤형복지팀도 기존 3명보다 많은 5명이 배치됐지만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행정적 재원만으로는 지역주민을 살피기 어려운 상황에서 손수 발벗고 나선 이들은 동네 주민들이었다.

쌍쌍일촌 맥가이버는 지난 2014년 12월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촉장을 받고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지난해 3월 ‘쌍쌍일촌 맥가이버’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행정기관과 복지대상자를 가정 방문하면서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게 ‘전등을 켜고 끄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게됐다. 또 전등교체나 방충만 수리 등 사소한 수리도 큰 부담이라는 것을 깨달게 됐다. 이에 거동이 불편해 TV와 전등을 켜고 끄기 어려운 어르신과 장애인들에게 리모컨으로 작동 가능한 전등을 설치하기로 했다.

초창기 리모컨 전등 교체 작업에 중점을 뒀던 맥가이버 사업은 홀몸 어르신 등에게 호평을 받았고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게됐다. 베란다 빨래 건조대가 높아 빨래를 널다 낙상하고를 당했다는 한 할머니의 사연을 접한 이들은 건조대를 낮게 재설치했다. 또 다른 홀몸 어르신 댁에 전등을 설치하러 갔다가 화장실 변기 부품이 낡아 물이 새는 것을 발견하고 교체하기도 했다. 이뿐 만아니라 고장난 문고리나 수도꼭지·방충망을 교체하는가 하면 낡은 식칼도 새 것으로 만드는 기술까지 선보인다.

쌍쌍일촌 맥가이버의 선행은 상무2동 뿐 아니라 서구 전 지역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리모컨 전등을 설치해 달라’는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웃이 이웃을 살피는 주민중심 맞춤형 특화사업으로 인정받아 전국적으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또 쌍쌍일촌 맥가이버는 광주권역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지원기관인 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이 지원하는 창업팀에 참여하고 있다.

서 위원장은 “일반인들도 자려고 침대에 누워있다보면 일어나기 귀찮을 때가 많은데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생각하게됐다”며 “전등 리모컨을 설치해드리면 환하게 웃으시는 어르신들을 볼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 20여년간 건설현장에서 익힌 기술이 이렇게 가치 있게 쓰일 줄을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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