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무색한 광주-나주 정차지 전쟁… 왜?

“적자 눈덩이·영업권 침해” vs “이용객 불편·형평성 어긋나” 이견

국토부 조정 신청 벌써 네 번째… “협치 통한 결과 도출 노력 부족”

광주와 나주 버스 정차지 전쟁이 이어지면서 지역민들도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시민의 편의는 안중에도 없이 수 년간 양 지자체간 입장차만 내보이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광주버스 노선을 둘러싸고 이처럼 지리한 싸움이 지속되는 이유는 뭘까.

◆광주-나주 버스대첩의 시작

광주와 나주 버스노선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2014년 말 빛가람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 직원과 지역주민들의 광주 접근성을 위해 ‘광주~나주 혁신도시 시외버스 직통노선 개설 및 노선확대’를 추진하며 막이 올랐다.

광주시와 광주 버스업계는 조선대~나주혁신도시까지 직행버스(02번) 개설을 요구했고 나주시와 ㈜나주교통은 나주 농어촌버스 2개노선의 광주 시내권 노선연장과 경로변경을 주장했다.

양 지자체는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면서 이듬해인 2015년 국토부에 노선조정 신청을 했다. 시내버스가 각 지자체의 경계를 넘나들 때는 지자체의 협의가 우선이지만,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국토부의 조정위원회 심의를 통해 강제조정을 할 수 있다.

그 결과 광주 직행버스는 나주 진입이 가능하도록 조정이 받아들여졌지만 나주지역 농어촌버스의 광주시내권 노선연장 변경에 대해서는 모두 기각결정됐다.

나주시와 ㈜나주교통도 물러서지 않았다. 나주시는 2016년 기각된 계획안에서 일부 노선과 운행구간을 축소, 국토부에 또다시 정차지 확대를 요구했다. 국토부는 2016년 6월 조정위를 열고 광주 시내권 승강장 37곳을 정차하게 해 주라는 계획안에 대해 15곳만 경유하라며 조건부 인용했다. 이후 2017년 3월 나주시는 광주시내 구간 정차지를 현재 15개소에서 37개소로 늘려달라는 내용으로 또다시 국토부에 노선조정 재심의를 요청하지만 심의위는 지난해 말 ‘양 지자체가 협력 방안을 모색해 결정하라’며 기각결정했다.

◆깊어지는 갈등의 골

갈등이 깊어진 것은 2016년 8월, ㈜나주교통의 광주지역 내 노선 확대가 현실화되면서다. 광주 시내버스 업체들은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소송전으로까지 비화됐다. 광주 시내버스 업체들은 999번 나주 시내버스 노선 인가 취소 소송을 냈다. 현재까지 1,2심 모두 패소했으며 대법원에 상고장이 제출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나주교통이 광주 승강장 37곳 중 15곳에서만 정차하도록 한 국토부의 중재안을 지키지 않자 광주 시내버스 업체들은 권역별로 운행실태를 감시해 한 달간 위반 장면을 찍은 사진 84건을 나주시에 제출했다. 결국 나주시는 ㈜나주교통에 총 2천7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됐다.

◆입장차 여전히 평행선

광주 시내버스 업체들이 나주 버스의 광주 진입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혁신도시 대중교통망 확충을 명분으로 사실상 광주에서 영업을 하겠다는 전략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나주 버스가 광주 버스노선을 확장해 나갈 시 인접 시·군들도 추가로 광주 도심 진입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광주 시내버스는 지난 2014년 445억 원, 2015년 529억 원, 2016년 513억, 지난해 524억원 등의 적자를 광주시로부터 보전 받고 있다. 광주시도 재정 부담이 불어나는 만큼 광주지역 버스업체의 논리에 편승하고 있는 분위기다.

반면 나주시와 ㈜나주교통은 빛가람혁신도시 입주민과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편익, 광주·전남 상생을 위해서는 운행노선 변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광주 버스노선과 관련, 하루 15건, 매달 450여건의 교통 불편 신고가 들어온다는 게 나주시의 설명이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나주를 오가는 광주 시내버스는 나주 모든 구간의 승강장에서 승객들이 자유롭게 승·하차를 할 수 있는 반면 광주는 일부 승강장만 승하차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국토부 조정 신청 벌써 네 번째

지난 6월 나주시가 전남도를 통해 또다시 국토부에 조정 신청을 요구하기로 하면서 지난한 갈등이 해를 거듭하고 있다. 국토부에 중재를 요청하는 것이 횟수로만 벌써 4번째에 달한다. 버스업체간 노선 기득권을 놓고 벌이는 샅바싸움과 재정부담이라는 덫에 걸린 양 지자체간 신경전이 상생·협치 구호를 무색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민선 7기 단체장들의 조정 능력도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한전공대, 빛가람혁신도시 공동발전기금 등 풀어야 할 굵직한 현안도 산적하지만 ‘시민의 발’인 대중교통 갈등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토부 조정위원회가 11월에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협의 테이블에 앉을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양 지자체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국토부의 조정 결정에도 불구하고 서로 협의하지 못한 채 결국 또다시 재조정을 요청하는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민선 7기가 시작된 만큼 한 발자국씩 양보해 그동안 풀지 못했던 갈등을 풀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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