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경찰 위에 날아다니는 몰카범죄

범행 형태 과거 카메라 설치→이동식 변화

경찰 단속 방식 변화 없어 제대로 대응 못해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몰카범죄 적발 '0건'

여성들 “길거리 돌아다니지 못하겠다”불만
 

경찰이 ‘전파탐지형·렌즈탐지형 기기’로 불법으로 설치된 카메라가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광주지방경찰청 제공

여성을 상대로 한 ‘몰카범죄’는 갈수록 고도화·지능화 양상을 띄고 있지만 경찰 단속은 헛걸음질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기의 발달로 몰카 범죄의 형태가 과거 특정 장소에서의 ‘설치식 몰카범죄’에서 범죄자가 피해 대상을 직접 찾아가는‘이동식 몰카범죄’ 방식으로 바뀌고 있지만 경찰의 단속방식은 여전히 과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8일 광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광주경찰은 지난 5월부터 공중화장실, 대형물놀이 장 등 다중이용시설 장소에 대한 ‘몰카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전파탐지형·렌즈탐지형 기기’를 도입, 활용중이다. 이들 기기들은 해당 장소에 설치된 카메라에서 나오는 열선을 인식하거나 렌즈에서 나오는 레이저 광선을 감지하는 데 주로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러한 단속 방식에 의문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몰카 범죄에 활용되는 카메라 등 기기들이 소형화, 정밀화 되면서 더 이상 카메라를 힘들게 설치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몰카 촬영 관련 장비는 동전 크기에 불과한 초소형 카메라부터 용도를 구분하기 힘든 라이터 카메라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촬영 기기들은 HD 고화질, 음성녹음까지 모두 구비된 제품들이란 것이 제품 판매 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광주에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발생한 몰카범죄는 총 413건으로 분석됐다. 매년 100여건 이상의 관련 범죄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 중 몰카범죄는 주로 휴대폰 혹은 소형 카메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광주의 지하철역에서 에스켈레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가는 여성의 치마속을 휴대폰으로 몰래 촬영한 남성이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불특정 장소에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몰카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찰은 여전히 설치 몰카범죄에만 집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헛물만 켜고 있는 셈이다.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경찰이 실시한 ‘몰카범죄’ 단속에서 적발된 사례는 1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한 대형 전자제품 판매 업소에서 전자기기를 판매하고 있는 업주 A씨는 “매장에서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를 구매하는 고객은 주로 휴대하기 편리하거나 초소형식을 선호한다. 암묵적으로 범행에 얼마든 이용할 수 있다”며 “경찰이 하고 있는 단속 방식으로는 몰카범죄를 뿌리 뽑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성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금호동에 거주하고 있는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길거리를 걸어다니다 보면 괜히 핸드폰만 들고 다니는 사람만 봐도 움츠러든다”며 “괜히 주변을 한번 둘러보기도 하고, 건물 화장실이나 공공장소 휴게실에 작은 구멍만 뚫혀 있어도 막고 본다”고 하소연 했다.

이와관련 경찰관계자는 “몰카장비 등이 고도화되고 있지만 현재도 계속해서 몰카단속을 위해 힘쓰고 있다”며 “이번 단속으로 잠재적 몰카 범죄자들을 차단하는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시민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영창 기자 seo@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