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천의 얼굴, 인플루엔자’
정재근(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 감염병연구부장)

추위와 함께 어김없이 인플루엔자도 찾아왔다. 인플루엔자가 흔히 독감이라고도 불리기 때문에 감기와 같은 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다. 증상이 경미하면 감기, 이것이 심해지면 독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감기와 독감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엄연히 다르다. 감기는 리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 200여 종의 바이러스 중 하나 이상에 감염되어 콧물, 기침, 가래, 발열 등의 증상이 완만하게 지속되다 7~10일이면 사라진다. 반면,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갑자기 오한, 고열, 설사, 근육통이 생기고 3주 이상 지속되며, 폐렴과 같은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낮은 기온과 건조한 환경에서 강한 활동성을 보이기 때문에 북반구의 경우 매년 11월에서 3월 사이, 남반구에서는 5월과 9월 사이에 유행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백신접종 후 방어항체 형성까지 2주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여 매년 10~11월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의 적기로 본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왜 인플루엔자는 다른 예방접종대상 질병과 달리 해마다 매번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걸까? 답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적 다양성에서 찾을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매년 변이를 일으켜 유사하지만 서로 다른 항원을 갖는 바이러스로 재탄생한다. 항원이란 우리 몸에 들어가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을 말하는데 항원이 바뀌면 지난해 백신 접종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들에 대한 방어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변이된 바이러스 항원에 적합한 백신을 다시 맞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고,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7년 2월 기준 13.7%로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인한 이환 및 사망률의 증가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인간의 면역시스템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항원 변이와의 긴 싸움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매년 찾아오지만, 같은 듯 다른 유형의 인플루엔자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손 씻기와 같은 개인위생수칙을 잘 지키고 고른 영향섭취와 규칙적인 운동으로 면역력을 기르는 것 또한 필수사항이다. 그리고 만일 인플루엔자에 걸렸다면 기침이나 재채기 할 때 소매로 입을 가리는 에티켓은 꼭 지키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기침이나 재채기 할 때 생기는 작은 물방울을 통해 몸 밖으로 빠져나오고 이것이 공기 중에서 다른 사람의 호흡기에 전달되는 형태로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자칫 일상의 규칙이 흐트러지기 쉽다. 인플루엔자는 그 틈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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