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사범 중 54% 금품 제공 행위로 적발

‘금품·향응’ 구태 여전한 조합장선거 개선 '시급'
선거사범 중 54% 금품 제공 행위로 적발
신인에게 절대적 불리·깜깜이 선거 되풀이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막을 내렸지만 금품선거 구태는 여전했다. ‘조합장 선거=돈 선거’란 공식이 재현된 셈이다. 일각에선 ‘현직 조합장에게만 유리하도록 규정된 현 조합장 선거 제도의 허점 때문이라면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13일 광주지검 공안부(부장검사 이희동)에 따르면 검찰은 현재(지난 12일 기준)까지 지청(목포·장흥·순천·해남지청)을 포함해 모두 82명의 전국동시조합장선거사범을 입건했다. 이들 선거 사범 가운데 54%는 불법적인 금품 제공 행위 때문에 적발된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고질적인 표 매수 행위가 반복된 꼴이다.

이에 대해 일부 조합 관계자들은 ‘깜깜이 선거’라 불릴 만큼 제약이 심한 조합장 선거 규정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실제 조합장 선거는 지역의 미치는 여파나 권한에 비해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규제가 심하다. 일반 지방선거와 달리 예비후보기간이 별도로 없을 뿐더러 선거운동원이나 선거사무소 없이 후보 본인만 선거운동 활동이 가능하다. 연설회나 토론회도 금지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1:1개별 접촉도 할 수 없다.

조합장에 새롭게 도전하는 신인들은 사실상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없는 셈이다. 수년 간 활동하며 유권자들에게 이름을 알려온 현직 조합장의 프리미엄을 넘기 어렵다는 불만이 쏟아진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차단된 정보 만큼 유권자들 역시 제대로 된 후보 검증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워낙 유통되는 정보가 없는 데다 농·축협 특성상 야외 작업 활동이 많아 유권자들 스스로 후보자를 검증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다.

결국 유권자들도 후보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투표소로 향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조합장 선거 후보자들은 자신을 알리기 위해 가장 쉬우면서도 위험한 ‘음성적 돈거래’를 하나의 선거운동 방식으로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돈을 건네는 방식도 갈수록 교묘해진다. 최근 불법행위로 입건된 한 조합장 후보자는 자신의 지인을 시켜 유권자에게 돈을 지급하게 했으며, 또 다른 후보자는 악수하는 척 하며 5만원 상당의 돈 다발을 고무줄로 묶어 유권자에 건넸다.

이러한 탈·불법 선거행위 근절을 위해 선거관리위원회가 불법 신고 포상금을 최대 1억에서 3억으로 올리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곤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합장 선거제도의 전반적인 손질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역 한 농협에서 20년간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한 시민은 “조합장은 지역에선 사실상 대통령에 준할 만큼 권력과 영향력이 크다”며 “하지만 그 수준 만큼 관련 제도가 받쳐주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 선거운동의 기간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후보자들을 검증할 기회나 여건도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라며 “자신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금품을 건네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제도의 허점이 낳은 부작용으로 생각한다. 현직과 신인이 모두 공평하게 참여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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