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광주시민 염원 깡그리 무시했다
수원시와 배구단 연고지 재계약…광주에 기습 통보
시·시체육회 “협의없이 일방적…상생발전 외면” 반발

한국전력 배구단이 수원시와 연고지 재협약을 기습적으로 체결하면서 연고지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 광주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한전이 당초 광주시에 밝힌 연고지 이전 협의 절차를 건너뛴데다 지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수원시와 재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7일 광주시에 따르면 한전 측은 지난 5일 남자프로배구 한국전력 빅스톰배구단이 수원시와 3년간 연고지 재협약을 맺었다고 광주시에 통보했다.

2006년부터 수원시를 연고로 한 한전 배구단은 이달 말 연고지 계약이 끝나는 상황으로 광주시는 지난 3월 20일 배구단 유치를 위한 의향서를 구단 사무국에 제출했었다. 한전 측은 광주시와 수원시가 배구단 연고지 유치 의향을 표명하자 심사와 평가를 거쳐 이달 15일께 배구단 연고지 이전 문제를 최종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용섭 시장은 이 일정에 맞춰 지난 3일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한전 배구단 전용체육관을 직접 찾아 선수단과 면담을 갖고 연고지 이전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을 전달했다. 8일에는 이병훈 문화경제부시장이 나주 한전 본사를 방문해 한전 간부회의에서 배구단이 이전하면 최적의 조건에서 훈련하고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원계획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이런 가운데 한전이 사전에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고 지난 5일 수원시와 연고지 재계약을 맺고 광주시에 일방적으로 통보하자 시는 한전의 ‘갑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는 이날 김옥조 대변인 명의로 성명서를 내고 “한국전력의 지역상생발전 외면과 지역민에 대한 무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배구단 연고지 유치 무산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시는 “그동안 광주시, 광주시의회, 언론, 체육계, 시민 등 지역사회는 한마음 한뜻으로 한전배구단 연고지 광주이전을 한전측에 간절히 요청하고, 한전배구팀 유치의향서 제출과 시민서명운동 등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한국전력은 수원과의 연고지 협약이 4월말에 끝남에도 불구하고 광주시와 정상적인 협의절차를 무시한 채 지난 5일 짜여진 각본처럼 기습적으로 수원시와 재협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것도 이용섭 시장이 경기도 의왕까지 가서 선수들에게 연고지 이전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설명하고 돌아온 지 이틀 만에 철저한 보안 속에 전격적으로 단행했다”고 지적했다.

시는 “이는 150만 광주시민의 간절한 열망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정신과도 배치된다”며 “본사와 프로팀 동일지역 존치라는 순리에도 어긋난 것으로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광주시체육회와 광주배구협회도 성명을 내고 강한 분노와 유감을 표명했다.

시체육회는 “한전은 수원과의 연고지 협약이 4월 말에 끝남에도 불구하고 지난 5일 짜여진 각본처럼 기습적으로 수원시와 재협약을 체결했다”며 “이는 광주시민과 체육인들의 간절한 열망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고,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시대정신과도 배치된다”고 규탄했다. 또 “한전은 한전 배구단 수원 잔류를 즉각 철회하라”며 “지역사회와 상생발전을 외면하고 선수단에 끌려다니는 경영진은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배구협회는 “한전배구단이 수원시와 체결한 연고지 계약을 인정할 수 없다”며 “광주배구협회는 배구인과 동호인, 시민들의 뜻을 모아 한전본사 항의 방문 등 한전배구단 광주 연고지 유치를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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