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을 다르게 볼 수가 없다”
배미경(호남대 신문방송학과 초빙교수/더킹핀 대표)

초여름 기운을 물씬 느끼는 오월의 후반이다. 광주사람들에게는 5월이 참으로 쉽지 않은 계절이다. 도시를 감싸는 오월의 공기가 그렇다. 풀리지 않은 진실이 그렇다. 1980년 이후 지난 39년 동안 광주의 5월은 뜨겁고, 아팠고, 슬펐다.

그런 광주사람들이기에 다시 광주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의 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사를 들으면서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에 따스함을 느꼈을 것이다. 아픈 사람들에게 공감만큼 큰 위안은 없다. 소통의 기본 중 기본은 공감이다. 반면 소통의 가장 큰 장애는 불감이다. 지금도 5·18은 공감과 불감 사이에 놓여있다.

39주년 기념식이 끝나고 자유한국당은 김정숙 여사가 황교안 대표와 악수를 의도적으로 패싱했다며 트집을 잡더니, 오늘은 자유한국당 국회 부의장 이주영 의원이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가 없다.’라는 대통령 기념사에 대해 “남로당 후예가 아니면 달리 볼 수 없다”라는 프레임 반격을 가했다고 한다.

인식의 전투에서 승리자가 권력의 승리자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일까! 정치권이 펼치는 프레임 경쟁은 국민이 보기엔 수준 이하의 찌질한 행동으로 보일 때가 많다. 그런데도 이 유치한 공방을 펼치는 것은 인식의 고지에서 승리의 깃발을 꽂고자 하는 그들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인가 싶어 안타깝다.

지난해 초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특별법이 제정되었지만, 자유한국당의 5·18 망언 파동과 진상조사위원회 위원 위촉 지연 등으로 흘려보낸 시간이 벌써 해를 넘겼다. 아직도 5·18에 대한 인식 격차는 큰 상황이다.

인식은 만들기도 어렵지만, 한번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오인은 잘못된 소통의 산물로 비롯된다. 5·18민주화운동은 독재 권력의 철저한 정보 차단, 왜곡, 폄훼, 오정보 등으로 소통의 장애 요소를 안고 있던 이슈였다. 이는 유언비어와 왜곡 날조 등의 비정상적 인식을 낳는다.

하지만 올해는 여러 가지 면에서 긍정적 ‘변화’가 느껴진다.

첫째는, 정치를 넘어 문화로 인식전환의 물꼬를 틀 가능성이 열렸다. 세계적인 소년 그룹으로 부상한 BTS가 2015년에 발표한 ‘화양연화 pt. 2’의 수록곡 ‘마 시티(Ma City)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다. ‘나 전라남도 광주 baby/ 내 발걸음이 산으로 간대도/ 무등산 정상에 매일 매일/ 내 삶은 뜨겁지, 남쪽의 열기/ 이열치열 법칙 포기란 없지/ 나 KIA 넣고 시동 걸어 미친 듯이 bounce/ 오직 춤 하나로 가수란 큰 꿈을 키워/ 이젠 현실에서 음악과 무대 위에 뛰어/ 다 봤지 열정을 담았지/ 내 광주 호시기다 전국 팔도는 기어/ 날 볼라면 시간은 7시 모여 집합/ 모두다 눌러라 062-518’.

이 노래가 주목받으면서 글로벌 아미들의 5·18에 대한 학습 열기가 일고 있다고 한다. 인식의 전쟁터에 문화라는 무기를 얻었다. 광주를 넘어 전국으로, 그리고 세계로 가는 광주의 마중물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얻는다.

둘째는, 이제 정치를 넘어 생활로 인식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희망이다. 대구 228 버스와 광주 518 버스의 교류 소식이다. 달구벌은 518번 버스가 달리고, 빛고을로는 228 버스가 달리면서 지역감정의 대명사처럼 갈려 있는 영남과 호남, 대구와 광주의 정서적 공감대를 넓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한 자락이 생겼다. 올해는 지역의 이름있는 작가와 디자이너들이 합심하여 오월 광주를 모티브 한 다양한 예술상품을 개발하여, 국민의 생활 속으로 한걸음 들어가려는 시도도 있었다. 정치 투쟁에서 문화와 생활의 장으로 변화하고 있는 징후들이 반갑다.

이러한 긍정의 변화들이 더해진다면 누구도 ‘5·18을 달르게 볼 수가 없다’라는 인식의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다. 5·18은 국민의 인식 전투에서 먼저 승리해야 한다. 그래야 누구도 5·18을 달리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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