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일의 세상읽기/‘감성주점’에 무너진 광주

박준일(남도일보 대기자)

2019 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전 17일 만인 28일 폐막했다. 세계수영연맹(FINA) 마글리오네 회장은 “정말 성공적인 대회”라고 했고 이용섭 조직위원장도 “FINA가 인정한 가장 성공적인 대회”라고 자평했다. 역대 최다인 194개국에서 7천5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세계신기록 8개, 대회 신기록 15개, 한국 신기록 4개 등을 작성했다.

흥행성 측면에서는 대회 기간 북핵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등에 묻혀 국민적 관심을 이끌지 못했고 중앙언론 역시 무관심했다. 그럼에도 광주시민들은 열성적 참여로 응원했고 지역신문도 매일같이 몇 면씩 털어가며 수영대회 성공을 기원했다.

그러나 대회 막바지에 터진 상무지구 클럽 붕괴사고는 국내 모든 언론의 메인 뉴스로 다뤄졌다. 미국 NBC를 비롯해 해외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광주는 수영대회가 아닌 건물 붕괴사고로 글로벌 뉴스의 초점이 됐다. 그동안 대회준비로 고생해온 공무원들과 시민들에게 남겨진 것은 격려와 위로가 아닌 국제적 망신이었다.

붕괴사고가 난 곳은 이름하여 ‘감성주점’이란다. 20∼30대에게는 익숙한 단어인지 모르겠지만 일반 국민은 감성주점이란 말을 알아듣기나 할지 모르겠다.

해당 클럽은 2016년 7월 일반음식점에서 춤을 출 수 있는 예외조례를 적용받아 춤을 출 수 있는 술집으로 운영했다. 그 예외조례를 제정한 곳은 다름 아닌 광주시 서구청이다. 또 영업 면적이 춤을 출 수 있는 허용 면적보다 넓었지만 ‘조례제정 이전에 문을 연 업소는 제한이 없다’는 부칙까지 마련해 아낌없이 업소에 혜택을 줬다.

당시 이 조례는 불법으로 감성주점을 운영할 경우 안전사고 등 위험이 있는 만큼 미리 정한 안전기준을 따르도록 해 안전하고 합법적인 영업을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 조례의 혜택을 받아 일반음식점에서 춤을 출 수 있도록 허용한 사업장은 이번에 사고가 난 클럽을 포함해 단 2곳에 불과했다. 유흥업소의 영업에 너무 친절하다 못해 한없이 관대한 서구청의 행정은 이미 사고를 예고하고 있었다.

더구나 서구청은 사업자가 지켜야 할 안전기준을 별도로 마련해 안전기준을 잘 지키는지 1년에 2차례 점검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서구청은 이 조례가 통과된 뒤 단 한 차례도 안전점검을 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갖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번 붕괴사고의 핵심은 사실상 유흥주점의 편법, 불법 영업을 눈감아주고 특혜를 주기 위해 조례제정권의 범위를 뛰어넘어 특정 업자를 위해 조례를 제정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그 과정에 업자와 공무원 등 검은 세력 간 유착은 없었는지 이다.

이번 붕괴사고는 안전관리에 소홀한 업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고 합동 감식 결과, 붕괴된 철골·목재 구조물은 실제 허가된 것 면적보다 약 2배 가까이 증축됐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클럽의 복층 구조물 붕괴로 내국인 2명이 사망하는 등 현재 총 사상자가 27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번 부상자 중에는 세계수영대회에 출전한 미국인 선수 2명을 포함 10명이 외국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클럽 붕괴사고가 나고 긴급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다시는 광주에서 불법 증·개축으로 인해 시민들이 이런 사고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불법건축물 근절대책을 확실하게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유관 기관이 합동으로 불법건축물 특별대책단을 구성, 모든 건물을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시행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 이번에도 사후약방문이다. 언제나 대형 사건 사고 뒤 관계기관장의 고정 멘트이다. 그동안 뮈하고 있다가 대형 인명사고가 터진뒤 특별단속이다 뭐다 하는것은 호들갑일 뿐이다.

사고가 난 클럽은 1층과 2층으로 신고 됐지만 층 구분이 없는 개방된 구조로, 위에서 라운지 바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한쪽 벽면에 선반 형태의 복층 구조물을 양 벽에 설치했다.

이러한 복층 구조물에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올라가면서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이다. 사고 당시 이 클럽 안에는 소방서 추산 370여 명이 입장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08년 8월 서울 은평구에 있는 한 나이트클럽에서 불이나 이를 진압하던 소방관 3명이 무너진 건물더미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이번 광주 클럽도 건물 붕괴가 원인이었다.

건축물은 유사시 피난 시간 확보와 붕괴 방지, 소방 및 구조 활동의 안전 확보 등을 위해 주요 구조부가 화재에 버티고 간단한 수리로 다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내력을 갖춰야 한다.

경찰이 이번 붕괴사고에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마약 거래 가능성까지 수사 중이니 지켜보겠지만 클럽 붕괴사고가 추악한 비리의 종합판, 독버섯의 상징이 된 광주판 제2의 버닝썬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부디 검은 거래의 야합이 있었다면 국제적 망신을 자초케 한 허가과정의 석연치 않은 부분까지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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