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해결하는 도시, ‘민주주의 광주’
이민철(광주마당 이사장)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을 자주 들으며 자랐다. 그런데 권한 만큼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어떨 때는 권한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질 수 있냐고 윽박지르며 권력을 유지하는 언어가 되기도 했다. 좀 세상을 알게 되면서 ‘책임을 지면 권한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5월, 한 청소년이 어떻게 하면 권력을 가질 수 있냐고 물어와서, 책임지는 일을 맡아서 정성껏 일하면 자연스럽게 그 만큼의 권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는 다수가 책임을 함께 지고, 그만큼의 권한과 권력을 나누어 갖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권력을 가진 이들이 먼저 시민들에게 권한을 나누면 책임 또한 나누어져서 좋다. 거꾸로 시민들이 먼저 나서 책임을 나눠지게 되면 권한도 나누어 갖게 되니 이 또한 참 좋다.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고, 국민들은 편하게 생업에 종사하면 된다는 이야기는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특히 세상 문제가 복잡해지고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이런 생각은 이제 불가능한 현실이 되었다.

책임을 지고 권한을 가져야 비로소 시민이 되고, 그런 시민이 다수가 될 때 민주주의가 성장한다. ‘똑똑하고 건강하고 자존감 높은 시민은 지배하기 어렵다’. 누가 한 말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 시민은 시민으로 생각하고, 시민으로 행동하는 가운데 ‘시민성’과 ‘시민력’이 커진다. 똑똑하고 건강해지고 자존감이 높아진다. 시민다워진다.

지난 7월 2일, 광주 사회혁신플랫폼이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시민사회와 공기업, 공공기관들이 협업을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구상으로 올해는 전국 6곳에 만들어진다. 8월 13일 충북 사회혁신플랫폼, 9월 5일 대전 사회혁신플랫폼이 출범하고, 경남, 대구, 강원 사회혁신플랫폼 행사가 이어진다. 시민들이 문제를 제안하고 해결을 청원하는 수준을 벗어나, 책임 있게 직접 해결하자는 전환이다.

출범을 전후해 몇 가지 의미 있는 사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공공임대아파트의 빈집에 청년이 입주하는 일을 도시재생공동체센터, 도시공사, 청년센터, 투게더나눔문화재단, 하남복지관, 우산동, 광주시의회 등 10개가 넘는 기관이 참여해 변화를 만들었다. 전국에서 관심이 높아 LH공사와도 토론을 진행중이다. 빈집 문제, 청년 주거 문제 등을 풀어가는 혁신사례가 되고 있다.

생태교통 운동을 하는 에코바이크가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자’는 의제를 제안했고, 도시철도공사와 교통방송,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뜻을 모았다. 실행계획을 함께 만들고, 9월 23일쯤 추진식을 계획하고 있다. 시민들에게는 더 편하고 안전한 대중교통, 그리고 미세먼지와 환경 문제를 줄이는 데 의미가 크다. 매년 천억이 넘는 광주시의 대중교통 적자를 줄이는 일이기도 하다.

제안된 의제 중에 유독 쓰레기 문제, 자원순환 관련된 일이 많았다. 단독주택 지역, 아파트 밀집 지역, 원룸 지역 등 특성도 다양했다. 광주 뿐 아니라 다른 지역 상황도 비슷하다. 지역에서는 마을활동가, 풀뿌리 실천가들과 지속가능발전협의회, 광주환경공단이 함께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엔 전국 공동의제로 채택되어 마을에서 국가까지 함께 해법을 만드는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들이 방과후에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제안은 광주시의회, 광주시, 광주시 교육청, 청소년 기관, 마을교육공동체가 함께 해결팀을 구성해 해법을 만들어왔다. 방과후 청소년들의 자치 배움터를 넘어서 광주다운 미래교육 프로젝트로 진화하고 있어 기대가 된다. 청소년들이 제안한 채식 프로젝트는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와 연결되고, 우리 지역의 소프트웨어 기업인 ‘엔유비즈’에서 커뮤니티 맵핑 기술과 온라인 지도 제작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시아 문화원과 사회적 기업 ‘현장 사람들’은 ‘폐현수막 소각 매립 제로 도시’를 함께 추진하고 있고, 공공기관들의 사회적 기업 물품 구매 확대를 위해 9월 창립하는 유통 사회적 협동조합과 해법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자원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 의지, 창의적인 해결방법, 협업이 부족했던 것 아닐까? 진행과정을 보며 든 생각이다. 가장 큰 금고는 시민의 주머니라고 한다. 아마 가장 큰 힘도 시민의 머리와 마음에 있을 것이다. 정부와 광주시는 시민들의 활동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할 때다. 시민들의 성장이 건강한 정부의 가장 큰 동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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