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이계홍 역사소설 깃발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54)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54)

제4부 풍운의 길 3장 안현전투(454)

“갑조 물러나고 을조 방포하라!”

오른편 쪽 을조의 화포부대 포신에서 불이 번쩍 튀었다가 펑 소리를 내며 포탄이 날아갔다. 화포는 변이중이 제조한 화차였다. 임진왜란 때 전라도 소모어사(召募御史) 변이중이 병마(兵馬)와 군기(軍器)를 수습하고, 수원에 주둔하여 기호(畿湖)의 적에 대비하면서 양천으로 올라갈 때, 화차 100량을 제조해 행주대첩을 치르는 권율 장군에게 제공한 것 중 일부를 전라도 군사들이 개조해 끌고 다닌 무기였다.

전투를 지휘하던 이괄이 고춧가루 화포 등 다양한 관군의 화포 공격에 당황한 나머지 자리를 이동하기 위해 기를 옮기도록 명령했다. 그런데 커다란 기가 쓰러질 듯 좌우로 흔들리고 깃대가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깃발을 받치고 있는 기라병과 군졸들이 하나같이 매운 고춧가루를 뒤집어쓰고 맥을 못추리고 있는 것이었다. 따가운 눈을 손으로 씻어내느라 깃대를 제대로 잡지 못하니 기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이를 본 남이흥이 소리쳤다.

“역적 이괄이 패주하고 있다!”

“과연 그렇군.”

정충신이 동태를 살피며 주위를 살피고 있는데 남이흥이 연이어 외쳤다.

“한명련이 화살을 맞고 말에서 떨어졌다. 한명련이 쓰러졌다. 돌격하라!”

한명련이 화살을 맞은 것은 아니지만 바위 밑 낭떠러지에서 말에서 굴러떨어진 것은 사실이었다. 정신없이 고지전을 펼치던 이괄의 반군들이 볼 때 과연 싸움을 지휘하는 이괄 본진의 깃발이 내리꽂혀 도주하는 모습이 보였다. 기라병들이 자리를 이동하며 깃대를 지탱하는 밧줄을 고정시키느라 애쓰는 것은 모른 채 쓰러질 듯 요동치는 깃폭을 보고 후퇴하는 것으로 알았다. 한명련마저 화살을 맞아 고꾸라졌다는 것이다. 반란군이 일시에 허물어지듯 고개 밑으로 뛰어내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잡녀르 새끼들. 우리 전라도 군사 맛을 한번 봐라.”계곡 아래로 후퇴하는 반군을 바위 뒤에 매복했던 전라도 군사들이 하나같이 달려들어 이들을 베었다. 하나하나 고꾸라지자 그들 자신도 놀랐다.

“춘복이 무자게 칼 잘 쓰네이.”

“나가 이래봬도 울둘목전투, 명량전투부텀 관록이 붙었다 말이여. 평생을 전장을 누볐는디 검법이 도망갔겄능가?”

“저쪽 영바우도 허벌나게 칼을 써버리네이. 한 칼에 두놈을 아직내버린당개.”

“고걸 문자로 일조쌍전이라고 하제. 화살 하나로 꿩 두 마리를 잡는다는 명궁을 말하는 것이여.”

“일석이조도 있네. 봉돌 하나로 새 두 마리를 맞춘다는 것이여.”

“자네도 문장가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될 성불러. 저기 또 두 놈이 내려오네. 심장에 창을 꽂아버리더라고.”

동시에 둘이 후퇴하는 반군 병사에게 단박에 창을 던졌다. 심장에 꽂히진 않았지만 두 반군이 복부를 관통한 창을 잡고 쓰러졌다. 사기란 신묘한 법이다. 기가 죽어 한번 밀리면 산사태가 나듯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반면에 사기가 오른 쪽은 노도처럼 밀어붙이게 되어있다. 줄다리기와 똑같은 것이다. 사기가 충천한 관군 병사들을 향해 정충신 전부대장이 소리쳤다.

“병법에 이르기를 결정적인 승패의 순간에는 뇌성벽력에 귀를 막을 겨를도 없이 기동하라고 했다. 적도들이 정신을 잃고 패주하고 있다. 추격하라. 저들은 영은문을 지나 영천교, 광통교(현재의 을지로 입구로)로 도주할 것이다. 그 길목에서 궤멸시켜라. 기어이 적장의 목을 딸 것이다.”

정충신이 별장 박진영 부대를 선발로 도성으로 들여보내고, 이괄의 패주로를 예상해 3진 후속부대를 강원도?함길도로 나가는 길목을 차단토록 했다. 후퇴하는 반란군을 전라도 군사들이 달려가 베고 있었다.

“가능한 한 사로잡으라. 저들은 왜적이나 호적이 아니라 우리 백성들이니라.”

따르던 종사관 김기종과 남이흥이 외쳤다.

“베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요. 협박으로 따르는 자, 물정 모르고 따르는 자, 부대에 소속되어서 어쩔 수 없이 따르는 자가 있고, 죽지 못해 따르는 병졸도 있을 것이야. 그러니 생포해라.”

남이흥이 소리질렀다. 그러나 말은 맞아도 싸우는 중에 생포는 불가능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쓰러져갔다. 정충신이 그들에게 이르러 격려했다.

“전라도 군사가 응원군으로 오니 전쟁이 수월해졌다. 상을 내리겠다.”

“아닙니다요. 우리같은 상민이 상장 받아서 어디다 쓰게요. 나라를 위해서 검법을 쓴 것만도 고맙제라우. 이순신 장군, 이억기 장군을 따라댕겼어도 뭘 바라고 다닌 것이 아니제라우. 나라만 지키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고마요. 무지랭이도 나라를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고만이요.”

“장한 일이다.”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명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