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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62)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62)

제4부 풍운의 길 4장 대수장군(462)

이괄의 난은 평정되었지만 반란군이 한양에 침입하여 국왕이 남천(南遷)하는 사태에까지 이른 것은 조선왕조 초유의 사건이었다. 외적으로부터 한양이 함락된 적은 있어도 국내의 난으로 한양이 접수되기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따라서 이괄의 난은 민심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왕권의 권위가 무너져 백성 누구도 마음 속으로 궁궐을 시덥게 여기는 것같지 않았다.

조정은 어지러운 민심을 어루만질 생각은 하지 않고 벌써 논공을 따지고, 인사는 뒷돌 빼서 아랫돌 막는 따위 회전문 인사가 그대로 반영되었다. 필시 다시 논공행상을 두고 싸움질할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정작 이것으로 이괄의 난을 자초했는데도, 거기서 배운 바 없이 또다시 내분이 생길 조짐을 안고 있었다 그것이 정충신은 심히 우려되었다. 동시에 북방의 방위도 걱정되었다.

정충신 전부대장이 부랴부랴 장만 도원수를 찾았다.

“도원수 어른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래, 어서 오시오. 그동안 매우 수고하였소. 늙고 병약했던 이 사람이 대과없이 도원수의 막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정 공의 지략과 용맹의 힘이 큰데, 왕이 환도하면 반드시 성대하게 정 공의 논공을 치하하는 행사를 갖도록 할 것이오.”

장만이 반갑게 정충신을 맞으며 치사부터 했다.

“그것 때문에 제가 왔습니다. 소인은 임무를 완수했기 때문에 오늘 안주 임지로 돌아가겠습니다.”

“거, 무슨 소리요?”

장만이 깜짝 놀랐다. 왕이 환도하면 얼굴부터 내미는 것이 누구나의 욕심 아닌가. 눈도장을 찍는 것이야말로 출세의 지름길이다. 그런데 그것을 일부러 회피한다? 상상이 안되는 성격이다. 정충신이 정중히 말했다.

“주상께서 저에게 맡기신 직책은 안주목사 겸 방어사입니다. 서북방에서 군사를 거느린 장수로서 역적을 진작에 베지 못하고 반군이 한양에까지 입성하고, 임금이 파천까지 하셨으니 국방을 담당한 신하로서 어찌 죄가 가볍다고 하겠습니까. 그런 몸으로 강가에 나가 임금의 환도 수레를 맞이할 수 있겠습니까.”

장만은 논공행상에 대해 미리 명토 박자는 것이 정충신의 생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것으로 궁궐이 또 시끄러울텐데 가장 전공이 높은 정충신이 저렇게 나온 이상, 어느 누구도 내가 공이 많다고 나설 수는 없을 것이다. 역시 앞을 내다보는 지략이 보통 단수가 아니다.


“정 공의 그 단성(丹誠:진심에서 우러난 뜨거운 정성)은 하늘에 닿고도 남음이 있소. 그러나 그리 급할 것은 없소.”

“아닙니다. 한명련의 아들이 도망을 갔는데, 필시 후금으로 가서 투항했을 것입니다. 그자는 아비의 원수를 갚기 위해 후금 군사를 충동질하여 한양을 칠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 내부의 난으로 군사력이 위축된 것을 보고 서북쪽의 오랑캐들 역시 발호하여 기회는 이때다 여기고 침략할지 모릅니다. 서북 방어의 요충지인 안주성에 장수가 비어있고, 싸움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민심이 흉흉합니다. 어서 돌아가 민심을 안정시키고 구멍난 북관의 방비에 대처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과연 대수장군(大樹將軍)이로고. 우리 조선에 이런 대수장군을 만나니 나로서도 감격할 따름이오. 하지만 대수장군은 중국 한나라에 있는 것으로 충분하오. 정 공, 생각을 접으시오.”

대수장군은 한나라 시절 동한(東漢) 광무제를 섬긴 풍이장군을 이르는 말이다. 풍이는 전란에 많은 전공을 세웠으나 품성이 겸손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커서 모든 장수들이 논공행상에 탐심을 가질 때, 외떨어진 큰 나무 밑에 앉아서 논공을 따지는 곳에 가지 않았다. 그래서 큰 나무 아래 머물러 있는 장군이라 해서 그를 대수장군이라 불렀다.

“저는 그를 따르려면 발끝에도 닿지 못합니다.”

“주상의 환도 의식이나 치르고 한양의 질서를 바로잡은 뒤에 함께 서북을 지키러 갑시다. 어느 일에 경중이 있을까만 지금은 상감과 조정을 한양으로 옮겨 나라의 체통을 살리고, 민심을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같소. 정 공의 뜻이 어디 있는 줄 알고 있소만 지금은 내 의사대로 따르시오.”

장만이 정충신의 손을 잡으며 진정으로 당부했다. 그러나 정충신은 단호했다.

“말씀은 충분히 이해하겠습니다만, 이번 내란 진압에 공훈이 큰 장수들이 기라성같이 도원수 어른을 받들고 있습니다. 저는 거기에 비하면 사소한 막대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정공, 지금 장난하는 것이오? 대관절 왜 그러시오? 다른 장수들 엿 먹이지는 것이오?”

장만이 버럭 화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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