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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60)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60)

제4부 풍운의 길 3장 안현전투(460)

돈화문은 벌써 경계가 삼엄했다. 흥안군 목이 달아나고, 궁궐이 어지러워지자 장만 도원수부가 창덕궁을 접수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었다.

“너는 누구냐?”

돈화문을 지키던 수문장이 물었다.

“나는 정충신 전부대장의 전령 박상이다. 급히 도원수 나리께 전할 말이 있다.”

“왜 천으로 머리를 칭칭 감았느냐.”

박상은 길마재(안현, 오늘의 서대문구 안산) 전투에서 반란군과 싸우다 오른쪽 귀가 잘려나갔다. 이렇게 무명 천으로 두상을 칭칭 감은 것은 귀가 잘려나간 부상 때문이었다. 전후 사정을 얘기하자 수문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어주었다.

“수고했소. 어서 들어가시오.”박상이 말을 내려 달음박질로 창덕궁 내의 돌다리 금천교를 지나고, 건양문을 통과해 왼편으로 돌아 희정당에 이르렀다. 그곳 뜰에 도원수부가 자리잡고 있었다. 박상이 장만 앞에서 한쪽 무릎은 꿇고 다른 한쪽은 세운 채 엎드려 고했다.

“정충신 전부대장 전령 박상 아뢰옵니다!”

장만은 긴박한 상황 때문인지 뜰에 군막(軍幕)도 치지않고 노천의 호상(胡床:걸상처럼 간단한 접이의자)에 앉아 군사를 지휘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역적의 무리가 섬멸되었습니다.”

“무엇이? 섬멸되었다고?”

“그렇습니다. 괄을 비롯해 괄의 아우 수, 한명련 등 괴수들이 일망타진되었습니다.”

“허면 정충신 전부대장이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

“정충신 전부대장님은 뒷 수습을 위해 전선에 머물러 계시고, 대신 저더러 한발 앞서 달려가 보고하라고 분부하셨습니다. 역적들은 내부 분란으로 자멸했습니다.”

“자멸? 정충신 전부대장이 압박해 들어가니 자중지란을 일으켜 와해되었구나. 그러나 그들이 살겠다고 총대장을 죽였다면 그들 또한 나쁜 놈들이다.”

희정당에 매달린 풍경이 거센 바람이 지나가자 요란스럽게 탱강탱강 울렸다. 마당의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는 바람이 음산하고 쓸쓸했다. 인생이 이렇게 비정해야 하는가. 장만 도원수는 씁쓸한 비애를 느꼈다. 그의 앞에 또 군마 한필이 숨가쁘게 달려와 멎었다. 군기병이 내리더니 무릎을 꿇고 고했다.

“장군! 괄의 휘하에서 종군하다가 그 마수에서 벗어난 군관 임대곤입니다. 2월15일 야시에 이괄의 부하인 기익헌, 이수백, 이선철이 쌍령 고개를 지나 묵방리 야숙지에서 이괄과 한명련, 이수 따위 9명의 목을 베었습니다. 이것을 소관이 수습하여 역적을 추격해온 정충신 부대에 투항하여 내놓았습니다. 정 장군께서 이 사실을 장만 도원수께 보고하고, 저의 용서를 빌라고 분부를 내리셨나이다.”

“그렇다면 수급은 어떻게 되었더란 말이냐.”

“적의 수급을 받은 정 전부대장이 뒤에 온 임경업 장군에게 넘겨주며 임금님이 계시는 공주 행재소에 갖다 바치도록 명하셨나이다.”

“그가 직접 가지고 가지 않고 왜 임경업을 시켰다더냐.”

“소관은 모르겠습니다.”

장만이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무슨 뜻인지 알겠다. 임경업에게 공을 돌리는 것이로구나. 하지만 그 수급들이 사실이렸다? 수급을 벤 기익헌, 이수백, 이선철은 어디 있느냐?”

“정충신 전부대장 휘하에 묶여있습니다.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목은 틀림없는 이괄, 한명련, 이수입니다. 제가 직접 잘린 목을 그들 옷을 벗겨 싼 뒤에 몸뚱아리는 하천에 굴려서 버리고, 두상은 정 전부대장 군막에 가지고 가서 전달했사옵니다.”

“그렇게 쉽게 목이 잘리더란 말이냐? 그자들 만만하지 않는데? 이괄의 힘은 장사급이다.”

“이괄이 기진맥진하였고, 군사들이 이탈하자 절망상태에서 독주를 마시고 취해서 자고 있었나이다.”

“허망한 놈들. 천하를 얻으려던 사나이의 포부도, 부귀영화의 꿈도 아침 이슬처럼 사라지고, 본인의 목숨 뿐아니라 구족(九族)이 멸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허무한 일이도다. 되도 않는 일을 꾸며서 구족이 구천에서 헤매게 하다니, 그런 불효와 불충이 어디 있느냐. 죽은 개값만도 못한 목숨, 인생을 그렇게 살아도 된다더냐, 내가 동교(東郊:동대문 밖의 근교)로 나가 전부대장 정충신 장군의 개선을 맞아들이겠다. 말의 안장을 꾸리라.”

장만 도원수는 휘하 막료들을 거느리고 희정당을 지나 돈화문-동묘-수구문-왕십리-살곶이 다리 방향으ㄹ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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