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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55)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455)

제4부 풍운의 길 3장 안현전투(455)

전라도 군사들은 뒤늦게 연락이 닿은 전라 병사의 명을 받고 양천 나루를 건너 남하했다.

이괄의 전선은 일순간에 무너졌다.

“후퇴하라.”

그러나 후퇴 명령을 받기도 전에 반군은 뿔뿔이 흩어지고 있었다. 콜록콜록 매운 고춧가루를 뒤집어쓰고 기침하며 도망가는 모습이 애처로울 지경이었다. 사기가 오르고 승세를 탄 관군의 추격전에 쫓기는 반란군은 어떻게든 죽음을 모면하려고 민가로 뛰어들기도 하고, 헛간의 재를 뒤집어 쓰고 숨기도 했다. 쫓기던 반군이 마포와 서강변에 이르러 한강물에 막혀 더 이상 나갈 길이 없어지자 최후의 발악으로 항거하다가 다시 절두산 쪽으로 도망갔다. 끝내 차가운 강물에 뛰어들긴 했으나 급류에 휩쓸려 모두 시체가 되어 김포쪽 하류로 끝없이 떠밀려 갔다. 떠밀려간 시체로 인해 한강물이 더디 흐를 정도였다.

이괄은 일단 도성으로 들어가 전력을 재정비할 계획으로 돈의문(서대문)으로 달려갔다. 돈의문도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백성들은 패배한 장수는 외면했다. 싸움에 이긴 장수는 환영했지만 일단 패주한 장수는 버리는 데 주저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이 세상 인심이었다.

“개새끼들, 두고 보자.”

이괄이 성벽을 타고 넘으려 하자 말에서 떨어져 뒤뚱거리며 걷던 한명련이 말렸다.

“대장수 체면에 그렇게 할 수 없소. 다른 곳으로 이동합시다.”

이괄은 이충길과 함께 이십 여기의 군마를 이끌고 서소문으로 갔다. 그곳 역시 굳게 닫혀있었다. 그는 세상 인심을 뼈저리게 느꼈다.

“허허, 세상에 이럴 수가 있는가. 그러나 실패는 시기상조다. 자신감을 가지고 뚫어라.”

부하 넷이 달려들어 초병을 해치우고 서소문을 여니 이괄이 당당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창덕궁으로 향하던 이괄이 경복궁 둔진(屯陣: 군병을 일정한 자리에 주둔시켜 수비하던 곳)으로 길을 바꾸어 무교에 이르렀다. 군마 두필을 타고 온 기병이 달려와 고했다.

“장군, 순안군 폐하를 어떻게 할 작정입니까.”

그것 참 답답한 노릇이다. 이제는 걸림돌이 돼버린 것이다.

“방법이 없다. 우리가 자리를 잡은 연후에 대책을 세울 것이다. 수비병력이 상감마마를 빈틈없이 보위토록 하라.”

사실 그 자신의 안위가 똥줄이 탈만큼 위중한 것이다. 난군대장 이충길이 달려왔다. 중군장 김효신과 별장 강작도 따라붙었다. 그들은 숨을 몰아쉬면서 “관군이 물밀 듯이 몰려오고 있나이다. 군사를 북으로 빼지요.” 하고 외쳤다.

“아니, 전선을 지키지 않고, 왜 나를 따라오느냐.”

그런데 동쪽 낙산과 서쪽 와우산 쪽에서도 관군이 몰려오고 있었다.

“장군, 위급합니다. 이욱 장수도 잡혀갔습니다.”

“뭣이?”

이욱은 그의 사촌동생이었다. 그의 손발이 다 잘려나가는 판국이었다.

벽제에 유진(留陣: 군사가 머무는 곳)하고 있던 장만 도원수가 정충신이 단번에 반군을 무찔렀다는 승전보를 받고 기쁨에 겨워 직접 유진군(留陣軍)을 이끌고 숭례문(남대문)으로 향했다. 이때 정충신은 서대문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정충신이 개선하는 길 연도에는 수많은 구경꾼이 나와 환영했다. 이괄에게는 냉랭하게 돌아서더니 정충신에게는 거리를 청소하며 맞을 준비에 들떠있었다. 도원수 장만이 숭례문으로 가다 말고 서대문으로 발을 돌렸다. 정충신이 장만을 맞으며 예를 취한 뒤 말했다.

“민심이라는 것이 참 야비하군요. 아직 이기지도 않았는데 벌써 나를 향해서 큰 절을 하다니요.”

장만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민심이라는 것은 바닷물과 같은 것이다. 배를 잘 띄우기도 하지만 파도가 쳐서 뒤집어 엎기도 한다. 그 이치를 알았으면 되었다. 이괄은 쉽게 부화뇌동하다가 패배의 길로 가고, 정 전부대장은 승리의 길로 가고 있다. 민심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다. 두려워하되 영악한 민심은 차단하라. 나는 한양이 수복되었음을 파발을 띄워 공주행재소로 장계를 올리겠다.”

“도원수 어른, 아직 때가 이릅니다. 이괄을 잡아야지요.”

정충신이 추격하겠다고 하자 따르던 남이흥이 만류했다.

“도성 안에는 좁은 길이 많은데 적의 복병이 습격하면 어찌하려 합니까. 지체하시지요.”

“병법에 이르기를 사태가 급박하면 빈틈없이 쫓아야 한다고 했소. 서둘러 추격하면 광통교를 지나지 않아서 잡을 수 있을 것이오.”

“순안군이 인질로 잡혀있잖습니까. 순안군까지 이동시키려면 지체될 것이니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그자가 순안군 안위를 생각하겠소? 자기가 위급한데 말이오.”

그 말은 맞았다. 그 사이 이괄 일행은 수구문(水口門: 일면 광희문) 밖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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