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광가속기’유치, 왜 나주이어야 하는가
김우관 <본사 중·서부취재본부장>

“슈퍼 현미경을 잡아라”
정부가 다음달 7일 발표하는 ‘다목적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두고 광주시와 전남도, 전북도 등 3개 지자체와 학계, 지역민 모두에게 내려진 최대 명제다. 다른 지역에 비해 모든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진 호남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세계적 에너지 신산업으로 불리는 ‘방사광 가속기’만큼은 이번에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다.

총 1조원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인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빛의 속도로 가속된 전자빔에서 발생하는 방사광(강한 빛)을 활용해 극미세 가공, 극미세 분석을 하는 최첨단 과학기술 연구 장비다. 방사광은 병원에서 사용되는 엑스선이나 태양 빛 보다 100억배 이상 밝아 방사성 가속기를 ‘초정밀 슈퍼 현미경’이라 불린다. 화학, 생물, 전기, 의학 등 기초연구는 물론 반도체와 바이오신약, 2차전지, ESS(에너지 저장), 신소재 개발 등 응용분야에 이르기까지 활용되는 미래 신성장동력이다.

3대 신약인 타미플루와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비아그라를 비롯 초경량 탄소나노 복합체, 친환경 배터리, AI 신경망 프로세서 등 미래 융복합 소재 개발에 필수라는 점 때문에 ‘꿈의 빛’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올들어 전 세계에 ‘코로라 19’가 창궐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데, 4세대 방사광가속기만 구축되면 백신개발도 조기에 가능하다.

#‘꿈의 빛’ 미래 신성장동력 각광

이에따라 이같은 ‘꿈의 장비’를 유치하기 위한 지자체들의 물밑 경쟁도 치열하다. 전남 나주를 비롯 충북 청주, 강원 춘천, 경북 포항 등 4개 지자체가 유치의향서를 제출했다. 인천 송도는 부지 면적 문제로 중도 포기했다.

그렇다면 호남사람들이 75만여명 이상이 서명운동을 하면서까지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방사광가속기는 단순하게 하나의 첨단시설을 유치하는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정책적 배려 차원에서 요구를 하고 있다. 국내 첨단연구 인프라는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돼 있으며, 호남권에는 대형 연구시설이 전무한 실정이다. 전국 17개 시·도 지역별 최근 10년간 국가 R&D 예산도 전남은 단 1%수준에 불과하다. 초대형 연구시설의 경우, 충청 4개, 영남 3개, 수도권 2개가 있지만 호남은 아예 없다. 지난 2017년 기준 R&D 투자 비율 역시 수도권 68.7%, 충청 16.4%, 영남 11%, 호남 3.2%에 불과할 정도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둘째,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분산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방사광가속기는 포항에 3세대 원형과 4세대 선형 등 이미 2기가 가동중에 있고 경주에는 양성자 가속기가 있다. 대전에 중이온가속기와 부산에 중입자가속기는 2021년과 2023년 가동을 각각 목표로 구축중이다. 더구나 이번 후보지인 충북 청주 오창지구는 대전과 39㎞에 위치하고 있어 중복 투자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전공대 연계 시너지 효과 탁월

셋째, 공모 평가기준을 놓고 일고 있는 공정성 시비도 고려돼야 한다. 과학기술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평가항목과 기준’공고안에 따르면 기본요건 25점, 입지조건 50점, 지자체 지원 25점으로 지리적 여건에 비중을 두면서 일부 지자체가 반발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수도권의 접근성 보다는 안전성과 활용성, 잠재가능성 등을 고려해 지방 위주로 입지가 선정됐음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해준다. 스웨덴이 스톡홀름에서 600㎞, 일본은 도쿄에서 350㎞, 브라질 역시 브라질리에서 780㎞, 캐나다가 몬트리올에서 2천500㎞나 떨어져 있음이 여실히 반증하고 있다.

넷째, 한전공대를 중심으로 하는 산·학·연 시너지가 뛰어난다는 측면이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가 있는 나주는 2022년 한전공대가 개교를 목표로 설립중에 있고, GIST(광주과기원), 전남대, 전북대 등 호남권 대학과 방사광가속기를 연계해 호남권 첨단연구 역량 및 전문성도 기대된다는 점에서 다른 후보지에 비해 주변 환경이 가장 성숙됐다는 평가다.

이런 여러가지 여건을 감안해 볼 때, 호남인들은 낙후된 산업기반 확충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방사광가속기 유치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이번 만큼은 정치적 고려가 아닌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바람이 그래서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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