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채 남도일보 주필의 ‘무등을 바라보며’-지방 발전을 염두에 둔 21대 국회를 기대한다
 

우리나라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가 수도권 초집중화와 지역 불균형이다. 인적·물적 자원이 수도권에 쏠려 있고, 이로 인한 지역 간 격차 확대가 만성적 현상이 된 지 오래다. 게다가 근래에는 더욱 공고해지는 양상이다. 서울·경기·인천을 합한 면적은 1만1천861㎢로 전국토의 11.8%밖에 안 되는 수도권의 인구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비수도권 인구를 넘어섰다. 속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수도권 인구는 매월 평균 9천500명씩 불어나고 비수도권 인구는 3천500명씩 줄어들어 올해만도 1월부터 4월까지 수도권에 순유입된 인구는 5만5천648명이라고 한다. 올해가 수도권 유입인구 역대 최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구가 늘면 소리도 커지기 마련이다. 당연히 수도권을 대변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지방의 목소리는 작아진다.

또 국민총생산 52%, 매출 상위 1천대 기업의 81%가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좋은 일자리 80%를 점유하고 신용카드 결제액의 81%가 수도권에서 소비된다. 유수한 대학들도 수도권에 몰려있고 2천만 외국인 관광객 또한 80%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 공연예술 횟수의 65.4%, 전시 건수의 55.5%를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은 권력은 물론이고 돈과 일자리에다 문화 향유까지 넘쳐나는 셈이다. 반면 지방은 청년층 유출과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30년 내 소멸 위기 지방자치단체가 지난해 89곳으로 늘어난 실정이다.

더 늦기 전에 지방소멸과 수도권 과밀을 막을 돌파구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비수도권 사람들이 실향의 고통 없이 나고 자란 고향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강력하고 획기적인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대책이 나와야 한다. 지난 15년간 수도권 인구 비중을 그나마 48~49%로 묶어 놓은 것은 정부 및 공공기관 지방 이전, 혁신도시 추진 등의 정책 덕분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단기처방으로 공공기관·공기업의 지방 이전만큼 약효가 확실한 정책도 드물다.

장기적으로는 일자리·교육·의료·정보·생활편의·문화 등에 이르기까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데 진력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국가와 지방의 미래가 암울한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역대 정권에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정책들을 내세우고 추진했지만 실질적인 법률의 개정이나 제정은 극히 미흡했다. 특히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실현”을 호언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방분권·균형발전 정책은 실망스럽다. 참여정부를 계승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던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강력한 분권과 균형발전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결과물이 없으면 의미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결단력이나 추진력을 비교하는 지적까지 나오는 이유다. 오히려 수도권에 사람을 불러 모을 정부 정책이 잇달아 나왔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와 3기 신도시 건설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까지 발표됐다. 이들 정책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마저 의심하게 만든다.

이제 시간이 촉박하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2년 남았다. 속도를 내야 한다. 정치적 여건은 좋다. 사실 대통령이나 여당 대표가 자신들의 지방분권 약속을 지키려면 지금같은 호기가 없다. 177석이라는 압도적인 국회 의석수를 갖고 있는 데다 수도권에서 전멸하다시피한 야당이 수도권 더 불리기를 막는 데 반대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때마침 엊그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중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13명, 지방의원 출신 14명, 정무직 출신 15명 등 지방자치 경험이 있는 국회의원 42명이 지방자치단체장 21명과 함께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시대!’라는 슬로건으로 포럼 ‘자치와 균형’ 발족 준비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역사는 곧 민주당의 역사”라며 “지방자치법 개정안 등 20대 국회에서 추진하지 못한 과제들을 21대 국회에서 이어 나가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과제를 든든하게 정착시키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말뿐이 아닌 실행으로 보여주기를 바란다.

이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지방의 발전 없이는 국가발전도 없으며, 지방의 발전은 자치분권을 통해 추동력을 얻게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21대 국회는 지방의 가치에 주목하면서 의정 활동을 펼쳐 나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21대 국회 선결 과제는 자치분권의 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경찰법 개정안’, 주민의 직접참여 확대를 위한 ‘주민참여 3법 제·개정안’ 등의 입법화이다. 수도권 위주의 정책보다 지방 발전을 염두에 둔 21대 국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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