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채 남도일보 주필의 ‘무등을 바라보며’-호남의 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선택은?

더불어민주당의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레이스가 가속화되면서 대권주자들의 호남 구애가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민주당 대권주자들에게 호남은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거점 지역으로 호남에서 이기지 못하면 다른 지역에서 ‘해보나 마나’이기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 등 역대 민주당 출신 대통령 중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 후보는 없었다. 따라서 민주당 대권주자들에게 호남은 정치 1번지다. 호남의 정치적 의미가 더욱 강조되는 시점에 지역민들의 민주당 대권주자 지지율은 어떤 국면일까.

시사저널이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5월 22~24일 3일간 광주·전남·전북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천20명을 대상으로, 여당 대권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8.5%로 안정적인 선두를 차지했다. 2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23.3%)보다 15%p 이상 앞서는 차이를 보였으며, 3위 정세균 전 국무총리(11.8%)보다는 3배 이상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이낙연 전 대표의 고향인 전남도, 정세균 전 총리의 고향 전북도 모두 이재명 지사를 선택했다. 전남에선 이재명 41.2%, 이낙연 26.4%, 정세균 10.3%, 전북에선 이재명 34.0%, 이낙연 19.6%, 정세균 14.9%로 호남 전체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모두 다른 지역에 비해 자신의 고향에서 조금 더 높은 지지율을 얻었지만, 이 지사를 추월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호남 출신이 아닌 이 지사가 호남으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결과는 다소 의외다. 보통은 호남 이외 지역 출신 민주당 대권주자가 호남 지지를 많이 받을 때는 호남 출신 후보가 없을 때 이야기다. 그렇지만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지역민들이 수년간 압도적 지지를 보내온 대표적인 호남 출신 정치인이다. 둘 다 고향인 전남과 전북에서 막강한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호남의 여당 지지층은 이 지사를 가장 많이 지지하고 있다. 바로 ‘본선 당선 가능성’ 때문이다. 아직까지 대선의 본선 후보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여당 대권주자들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1대1 맞대결을 붙여보면 이 지사를 제외하고 대등한 경쟁력을 보이는 후보가 없다. 호남 민심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민주당이 재집권해 정권 연장을 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게 나타난다.

호남에서도 이 전 대표의 지지가 이 지사에게 계속 밀리고 있다는 것은 대권이 사실상 물 건너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호남을 기본 바탕으로 깔고 외연을 확대해야 대권에 다가갈 수 있는데 비빌 언덕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민주당의 대선 후보 대세는 이 지사이다. 더욱이 호남 출신인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하나로 합해도 될둥말둥 한데 둘로 갈라져 있으니 말이다.

이런 가운데 전남도의회 김한종 의장과 이장석 민주당 원내대표가 5월 25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북의 경우 소폭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전북 출신 정세균 전 총리를 7명의 국회의원들이 똘똘 뭉쳐 지지선언하고 나선 반면, 전남지역 국회의원들은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이 잠시 떨어졌다고 해서 관망만 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전남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이 전 대표 지지를 촉구했다.

실제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실로 오랜만에 전남 출신 유력 대권주자가 나왔으나, 전남지역 민주당 국회의원 10명은 각기 정치적 입지에 따라 당내 대권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다양하게 표출하고 있다. 이 전 대표 지지자는 이개호·윤재갑 의원을 비롯해 5월 29일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에서 열린 ‘신복지 전남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한 소병철·서동용·김승남 의원 등이다. 반면 정 전 총리 지지자는 김회재·신정훈 의원이 꼽히며, 이 지사 지지자는 주철현 의원이다. 이외에 김원이 의원은 명확한 입장 표명을 미룬 채 관망하는 모습이다. 서삼석 의원은 중앙당 수석사무부총장이라는 당직을 맡고 있어,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없다며 중립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광주지역 국회의원 8명 중 이 전 대표 지지자는 이병훈 의원이며, 정 전 총리 지지자는 조오섭 의원이다. 이 지사 지지자는 이형석·민형배 의원이다. 송갑석 의원과 이용빈 의원은 중앙당 전략기획위원장과 대변인을 각각 맡고 있어 엄정 중립이라는 입장이다. 양향자 의원도 중립이라는 입장이며, 윤영덕 의원은 아직 관망세다.

정치란 생물이어서 국회의원들이 무모한 투자는 잘 안 한다. 특히 대선 때는 더욱 그렇다. 보다 승산이 있는 쪽으로 줄서기 마련이다.

역대 대선에서 호남은 될 사람에게 표를 몰아줬다. 내년 대선에서도 마찬가지 일거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지역민들의 전략적 표심이 기다려진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