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제20대 대통령 후보 경선은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치열한 양자 구도로 접어들었다.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까. 둘 다 반반으로 최종 결정은 호남 민심에 물어봐야 한다.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거나 대통령에 당선된 적은 단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호남은 역대 대선에서 전략적 투표를 해왔다. 1997년 대선에서는 호남의 정신적 지주인 김대중 후보를 무조건 선택했지만 2002년과 2017년 대선에선 영남 출신인 노무현·문재인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호남 표심의 가장 결정적인 잣대는 당선 가능성이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결정은 호남 민심의 갈림길이다. 호남 출신에 전남도지사와 국무총리를 지낸 이 전 대표를 선택할지, 아니면 영남 출신에 진보 성향이 넘치는 이 지사를 선택할지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았다. 선택의 핵심은 누가 민주정부 4기를 창출할 본선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이다. 그 다음으로 호남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백제 발언’ 등으로 민주당 경선 후보들의 지역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7월 24~25일 실시한 여론조사(1천8명이 응답해 전체 응답률 7.0%)에서 이 전 대표와 이 지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양자대결에서 각각 호남권에서 60.5%, 53.5%의 우위를 차지했다. ‘이낙연 대 윤석열’ 대결에서 이 전 대표는 45.6%를 얻어 윤 전 총장의 43.4% 보다 2.3% 포인트 앞섰다. 오차범위 내다. 직전 조사(7월 10~11일)의 같은 양자 대결 때와 비슷한 결과다. 당시엔 이 전 대표가 역시 오차범위 내인 2.5% 포인트 앞섰었다. 두 차례의 조사 모두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 포인트다. 그러나 ‘이재명 대 윤석열’ 대결에서는 윤 전 총장이 근소하게 앞섰다. 이 지사는 윤 전 총장과의 양자 대결에서 42.4%의 지지를 얻어 윤 전 총장의 43.9%에 1.5% 포인트 뒤졌다. 직전 조사에서도 이 지사는 41.5%로 윤 전 총장의 42.2%에 열세였다.

또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업체가 7월 19일부터 21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천3명을 대상으로 전국지표조사(NBS)를 진행한 결과, 대선 가상대결에서 이 지사는 46%를 기록하며 33%를 기록한 윤 전 총장을 오차범위(표본 오차 95%, 신뢰수준 ±3.1%p) 바깥인 13%p 앞섰다. 이 전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가상대결에서는 42%를 받은 이 전 대표가 34%를 기록한 윤 전 총리에 8%p 앞섰다.

이처럼 윤 전 총장이 밀리자 ‘이낙연 전 대표와 이 지사 중 누가 후보가 돼도 본선에서 이길 것 같다’는 정서가 생기면서 호남에서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상승세가 확연한 반면에 이 지사의 지지율은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상승세가 이대로 계속되면 조만간 지지율 역전이 가장 먼저 호남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이 지사의 덕담인 “이낙연 후보가 한반도 역사 최초의 호남중심 대통합을 이루시고 망국적 지역주의를 끝내주십사”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지사는 “아직 나이도 젊고 도지사 재선 카드도 있다”고 하니 말이다. 이 지사는 꽃놀이 패다. 경선에서 승리하면 유력 대권후보로 등장하고, 패하면 경기도지사 재선에 도전해 차기를 노리면 된다. 그래서인지 경기도지사를 사퇴하지 않고 경선에 참여했다. 지난 1일 제주도지사를 사퇴하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원희룡 지사와 비교된다.

가재는 게 편이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한다. 호남 민심을 원동력으로 살아나고 있는 이 전 대표의 최대 무기는 차분하고 여유 있는 ‘안정감’이다. TV토론회와 국민 면접을 거치면서 이 전 대표 특유의 안정감이 빛을 발했다. 그러면서 호남·여성·중도·무당층 표심을 끌어들이며 지지율을 견인했다. 심지어 같은 호남 출신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지지층까지 흡수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반면 이 지사는 ‘바지 논란’으로 헤매면서 지지율이 떨어졌다. 이 전 대표와 이 지사의 ‘호남 구애’ 전쟁은 이제부터다. 오늘 YTN을 통해 생방송되는 본경선 2차 TV토론회에서 다시 한번 진면목을 보여주기 바란다.

대한민국 출범 이후 호남 출신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 단 한 명이다. 영남출신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으로 김대중 대통령 전·후로 4명씩 8명이 집권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수평적 정권 교체 이후 아직 호남 출신 대통령의 탄생은 없었다. 하지만 ‘호남 대망론’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 전 대표가 경선을 통과하고 본선에서 대권을 움켜쥐면 중요한 시대적 의미가 있다. 호남 사람들이 지역적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게 된다. 지역연합을 하지 않고도 집권할 수 있는 선례를 보여주게 된다. 진정한 의미의 지역감정 해소가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경상도 친구의 “또 영남(대통령)? 고마해라. 마이무따 아이가”란 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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