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예비경선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그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국회의원이 정 전 총리로 후보 단일화를 이루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또 세 차례의 TV토론과 국민면접을 거치면서 민주당 지지층 민심이 의미있게 변화하고 있다.

초반 레이스는 ‘대세론’을 형성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앞서나가는 가운데 이 전 대표가 뒤따르는 흐름이다. 후발 주자 간 합종연횡을 통해 ‘반이재명 연대’가 만들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정 전 총리와 이 의원의 후보 단일화가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의 반이재명 연대 확산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판 흔들기’를 위한 정치공학적 연대가 아니라 가치와 비전에 입각한 연대라면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서 1차 관문은 지난 1년여간 지지율 독주를 달려온 이 지사를 누르고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경선 레이스 시작과 함께 ‘이재명 지사 따라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지사의 ‘메시지 리스크’를 집중 공략하는 모양새다. 이 지사의 불안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자신의 안정감을 각인시키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지난 3일 첫 TV토론에서 이 지사의 ‘영남 역차별’ 발언을 두고 “그런 접근은 역대 민주당 정부가 노력해온 것에 대한 전면 부정이다”고 직격했다. 이 전 대표는 이와 관련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매우 우려스러운 발언이다”며 “정치인이 지지를 얻기 위해 지역주의를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야권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이 지사의 ‘미 점령군’ 언급에 대해 “지도자는 자기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4일 청주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면접 제2탄, 대통령 취업준비생의 현장 집중면접’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이날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국민면접관 200명을 상대로 1분씩 답하는 ‘블라인드 면접’ 형태로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밝혔다. 또 김해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과 정수경 국제법률경영대학원 조교수, 천관열 얼룩소 에디터 등 전문 패널이 각 후보에게 질문하는 1 대 3 집중면접도 이뤄졌다.

이 전 대표는 1부 블라인드 면접결과 국민면접관으로부터 가장 많은 공감 선택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김두관 국회의원은 2위, 이 지사는 3위에 올랐다. 하지만 2부 1 대 3 집중면접에선 이 지사가 3위 밖으로 밀려났다. 대신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2위, 이광재 의원이 3위를 차지했다. 결국 1· 2부 합산 최종순위는 이 전 대표 1위, 최 지사 2위, 이 의원 3위였다. 3위 밖 순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JTBC 뉴스룸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3~4일 이틀간 민주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 이 지사 48.3%, 이전 대표 30.2%였다. 이 지사의 지지율은 9.0%p가 폭락한 반면에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5.7%p나 상승했다. 토론회와 국민면접을 통해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한 말 바꾸기’, ‘김부선 스캔들’ 등 각종 추문이 거론되면서 지지율이 폭락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전 대표는 든든한 국정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면서 토론을 거듭할수록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특유의 언변 능력으로 경선 후보 가운데 토론을 가장 잘 하는 이 전 대표는 존재감 보여주기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안정감과 품격 있는 후보’, ‘결국 이기는 후보’라는 본선 경쟁력을 무기로 이 지사와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서는 본경선에서 그 누구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결선투표에서 막판 뒤집기를 노려야 할 것 같다. 이 전 대표가 2위를 차지한다고 가정하고 나머지 후보들과 반이재명 연대를 형성해 대역전극을 연출하는 것이다. 국민면접에서 1위를 한 터라 탄력을 받을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사이다 발언과 함께 안정감이 있어 이변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학교에서 정치를 배우고, 정책을 익힌 이 전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주의와 평화, 노무현 대통령의 사람사는 세상·균형발전,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이 먼저인 나라다운 나라를 이어받아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런 이 전 대표가 ‘민주당 적통’으로서 민주정부 4기의 탄생을 위해 대선 후보로 부활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그리하여 김대중 제15대 대통령(1998년 2월 25일 ~ 2003년 2월 24일 재임) 이후 역대 두 번째 호남 대통령의 탄생을 기대하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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