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일 남도일보 대기자의 세상읽기
박준일(남도일보 대기자)
누가 미래에셋의 발목을 잡았나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 개발을 둘러싸고 지난 100일 동안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그 소동의 중심에는 여수시의회와 지역시민단체, 미래에셋그룹이 있다. 여수시의회와 시민단체는 검증되지 않은 내용으로 부화뇌동한 모습으로 비추어졌고 미래에셋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 자체였다.

사건의 발단을 요약하면 이렇다. 여수시의회가 지난 2월 25일 “미래에셋의 경도 ‘생활형숙박시설’인 1,100실 규모의 레지던스 신축은 투기성 사업이다”고 주장하면서 비롯되었다. 언론이 앞다투어 기사화하면서 논쟁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두 달쯤 후인 4월 27일, 여수지역 2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경도 생활형 숙박시설 건축 반대 범시민사회단체추진위원회’가 결성되어 “감사원의 감사청구,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앞 1인시위에 나서겠다”며 여론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마침내 투기 세력으로 몰린 미래에셋은 5월 20일 전격적으로 “경도에서 현장 인력을 철수하고 개발 사업의 잠정중단”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반전이 있다. 반대의 중심에서 들불처럼 들고 일어섰던 시민단체들이 갑자기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오해가 있었는데 해소됐다”며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보이자 6월 9일, 미래에셋은 경도 개발 사업 철회 선언을 번복하고 “개발 사업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날 여수시장실에서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미래에셋그룹, 여수시의회, 경도 레지던스 건립 반대 범시민사회단체추진위원회의 간담회 결과였다.

이 모든 것이 100일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외견상 미래에셋의 경도 개발은 투기로 단죄되었다가 다시 그 옥쇄에서 벗어나면서 사업재개가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수지역 26개 시민단체가 무슨 근거로 경도의 레지던스 신축을 투기로 몰았는지, 그 오해는 어떻게 풀리게 되었는지 설명이 없다. 앞서 민변과 참여연대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LH 사태의 부동산 투기 폭로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었다. 그러나 이번 경도 개발에 대한 무차별적인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국민청원 운운하고 여수지역 사회를 혼란에 빠뜨려 놓고는 “오해가 해소 되었다”며 슬그머니 발을 뺀 시민단체와는 ‘격’도 ‘결’도 다르다. 미래에셋을 투기세력으로 단정하며 무섭게 몰아세우던 그 기세는 어디 갔나. 무책임 그 자체다. 도대체 누구로부터 위임받고 검증받은 폭로였고 오해 해소였나.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알아보지도 않고 자신들의 고향에 투자하겠다고 찾아온 기업을 매도했다면 사과해야 마땅하다. 또한 의혹이 지역민들의 정서상 납득 할 수준으로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미래에셋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었다면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권력과 부당함에 대한 감시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다른 시민단체까지 욕먹게 해서는 안 된다. 사업재개는 레지던스 신축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시민단체들이 범 대책위를 구성하면서 우려했던 것처럼 레지던스 사업을 미루고 관광사업을 우선순위로 하겠다는 발표도 없었다. 시민단체들이 아는 의혹 해소가 따로 있다는 건가. 이런 과정을 놓고 보면 여수지역 개발을 위해 1조 5천억 원이나 투자하는 회사에 괜히 딴지를 걸고 발목을 잡았다는 비난에 직면한다.

시작이 있으면 결과도 있어야 한다. 여수지역의 여론을 양분시킨 누군가는 정중하게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건 기업에 대한 횡포다. 엉터리 시민단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다시 경도 사태의 전개 과정을 되짚어보자. 경도에 지으려는 레지던스가 투기성 사업이라는 우려가 나온 것은 여수시의회에서였다. 송하진 의원은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경도가 유원지로 개발되는 것이냐, 아니면 대규모 숙박시설을 짓기 위한 꼼수 사업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미래에셋이 추진 중인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 조성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난해 10월 사업 실시 계획 변경을 통해 요트 마리나 시설계획은 폐지하고 그 자리에 초특급 숙박시설인 타워형레지던스가 신설되기 때문이었다.

송 의원은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고 있는 여수에 다수의 생활형숙박시설이 난립해 주택시장을 교란하고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현실에서 경도에 또 다른 생활형 숙박시설을 짓겠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이어 “미래에셋이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던 사회 환원이나 공헌에 관한 내용은 전무하다”며 “거대 자본의 장난질에 따라 개발계획이 뒤죽박죽되고, 마구잡이식 개발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여수에 난립하는 레지던스를 추가로 건립하면서 지가 상승에 따른 차익과 부동산 개발 이익을 노린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의회의 책무다. 그러나 그다음 시민단체의 집단적 문제 제기와 접는 수순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여수 지역사회에는 “관광시설 투자는 뒷전이고 수익성 높은 레지던스에 투자하려 한다”는 반발 여론이 확산되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설득이나 해명없이 덜컥 사업 재검토 카드로 응수한 것은 대기업치고는 너무나 가벼운 처사다. 더구나 이 과정에 전남도와 최소한 한마디 협의도 없었다고 한다. 이번 미래에셋의 경도 개발 소동 대응은 정말 안하무인 적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소동의 이해관계인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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