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여파 계체 탈락 위기
5분 남기고 ‘삭발’ 결심
부상체중 감량 후유증에
첫 상대에 무릎 아쉬움
“다시 일어서겠다” 각오

 

삭발 전 강유정 선수 모습./강유정 선수 인스타그램

 

 

 

 

경기 집중하는 강유정
24일 오전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여자 유도 48kg급 예선 32강 대한민국 강유정 대 슬로베니아 스탄가르 마루사 경기. 강유정이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 유도 48㎏급의 간판 강유정(순천시청)은 투혼의 선수다. 그는 부상으로 몸이 온전치 않음에도 강인한 정신력과 투지로 ‘꿈의 무대’인 올림픽에 출전했다.

김양호 순천시청 유도부 감독에 따르면 강유정은 2015년 십자인대가 끊어져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10월에 부상 부위가 재발해다시 수술대 위에 올랐다. 수술여파로 국제대회에 나가지 못하면서 세계랭킹이 떨어져, 도쿄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했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선 랭킹을 끌어올려야 했다. 그가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5월 카잔 그랜드슬램 대회와 6월 세계선수권대회를 연거푸 출전한 이유다.

올림픽 출전권 획득 기쁨도 잠시였다. 잇따라 대회를 강행한 까닭에 몸 상태는 악화됐다. 걷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아픈 무릎 통증을 꾹 참고 힘든 훈련을 소화했다. 그런데 체중조절이 쉽지 낳았다. 국내 훈련 과정 및 도쿄에 도착해서도 좀처럼이 체중이 줄지 않았다. 염분만 섭취하며 버텼는데도 효과가 없었다. 엎친데 덮친격이었다.

경기 전날인 오후 8시에 진행되는 계체 통과를 위해 강유정은 23일 오전부터 음식 섭취를 하지 않고 몸 안의 수분을 짜내고 또 짜냈다. 뛰고 또 뛰면서 땀을 흘렸다. 1g이라도 줄고자 계속해서 침을 뱉어냈다. 이렇게 해서 계체량 2시간전인 오후 6시쯤 올라간 체중계는 48.850㎏을 가리켰다. 48㎏급은 48.5㎏까지 계체를 통과할 수 있다. 2시간 안으로 몸무게는 350g을 빼야 했다. 경량급 체급에선 이미 뺄 수 있는 모든 것을 뺐기 때문에 불가능에 가까운 몸무게였다.

강유정은 주저않지 않았다. 초인적인 힘을 냈다. 뛰고 뱉고를 반복했다. 계체 1시간을 남겨놓고 7시에 다시 체중계에 올랐을 때 눈금은 48.750㎏을 가리켰다. 다시 뛰고 뱉었다. 그런데 탈수 증세와 현기증으로 얼굴이 하얗게 변하더니 쓰러졌다. 의료진의 긴급 처치를 받고 정신을 차린 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인데도 침 뱉기를 멈추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 계체는 5분밖에 남겨놓지 않았고, 150g을 더빼야 했다.

이 때 강유정은 “머리카락을 깎겠다”고 했다. 이에 배상일 감독과 김정훈 코치는 급하게 문구용 가위를 가져와 강유정의 머리를 밀었다. 그리고 강유정이 체중계 올라섰다. 강유정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은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계체 통과였다.

다음날인 24일. 하얀 민머리의 강유정은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유도 경기장에 섰다. 첫 상대 슬로베니아의 스탄가르 마루사를 맞은 강유정은 경기 시작 27초 만에 배대뒤치기로 절반을 얻었다. 거기까지였다.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한판패로 무너졌다. 잇따른 부상과 수술, 말로 표현하기 힘든 준비 과정을 딛고 쿄올림픽 무대에 선 시간은 단 2분이 전부였다. 보상치고는 너무 짧았다.

강유정은 경기를 마친 뒤 “머리카락은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며 “생각보다 너무 아쉬운 결과가 나왔지만 무너지지 않고 일어나겠다”고 말했다. /안세훈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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