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전화 통해 지인에 구조 요청
혹한 속에서도 희망 잃지 않아

 

김홍빈 대장의 브로드피크 정상 등정(7.18. 16:58) 후 고소포터가 촬영한 것으로, 베이스캠프 복귀후 KBS 정하영 감독이 전달받아 지난달 28일 오전 피길연 광주산악연맹 회장에게 보내온 김홍빈 대장. /광주산악연맹 제공

“저녁부터 혼자 있었어. 엄청 추워…”

장애 산악인 최초로 히말라야 8천m급 14좌를 완등한 산악인 고 김홍빈(57) 대장의 마지막 음성이 공개됐다.

8일 오전 김홍빈 대장의 영결식이 광주 서구 염주종합체육관에서 거행된 가운데 김 대장이 조난 이후 위성전화를 통해 국내 지인에게 구조요청을 했던 마지막 통화 기록이 공개됐다.

김 대장은 지난달 19일 오전 5시 55분께(현지시간)부터 약 2분40여초간 위성전화를 통해 국내 지인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며 구조를 요청했다. 조난 추정시간인 자정 이후 5시간 55분만이었다. 당시 김 대장의 목소리는 혹한의 날씨 속 고립된 긴박한 상황이었음에도 자신의 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등 의식이 또렷한 듯했다.

위성전화 연결 당시 김 대장은 지인의 목소리가 들리자 “구조요청. 베이스캠프에 구조요청. 내가 지금 어제 저녁부터 절벽끝에 혼자 있어 혼자”라며 상황을 설명했다.

지인이 “지금 포터 3명 올라갔습니다. 지금 저기 캠프4에서 얼마정도 떨어져 있어요”라고 묻자, 김 대장은 “지금 캠프 콜(봉우리 사이)이야 콜. 콜에서 밤을 샜다”고 명확하게 현 위치를 전달했다

김 대장은 홀로 히말라야의 강추위와 싸우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주마가 필요해. 주마가 필요해. 주마가 2개 정도 필요해. 걸 수 있게 주마가 필요해”, “대원이 와야 해. 소통이 잘 안돼. 대원이 와야 된다. 무전기 가져와야 해”라며 구조에 필요한 장비 등을 요청했다.

지인이 “전화기 배터리는 충분해요. 전화기 계속켜놔요. 몸은 괜찮나요”라고 묻자 김 대장은 “충분해. 응 알았습니다. 엄청 추워. 엄청 추워. 오케이”라는 연락을 마지막으로 두절됐다.

하지만 이후 5시간여 만인 같은 날 오전 11시께 러시아 구조팀의 1차 구조작업이 실패로 돌아간 뒤, 지난 25일 이어진 항공수색에도 김 대장을 찾지 못했다. 김 대장의 가족들은 2차 사고를 염려했던 김 대장의 뜻에 따라 지난 26일 일주일 가량 이어진 수색작업을 중단했다. 유족 등은 김 대장의 장례를 산악인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하고 지난 4일 염주종합체육관 1층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김재환 기자 k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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