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 정치부 차장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도쿄 올림픽이 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대회 기간 공정한 경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패배에 승복하는 각국 선수들의 스포츠 정신이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에게 깊은 위안과 용기를 심어줬다.

특히 대한민국 배구 선수들의 투혼과 ‘원팀 정신’은 승패를 떠나 박수받아 마땅했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강한 팀들과 경기를 하며 고전을 겪었지만 포기는 없었다. 쓰러지고 넘어지면서도 서로를 격려하고 다시 일어서는 선수들의 모습은 ‘스포츠 정신’이 결코 승리로만 귀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상대팀과 경기를 마친 뒤 결과에 승복하고 인사를 나누는 매너도 감동을 주긴 충분했다.

브라질과 세르비아의 높은 벽에 부딪혀 메달 획득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국민이 열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주장으로서 매 순간 ‘원팀’을 강조했던 김연경이 있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올림픽 은퇴를 선언한 캡틴 김연경. 그녀의 라스트 댄스는 혼자만의 춤이 아니었다.

올림픽 배구 경기를 지켜본 국민은 ‘마타도어’가 판을 치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을 떠올리며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꼈다고 말한다.

정권 재창출이란 최종 목표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경선 승리만을 위해 상대 후보 흠집내기에 집중하는 데 따른 반응이다.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 간 네거티브는 도를 넘어 ‘제 살 깎아 먹기’수준이다. 과도한 경쟁 속에서 상대방을 향한 배려는 찾아볼 수조차 없다.

백제 발언 등을 지적하며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데 열을 올리고 조폭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조폭 연루설’을 제기하는 등 경선 과정은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양 후보 간 범죄경력을 공개하며 난타전을 벌였다.

국가 균형 발전, 경제 성장 등 국민이 바라는 정책 제시를 통한 윈-윈 경쟁은 뒷전으로 치부된 느낌이다.

뒤늦게서야 이재명 후보 측이 “네거티브를 하지 않고 원팀으로 뭉쳐야 한다”라고 선언하고 이낙연 후보 측이 “환영한다”라는 뜻을 내비쳤지만 유권자들의 실망감은 이미 더할 나위 없이 크다.

정권 재창출이라는 큰 기치를 우선으로, 합리적 비판은 수용하고 서로의 가치를 높여주는 품격 있는 경선이 돼야 한다. 후보자 개인의 ‘경선 승리’도 중요하겠지만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민주당의 경선 과정을 보고 국민은 여권 대선 후보를 평가할 것이다.

대한민국 여자 배구팀이 보여준 ‘원팀’과 스포츠 정신.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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