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일(남도일보 대기자)

 

지난 6일. 여수시 웅천동 이순신마리나 요트 선착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 3학년생 홍정욱 군이 숨졌다.

미처 꽃조차 피워보지 못한 올해 18살의 홍 군은 7t 크기의 요트 바닥에 붙은 조개나 따개비 등을 제거하는 잠수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홍 군이 작업 중 잠수장비가 헐거워 재결착을 위해 공기통과 오리발을 풀었으나 허리에 찬 12㎏짜리 납 벨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수중으로 가라앉아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초교육 없이 잠수작업에 내몰렸던 홍 군은 몸을 가라앉게 만드는 납 벨트를 맨 먼저 해체해야 하는 안전 순서를 몰랐던 것 이다.

여수해양경찰은 최근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잠수작업 시 2인 1개 조로 작업을 해야 함에도 수중 안전 수칙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잠수 자격증이 없는 실습생에게 위험직무인 잠수작업을 시키면서 잠수 자격증을 소지한 안전관리자도 배치하지 않는 등 사고 예방 조치가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개정돼 같은 해 10월부터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현장 실습생인 홍 군이 잠수작업에 투입되는 것은 불법이었다.

처음 이 사건은 사건 사고 발생 시 언론사에 보도자료로 배포하는 관할 경찰의 자체 홈페이지에도 올라 오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 언론에만 스트레이트로 보도가 됐다.

전남CBS 노컷뉴스에서 사고 당일인 6일 오후 6시에 ‘전남 여수 해상서 요트 하부 청소하던 10대 작업자 숨져’라는 제목으로 3꼭지의 스트레이트 기사를 1보로 헤럴드경제가 같은 날 오후 9시 37분 ‘여수서 고3 실습생 바다에 빠져 익사’라고 좀 더 자세한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는 등 일부 언론에서 포털에 단발성 기사를 내보냈다. 그리고 사고 이틀 뒤인 8일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MBC 등에서 홍 군 사고를 비중 있게 다루기 시작하면서 전국화됐다. 전교조를 비롯한 노동계는 물론 정치권으로 비화되면서 국회의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교육부 장관이 사고 현장을 다녀가고 국정 감사장에서는 홍 군에 대한 묵념이 올려지고 대통령도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같은 지시나 애도가 일과성의 이벤트처럼 반복되고 있음을 목도 한다.

지난 2016년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고장 난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던 중 숨진 김 군, 2017년 전주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다 숨진 10대, 같은 해 제주 생수공장에서 현장실습 중 기계에 몸이 끼여 사망한 이민호 군 모두가 특성화고 실습생이거나 실습 나간 업체에 고용된 단순 노동자였다. 5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달라진것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 사고에 대한 취재 보도는 지방언론사가 아닌 주로 중앙언론사의 몫이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홍 군 사망 소식이 언론을 통해 처음 알려진 6일 이후 주요 방송사의 저녁 종합뉴스와 신문지면 보도량을 분석해 발표한 것처럼 그나마 소수 언론을 제외한 대다수 언론이 홍 군 사고 보도에 소홀했다.

특히 사고 발생지역인 광주·전남 지역 일간지의 보도는 너무 소극적이었다. 동부권의 경우 일선 시·군을 출입하는 기자가 1인 인터넷 언론까지 합치면 많게는 200여 명 가까이 된다고 듣고 있다. 그럼에도 홍 군이 어떻게 억울한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 추적하거나 조명하는 언론사는 거의 없었다. 취재에 대한 치열함이나 기자 근성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필자가 속한 남도일보도 그 범주다. 각급 기관과 기업체에서 매일같이 쏟아 내는 홍보성 보도자료 베끼는 일에는 충실하면서 언론 본연의 역할인 약자를 위한 보도는 외면하거나 잊고 살았다는 방증이다.

물론 네이버는 현재 메인 화면에 뉴스 콘텐츠 제휴를 한 인링크 언론사, 즉 중앙언론사 중심의 뉴스를 배열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네이버와 제휴된 지방언론은 2∼3곳을 빼고는 아웃링크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대형언론의 기득권을 강화해주는 구조다. 지방 중소언론사들은 아무리 특종을 해도 그 특종이 전국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인링크는 현재와 같이 우리가 네이버 메인 화면에서 뉴스를 클릭했을 때 네이버 포털 내에서 해당 언론사의 기사들을 읽는 방식이다. 그런데 아웃링크는 포털에서 뉴스 기사를 클릭했을 때 해당 언론사의 홈페이지로 연결해 주는 불리한 조건검색을 안고 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지방언론의 존재의 이유를 묻는다면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자성과 토론이 필요한 대목이다.

위험이 상존하는 실습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 안전을 우선 한지, 구조적 원인이 무엇인지 짚기보다는 약자의 죽음 앞에 일회성으로 대처하는 가진 자의 오만과 편견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산업안전보건법상 매뉴얼은 그냥 법전 속의 명문화된 문건일 뿐 작업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아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그리고 그 억울하고 슬픈 죽음을 놓고 흥정하듯 돈으로 덮고 넘어가려 한다. 사용주가 단죄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홍 군과 같은 억울한 죽음은 계속될 것이다.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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