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일(남도일보 대기자)

 

언제나 안전사고에 노출되어있는 대형 사업장인 포스코가 올해 5월부터 7월 사이 산재 사건 관계자 4명을 징계했다는 기사가 어제 떴다.

지난 5월 공장 내부 가스중독 사고가 있었는데 징계대상 직원들이 ‘안전조치 미준수’로 각각 감봉과 경고 등의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다. 노조는 “징계가 과하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사측이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징계한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그만큼 사측도 이제 안전사고에 대한 대응 방식이 바뀌었다는 의미다.

사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올해 9월에만도 20년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현장 근로자 8명이 유해 물질에 장기간 노출되어 만성 폐 질환 진단을 받았다며 산재를 신청한 터이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광양·여수지역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가 올해만 8월 말 현재 19명이다. 최근 5년간은 84명이나 된다.

또 지난 8월에만 여수산단에서 4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노동청에 산재 승인 신청을 하는 등

올해 8월까지 848건의 산재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1248건, 2019년 1018건, 2018년 887건, 2017년 738건 등 5년간 산재사고는 4739명에 달했다. 산재사고는 매년 20% 정도 늘었고 5년 동안 산재 승인 건수도 총량으로 2배나 늘었다. 근로복지공단이 밝힌 여수·광양지역 산재 승인율도 매년 평균 90∼95%에 달한다.

주요 산재사고를 보면, 지난 9월 여수산단 A업체에서 프로판 저장탱크 검사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한 근로자가 탱크 밖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지난 1월에는 여수산단 B업체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석탄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5월에는 C업체에서 공장 보일러 배출수 이송 작업 중 수중펌프 PVC 호스 연결부위가 고온의 폐수로 인해 이완되어 근로자 1명이 중대 화상 사고를 입었다. 유독 광양·여수산단에서 추락이나 끼임, 넘어짐 등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이들 기업에 살인기업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매일 평균 2∼3명이 다치고 어느 날은 소중한 목숨을 잃기도 한다.

물론 산재사고 다발 지역이라는 오명과 어두운 그림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부권의 경제부흥에는 광양·여수산단이 있다. 여수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1-2021년 ‘여수상공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말 현재, 여수산단 입주업체는 GS칼텍스와 LG화학 등 291개사로 생산액은 60조 8천억 원, 수출액 225억7천만 달러, 고용인원은 2만4천여 명이다. 여수산단이 잘 나가던 2012년과 2013년에는 생산액이 97∼98조에 이르고 수출도 382∼427억 원에 이를 정도로 호황이었다.

광양제철소가 있는 인근 광양산단도 입주업체만 162개사이고 생산액 15조 8천억 원, 수출액 70억2천만 달러, 고용인원은 1만2천여 명이나 된다.

광양·여수산단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견인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자산이다. 30여 년 전 소외되고 낙후된 소도시에서 오늘날 눈부시게 변모시킨 빛과 도약은 광양·여수산단이 있기에 가능했다.

특히 순천은 인구가 광주와 전주에 이어 28만여 명으로 호남 3대 도시로 등극할 정도로 생동감이 넘친다. 광양·여수산단에서 근무하는 정규직과 협력업체 직원까지 합쳐 3∼4인 직계가족으로 환산하면 줄잡아 10만여 명이 넘는 사람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노사 모두 산재사고 예방에 대한 공동의 인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국가기관의 감시망이 잘 닿지 않는 소규모 공사장뿐만 아니라 대형 사업장도 마찬가지다.

지난번 광주 학동 건물붕괴 참사처럼 사고가 발생하면 국가기관과 언론은 마녀사냥하듯 공격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간다. 그리고 대형 사업장일수록 언제나 협력업체에 사고 책임을 전가하고 꼬리 자르기에만 급급하다.

고용노동부는 이달부터 최근 5년간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빈번한 지역을 ‘레드존’으로 묶어 집중관리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노동부는 8천여 개 사업장의 추락과 끼임 사고 예방조치, 개인보호구 착용 준수 여부를 일제 점검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현장점검 결과 시정조치를 반복해서 따르지 않고 주말이나 휴일에 관리자 없이 위험작업에 나서는 불량 사업장을 대상으로 ‘불시 감독’을 하는 집중단속 기간도 운영한다. 노동부는 올해 산재사고 사망자를 지난해보다 20% 줄이겠다고 약속했으나 공염불이 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 골자는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한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경영책임자·법인 등을 처벌하는 것이다. 특히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 재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의 산재 예방을 위한 지속적인 지도 감독 강화와 노후시설에 대한 전면 시설 개·보수, 신규기술 적용, 안전 관리자 확충과 외주업체 안전교육 등의 전반적인 사고 예방을 위한 산단 기업들의 쇄신책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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