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오치남의 우다방 편지-최악의 비호감 대선…차악의 선택 2022

(상무 겸 편집·정치 데스크)

2021년이 서서히 저물고 있다. 꿈도 희망도 잃어버린 한해였다. 코로나19 악몽을 딛고 새롭게 도약하려던 새해 다짐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지난 11월1일부터 단계별 방역수칙 완화로 기대했던 일상회복도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오미크론이란 새로운 변이바이러스 앞에 우리는 무기력했다. 내년도 위드 코로나를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현실이 안타깝다. 벼랑 끝에 내몰렸던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더 이상 버틸 힘조차 없다. 보릿고개도 아닌데 하루 한끼를 걱정해야 하는 극빈층도 많아 세밑 한파가 더욱더 차갑게 느껴진다.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정치권과 관료들의 민생을 둘러싼 ‘오락가락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내년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최악(最惡)이다. 대선이 70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여야 후보들과 선거대책위원회는 ‘각종 의혹 제기→일단 부정→영혼 없는 사과’를 되풀이하고 있다. 모두가 사사건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더군다나 대선 ‘빅2’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중심으로 이뤄져 실망감을 더해주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과 장남 불법 도박의혹 등으로, 윤석열 후보는 장모 각종 비리의혹, 아내 허위 경력 의혹 등으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토지 매입과정에서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후보 장모는 1심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후보는 장남 불법 도박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도 “잘 보이려고 경력을 부풀렸고 돌이켜보니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라며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서로 추가 의혹 제기와 “신파 코미디”라며 비방전을 이어갈 태세다.

오죽했으면 교수신문도 올해의 사자성어를 ‘묘서동처(猫鼠同處)’로 정했을까. 교수신문에 따르면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가 추천한 묘서동처는‘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라는 뜻이다. 고양이가 쥐를 잡지 않고 쥐와 한패가 된 걸 말한다. 최 교수는 “각처에서, 여야 간에 입법, 사법, 행정의 잣대를 의심하며 불공정하다는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며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데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내년 대선을 걱정하는 의미로 묘서동처를 선택한 교수들도 있다. 이들은 “누가 덜 썩었는가 경쟁하듯, 리더로 나서는 이들의 도덕성에 의구심이 가득하다”, “상대적으로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해 국운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언론들도 “사상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민초(民草)들은 불가능하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이낙연과 홍준표로 각각 바꾸라고 할 정도로 격앙돼 있다. 여야 각당 후보가 정해지면서 ‘빅2의 네거티브 대선’이란 비난이 끊이질 않고 있지만 내년에도 정책 대결의 장이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이 후보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토론을 하자고 제안하고 있으나 윤 후보는 ‘토론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론을 하면 서로 공격과 방어를 하게 되고 자기 생각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윤 후보의 주장이 구차할 따름이다. 결국 공직선거법상 대선 선거운동 기간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하는 대담·토론회 3회만 전념하겠다는 심산(心算)이다.

이제 후보 개인사나 후보 가족들에 대한 검증은 민초들에게 맡겨야 한다. 의혹 제기와 변명, 사과 등을 반복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리고 여기에 속아 넘어갈 민초들도 많지 않다. 언론도 흥미 위주 보다는 정책중심 보도로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에 도움을 줘야 한다.

법과 양심을 지키지 못하는 지도자는 지도자가 아니다. 그러나 법과 양심을 조금이라도 더 지킬 것 같은 지도자를 뽑아야 할 운명에 놓여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내년 대선 최대 변수 중 하나로 꼽히는 20·30대를 공략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절박한 상황일지라도 2022년 새해 벽두에는 ‘빅2’를 비롯한 여야 후보들이 ‘네거티브 선거전 중단 협정’부터 맺고 정책 대결에 나서야 한다. 각종 대담·토론회를 통해 ‘진검승부’를 하라는 것이다. 토론 과정에서 선대위가 만들어준 원고를 읽는 수준은 민초들을 우롱한 행위다. 각 사안별로 심층 토론을 통해 후보의 국정 철학과 능력을 철저하게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선책이기도 하다.

민초들은 바보가 아니다.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란 만고불변(萬古不變·아주 오랜 옛날부터 전혀 변하지 않음)의 진실도 바뀌지 않는다. 2022년 3월 9일 ‘차악(次惡)의 선택 2022’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올해 마지막 ‘우다방 편지’에 띄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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