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남(상무/뉴미디어본부장)

오치남(남도일보 상무/뉴미디어본부장)

제20대 3·9대통령선거(이하 대선)를 40여 일 앞두고 두가지 고민에 빠져 있다. ‘세상에 완벽한 인간이 있을까?’와 ‘역사에 가정법이 있을까?’이다. 대다수는 둘 다 ‘없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죽는 날까지 완벽한 인간이 되기 위해 몸부림칠 뿐이다. 역사에서 교훈을 찾고 새로운 세상을 여는 것이 진리다.

여야 모두 사생활 폭로와 비호감 등 네거티브 대선 정국이 멈춰 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양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배우자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극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다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이나 장남의 불법도박 및 성매매 의혹, 윤 후보의 ‘무속 논란’과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의혹 등도 네거티브 공세의 불쏘시개로 활용되고 있다. 대선 코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기이한 선거 정국에 진저리가 날 정도다.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음 파일이 공개되자 맞불 성격으로 이재명 후보의 ‘욕설’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비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굿바이 이재명’ 저자인 장영하 변호사는 지난 18일 국회에서 이 후보의 욕설과 막말이 담긴 160분 분량의 통화 녹음 파일 34건을 공개했다. 경기 성남시장 재직 시절인 2012년 이 후보가 전화로 형 재선씨와 형수 박인복씨에게 원색적인 욕을 하는 내용이 담겼다.

장 변호사는 회견에서 “이 후보가 전화로 형과 형수에게 개XX, 찌질이, 불쌍한 인간 등 모멸적 욕설을 반복적으로 퍼부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형과 형수 사이에서의 패륜이 드러나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 되겠느냐”며 이 후보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장 변호사는 개인 자격으로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고 강조하지만 하루 앞서 공개된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음 파일에 대한 맞불 성격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이 전면에 나서지 않았으나 선대본부 산하 클린선거전략본부가 회견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음 파일은 16일 MBC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됐다. 김씨가 유튜브 매체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지난해 7월부터 12월 초까지 52차례에 걸쳐 통화한 내용이다. 김씨는 통화에서 이 기자에게 윤 후보의 선거 캠프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캠프 합류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권혁기 민주당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하루 뒤 “(김건희씨의) 언론인에 1억 운운하며 매수하려는 듯한 발언도 있었고 미투 문제에 대한 인식, 윤석열 후보조차 그 인식에 동의한다는 발언이 소개됐다”면서 “이런 부분이 아무 문제 없다고 인식하고 오히려 권언유착, 정치기획, 이런 안하무인격으로 나오는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근택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건희 리스크’라고 말했었는데 어찌 보면 최순실의 기시감(旣視感 ·한 번도 경험한 일이 없는 상황이나 장면이 언제, 어디에선가 이미 경험한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는 일)이 든다”며 “최순실 시즌2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후 관련 고소·고발이 이어지면서 정책 이슈는 뒷전으로 밀리고 정치 혐오증을 부추긴다는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폭로 대선’에 대한 반응은 떨떠름하다.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의뢰로 지난 17∼18일 전국 성인 남녀 1천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와 관련, 응답자의 40.8%는 “윤 후보 지지율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긍정적인 영향”은 12.4%, “부정적인 영향”은 36.4%에 그쳤다.(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전화 면접(무선 87.8%·유선 12.2%)으로 진행. 응답률 17.6%.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오히려 이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 지지 상승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국가 지도자가 될 인물이나 배우자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검증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과거에 매달려 국가 비전과 정책 검증에 소홀한다면 더 큰 화를 자초할 수 있다. 판단은 유권자에 맡겨야 한다. 특히 대선 하루 전까지도 정책 경쟁 대신 ‘폭로 대선’이 이어지면 역사에 커다란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여야 ‘빅2’의 ‘폭로 대선’이 가열되면서 당락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호남에 대한 ‘그랜드 공약’도 찾아 볼 수 없다. 노무현 ‘문화수도’, 문재인 ‘한전 공대’ 등으로 대별되는 대선 공약이 이재명 ‘xxxx’, 윤석열 ‘yyyy’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민주당은 호남에서 90%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두자릿수 지지를 받으면 대권을 거머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거저 먹겠다는 심산이다. 애걸복걸(哀乞伏乞·애처롭게 하소연하면서 빌고 또 빎)이 아닌 구걸(求乞·돈이나 곡식, 물건 따위를 거저 달라고 빎)이나 다름없다. 큰 절과 눈물, 진정성 없는 사과 등으로 호남 민심을 사로잡을 시대는 이미 지났다.

다매체, 다채널, 멀티미디어시대의 민심은 하루 아침에 바뀐다. 현재 엎치락뒤치락하는 ‘빅2’의 운명이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40일은 결코 짧지 않다. 설날 전후로 여야 대선 후보들이 광주·전남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제부터라도 ‘지방분권 메카 호남’, ‘글로벌 AI(인공지능) 밸리 광주’ ,‘미래 에너지 수도 전남’ 등 광주시와 전남도에서 요구한 규모를 훨씬 넘어선 그랜드 공약으로 호남 표심을 공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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