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훈(사회부 기자)

남도일보 조태훈 기자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다. 요즘은 기술발달 등으로 그 시기가 짧아져 ‘몇 년만 지나도 세상이 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무려 13년이 지났는데도 변하지 않은 게 있다. 지난 2009년 4월부터 시행된 폐의약품 수거제도다.

폐의약품은 일반쓰레기로 땅에 매립되거나 하수구에 버려지면 토양·수질 등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환경오염을 차단하기 위해 각 지자체에 ‘불용의약품 등의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도록 권고했다. 폐의약품 수거·처리체계를 명확히 하고 별도의 관리자를 지정 운영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광주에서는 조례제정을 ‘나 몰라라’하는 기초자치단체가 있다. 바로 서구와 남구다. 북구와 동구, 광산구는 늦게나마 각각 2017년, 2020년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를 제정했더라도 명확한 수거기간이 없다. 자치구별로 연간 2회, 월 1회로 시행중이다. 이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한다. 폐의약품은 유해성 때문에 단 시일 내에 소각 처리해야 하지만 사실상 방치되는 실정이다. 폐의약품 수거제도가 있으나 마나 한 셈이다.

홍보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기자가 지인을 대상으로 폐의약품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대다수가 변기통에 버리거나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답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광주시청 홈페이지에 폐의약품을 검색해봤으나 어떠한 검색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다른 지자체 홈페이지도 마찬가지였다. 서구, 북구, 광산구는 나름 홍보를 하고 있었지만 남구와 동구는 10여년 전에 올린 게시물이 마지막이었다. 사실상 손 놓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여파로 가정에서 상비약 구매가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전 2019년 7천937㎏이던 광주지역 폐의약품은 2020년 1만3천424㎏, 2021년 1만4천380㎏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폐의약품 관리가 갈수록 중요한 상황임을 말해준다.

폐의약품 감독·관리는 시민들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다. 지자체는 지금부터라도 무거운 책임감을 적극적인 실천을 보여주길 바란다. 언제까지 예산부족, 인력부족 핑계만 앞세울 것인가.

/조태훈 기자 th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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