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100리 벚꽃길서 추억 그려
세량지가 빚어낸 ‘벚꽃 절경’ 한컷’
해남읍~대흥사 드라이브 코스 추천
노을 사이 벚꽃 비경 영광 백수해안도로
무안 왕벚꽃길 저물어가는 봄 아쉬움 달래

봄이란 놈이 때가 되면 어느순간 나타나 화가인양 붓을 들고 휙휙 휘 저으면 산세는 푸르러지고 이름모를 들꽃부터 나무들은 하나 둘 꽃망울을 피운다. 특히 이맘때가 되면 온통 주변을 하얗게 물들이는 벚꽃이 겨우내 메말랐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헌데 벚꽃이란 녀석은 바람 한번 불고 비 한번 내리면 금새 모습을 감추니 괘씸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마치 허무하게 앞으로만 흘러만 가는 시계바늘 같다. 손을 아무리 뻗어 봐도 잡히지도 않으니 약도 오른다. 술래잡기 마냥 도망가는 벚꽃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덧 봄도 저만치 물러나 이별인사를 고한다.

그래도 아직은 괜찮을지 모르겠다. 봄의 전도사란 타이틀이 아쉬운지 벚꽃 요놈도 나무 사이사이 메달린 채 꽤 오래동안 버티고 있어서다. 분명 나 만큼이나 헤어짐이 아쉬운 탓이 큰 탓이라 본다.

흘러가는 시간따라 결국은 마치 모든 것이 본래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겠지만 마지막 봄의 여운을 느끼고 싶다면 떠나라. 봄 끝자락에서 만나 벚꽃이란 놈과 헤어짐의 인사는 나눠야 하니 말이다.

 

굽이굽이 펼쳐진 섬진강 벚꽃길. 전남 곡성군 섬진강변을 빼곡히 뒤덮은 분홍빛 꽃송이. 굽이굽이 펼쳐진 물길을 따라 끝없는 벚꽃길이 펼쳐진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굽이굽이 펼쳐진 섬진강 벚꽃길. 전남 곡성군 섬진강변을 빼곡히 뒤덮은 분홍빛 꽃송이. 굽이굽이 펼쳐진 물길을 따라 끝없는 벚꽃길이 펼쳐진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섬진강 벚꽃길서 추억 한자락

벚꽃길 하면 대한민국 1번지로 꼽히는 곳이 있다. 섬진강 벚꽃길이 주인공.

구례에서 하동까지 약 100리가량 이어진 섬진강 벚꽃길은 어디라 할 것없이 사실상 모든 곳이 포토존이라 해도 손색없다.

남한 5대강 중 오염되지 않은 최후의 청류로 꼽히는 섬진강. 그 주변에 흰색의 벚꽃이 마지막 존재감을 한껏 드러낸 채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어서다.

사이사이 돌아보면 즐기는 드라이브는 “아 살만났다”는 말이 절로 들만큼 청량감을 선사한다.

물론 차에서 내려 벚꽃길 사이마다 설치된 데크길을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걸어보는 것도 꽤나 괜찮다. 내 마음속 사진첩에 잊혀지지 않을 추억 한장 담아 낼 수 있어서다.

요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며 괜히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것이 아니구나 하는 마음이 들 때쯤이면 꽤나 출출할 것이다.

그렇다면 고민할 것 없이 근처 식당으로 가면 그만이다.

섬진강 품에서 나고 자란 은어와 참게 등 각종 먹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섬진강을 바라보면 시원한 민물 매운탕 한 그릇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그림같은 ‘세량지의 봄’. 전남 화순군 화순읍 세량지가 연분홍 산벚꽃과 연둣빛 신록, 물안개가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자태를 자아내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그림같은 ‘세량지의 봄’. 전남 화순군 화순읍 세량지가 연분홍 산벚꽃과 연둣빛 신록, 물안개가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자태를 자아내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사진작가들이 손 꼽는 화순 세량지

화순 세량지는 사진찍는 이들에겐 최고의 장소로 손 꼽힌다.

봄 이맘때면 연분홍빛으로 피어나는 산벚꽃과 초록의 나무들이 수면 위에 그대로 투영되는데, 새벽시간 햇살이 비칠 무렵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어우러져 이국적 절경을 한껏 자랑해서다.

저수지 물과 벚꽃이 하모니를 이뤄 봄의 교향곡을 만들어낸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지난 2012년 CNN이 선정한 한국 방문시 가봐야 할 곳 50곳에 선정될 만큼 세계적 주목을 받은 만큼 매력적이다.

특히나 이곳은 다른 지역들보다 벚꽃이 상대적으로 늦게 개화하기 때문에 저무는 벚꽃이 아쉬운 이들에게 꼭 가볼만한 곳이다.

세량지를 가기 전 마주치는 습지원 데크길도 한번쯤 걸어볼만 하다.

동백나무, 개나리, 팬지 등 또다른 봄꽃들이 ‘자기도 한번 보라’는 듯 꽃을 피우고 있다.
 

해남읍에서 대흥사로 이어진 벚꽃길이 시원한 느낌을 준다. /해남군 제공
해남읍에서 대흥사로 이어진 벚꽃길이 시원한 느낌을 준다. /해남군 제공
해남 두륜산 자락에 있는 대흥사가 푸르른 산세를 등에업고 멋진 자태를 선사하고 있다. /해남군 제공
해남 두륜산 자락에 있는 대흥사가 푸르른 산세를 등에업고 멋진 자태를 선사하고 있다. /해남군 제공
해남군이 자랑하는 닭오리요리 코스. /해남군 제공
해남군이 자랑하는 닭오리요리 코스. /해남군 제공

◇벚꽃도 보고 닭고기도 먹고 일석이조 해남군

땅끝마을 해남은 다른 지역에 비해 벚꽃과 관련해선 그리 알려지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이는 몰라서 나온 이야기다.

실제 안가본 이는 있어도 한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올만큼 멋진 벚꽃길을 보유한 곳이 해남군이다.

해남읍에서 시작해 고산유적지, 닭오리요리촌, 삼산면소재지를 지나 지역 대표 명승지 중 하나인 대흥사까지 이어지는 10㎞가량 이어진 벚꽃 드라이브 코스가 대표적.

대략 20여분이 소요되는데 굽어진 곳 없이 시원하게 쭉 뻗은 이곳을 지나면 마음 한켠에 묵혀둔 근심걱정도 저만치 물러난다.

벚꽃 구경을 마쳤다면 천년고찰 대흥사 잠깐 들러 마음의 휴식을 취하는 것도 강력 추천이다. 시간이 맞다면 닭요리 전체를 섭렵(?)할 수 있는 닭코스요리를 드셔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영광 불갑산 자락에 활짝 핀 산 벚꽃이 한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영광군 제공
영광 불갑산 자락에 활짝 핀 산 벚꽃이 한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영광군 제공
영광백수해안도로에 핀 벚꽃이 끝으로 향해가는 봄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영광군 제공
영광백수해안도로에 핀 벚꽃이 끝으로 향해가는 봄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영광군 제공

◇숨겨진 벚꽃길 품고 있는 영광군

굴비에 고장으로 유명한 영광군. 하지만 멋진 벚꽃길을 품고 있다는 사실까진 덜 알려져 아쉬운 고장이기도 하다.

사실 영광군은 곳곳이 벚꽃 투어가 가능할 만큼 인프라가 형성돼 있다.

영광 내산서원에서 불갑저수지로 이어지는 국도변 전체가 벚꽃으로 한껏 치장돼 있다.

여타 유명 관광지들처럼 카페 등 시설들이 거의 없어, 한적한 곳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특히 더 추천되는 곳이다.

전체적으로 코스는 짧지만 나름 알차게 구성된 데크길도 군데군데 형성돼 있어 다리가 아픈 고령의 분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영광 백수해안도로도 벚꽃을 즐기기에 더할나위 없는 곳이다. 칠산바다를 비경삼아 펼쳐진 16.8㎞나 이어진 벚꽃 드라이브 코스는 시원함을 넘어 뻥 뚫린 쾌감까지 선사한다. 바다 너머 노을이 지는 시간 붉은 빛이 그대로 투영된 채 비치는 벚꽃을 보고 있노라면 무언가 말 못할 뭉클함도 스멀스멀 피어 오른다.
 

무안읍에서 도리포로연결되는 왕벚꽃길이 저물어가는 봄의 아쉬움을 달래주고 있다. /무안군 제공
무안읍에서 도리포로연결되는 왕벚꽃길이 저물어가는 봄의 아쉬움을 달래주고 있다. /무안군 제공
목포대학교 교정안에 많은 대학생과 방문객들이 벚꽃나무 사이를 걸으며 봄을 느끼고 있다. /무안군 제공
목포대학교 교정안에 많은 대학생과 방문객들이 벚꽃나무 사이를 걸으며 봄을 느끼고 있다. /무안군 제공

◇봄의 활력 무안군

봄이 가져다 주는 활력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전남 무안군을 고려해 볼 만하다. 무안읍에서 시작해서 해제면 도리포까지 도로변을 연분홍으로 물들이는 ‘왕벚꽃거리’코스가 딱 안성맞춤이어서다. 도로 양쪽으로 펼쳐진 드넓은 해안과 붉은 황토밭이 함께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현경에서 해제 방면 해안가 쪽에 자리잡은 경치좋은 카페에서 즐기는 물멍과 벚꽃 구경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황홀감에 젖어들 때쯤 만나는 승달산 자락에 위치한 목포대학교 벚꽃길은 또다른 클라이막스를 제공한다. 목포대학교는 매년 벚꽃 축제를 했을 정도로 벚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학교 정문부터 양쪽으로 30여년 넘은 벚나무와 다양한 꽃이 식재돼 있어 벚꽃이 필 시기면 목포대 학생뿐만 아니라 많은 관광객들이 벚꽃구경을 하느라 교정이 북적인다. 하얀 벚꽃잎 사이로 여기저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면 어느덧 과거 젊은 시절의 감성도 되살아난다.

저물어가는 마지막 벚꽃의 향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 더 매력적이다.

중·서부취재본부/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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