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는 그녀의 가슴에 푹 안기고 싶었다. 그런데 그녀가 이 새끼가 안넘어간다고 곧이곧대로 믿고 몸을 일으키더니 노골적으로 말했다.

“정말 고자예요?”

“뭣이여? 남자가 남자로 안보이가니 고따구 말을 하는 거요?”

“그럼 실험할 때가 있을 거야. 기어코 내가 따먹을 거예요.”

다음날 낮잠을 자고 있는 그의 방에 그녀가 몰래 들어와 그의 몸을 더듬었다.

잠에서 깬 오성공이 번쩍 눈을 뜨고 소리쳤다.

“뭔 짓이여?”

“교미하잔디 먼 성질이여?”

그녀가 전라도 말로 받았다. 순서울 토박이인 그녀가 장난스럽게 그에게 들이대는 것이다.

“내 짜릿하고 달콤한 씹맛 한번 안볼텨? 다 죽고 못사는디?”

그녀가 그의 허리 벨트를 능숙하게 풀었다. 순간 그의 아랫도리가 빵빵해졌다.

“고자는 아니구먼? 나 성공씨 첫 만남을 기억해. 촌스럽지만 고상하고 착해보였어. 짙은 눈썹과 맑은 눈이 매력적이었어. 그래서 내가 단번에 찍었지. 남자만 찍는 게 아니라 여자도 남자를 찍어. 세상에 뭇 남자들 날 찍었지. 그래서 먼 훗날 이런 노래도 나올 거야. 누구나 사랑하는 매력적인 여자 내가 찍었지. 아름다운 그녀 모습 너무나 섹시해, 얼굴도 샤방샤방 몸매도 샤방샤방, 눈이 부신 그녀 모습 너무나 섹시해, 그녀에 미쳐서 돈갖다 다 바쳤지, 얼굴은 O라인, 몸매는 S라인 아주 그냥 죽여줘요. 그냥 아주 죽여줘요(박현빈의 ‘샤방샤방’ 가사 일부 개사 인용). 나 이런 여자예요. 이런 여자가 당신에게 순정을 바친다는데 외면할 수 있나요?”

그녀의 뜨거운 입김이 오성공의 입에 와닿았다. 오성공이 화끈 달아올라서 잠결에 미친 척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련만 우리의 순진한 숫총각, 그녀를 밀쳐내면서 “이러면 안된당깨!”하고 성질을 냈다. 현아는 그의 아랫도리를 벗겨 빵빵한 것을 자기 몸에 담아줄 요량이었는데, 이런 병신이 산통을 깨버린다.

“고자는 아닌데 왜 그러세요? 몸 파는 여자라고 나 무시하는 거예요? 정 붙이는 게 격식이 있고, 교양이 있고, 지성이 있나? 지랄 마. 남자들 상대해보니 좆도 아니더라구. 동물보다 못한 새끼들 많더라구. 이런 상황에선 이런 식으로 사랑을 키워나가면 되지, 베토벤 찾고, 르노와르 찾고, 세익스피어 찾고, 톨스토이 찾아야만 사랑이 무르익나? 그런 사랑 나도 해보았지만 좆도 아니더라구. 내 몸에 벌써 사단 병력이 지나갔어도 나 순정이 있어요. 순정이 순결한 년놈들에게만 있나? 그런 년놈들이 더 타락하고 음험할지도 몰라. 난 여기서 돈 모으면 왕십리 고향으로 돌아가서 양품점 차릴 거야. 내 고향 서울 성동구 왕십리동 1186번지 고향에 돌아가서 목욕재계하고 지대로 된 남편과 함께 아들딸 잘 낳고 남부럽지 않게 산다니까? 그런 남자를 내가 찍었다니까. 포기하지 않을래. 절대루 남에게 뺏기지 않을래. 바로 당신…”

그녀는 꿈꾸듯이 말했다. 그녀는 오성공 같은 남자라면 평생 행복하게 살 자신감이 생겼다. 신분과 지체를 떠나 행복은 추구하는 자에게 주어진다. 돈이 많고 신분이 높다고 행복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고, 지체가 낮다고 행복이 말라비틀어지는 것도 아니다.

가난한 하급 공무원의 딸로서 사실은 가난이 제일 견디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잘 살 수 있는노하우도 축적했다. 악착스러우면 산다. 남자가 함께 한다면 배가되고, 10배도 될 수 있다.

돈이 없어 매일 아버지와 엄마와의 불화 가운데서 살다 보니 집에 들어가는 것이 정말 죽기보다 싫었다. 결국 이웃 마을에 있는 성동공고 다니는 깡패새끼를 만나 결핍을 서투른 사랑으로 달래다 이리저리 돌림빵 당하고, 결국 씹맛이 들어 흘러흘러 목포 삼학도 집장촌까지 들어왔다. 남자에게 이골이 났지만, 동시에 남자 고르는 스킬도 빠삭해졌다.

돌이켜보니 모든 남자들이 약삭빠르고 영약하고 야비하고 거칠었다. 아버지와 같은 폭력을 즐겨했다. 그럴수록 그녀는 더욱 연마되었고,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그런데 먼 발치서 오성공을 보았다. 여성의 직관력은 단 3초에 결판난다고 하지 않던가. 그녀는 당장 오성공 같은 남자라면 인생을 걸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인생 별건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배려와 헌신 속에 사랑을 일궈나가면 되는 것이지. 날마다 베토벤과 톨스토이와 르노와르와 소크라테스와 사는 것은 아니잖는가. 어차피 아래는 뻥 뚫렸으니 속이고 시집가고 싶진 않고, 이 바닥을 꿰는 성실한 남자를 골라서 멋들어지게 새 생활을 꾸리고 싶었다.

그때는 현아가 아니라 길동숙이라는 본명을 찾아 제대로 살리라. 반드시 그렇게 살리라. 반려자는 오성공이다. 너 아니면 길동숙 인생은 없어. 너는 내 삶의 지렛대며, 등대며, 나침판이며, 잎새에 이는 바람이며, 영롱한 사랑의 이슬이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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