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훈(남도일보 사회부 기자)

조태훈 남도일보 사회부 기자

경찰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기자는 ‘민중의 지팡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이는 일반 국민이나 대중들의 삶을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지팡이 같은 역할을 해달라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그 말이 퇴색되고 있는 것 같다.

경찰은 오는 7월 12일부터 모든 운전자가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사람이 보이면 무조건 일단정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행자의 안전한 보행권을 보장하고 사고를 줄이려는 특단의 대책이다.

하지만 현장은 암울하기만 했다. 실제 기자가 최근 광주 북구의 한 교차로 앞에서 20여 분간 지켜본 결과,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하는 차는 단 1대에 불과했다. 심지어 경찰차마저도 횡단보도까지 진입해 보행자를 위협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한 노인은 초록불임에도 불구하고 횡단보도 위를 지나가는 경찰차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 연출됐다.

경찰이 그간 적극적인 단속과 계도, 홍보 활동 등을 벌여온 것과 대비해 ‘내로남불’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광주에서는 해마다 수백 건의 우회전 교통사고가 발생해 크나 큰 인명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최근 3년간 광주지역 우회전 교통사고를 살펴보면 2019년 816건(3명 사망·1천234명 부상), 2020년 721건(3명 사망·1121명 부상), 지난해 662건(4명 사망·954명 부상) 등 해마다 1천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 등이 사망사고 위험에 쉽게 노출돼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현재까지는 우회전 차량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없으면 보행신호가 초록불이라도 서행하며 통과가 가능하다. 수십여년간의 습관이 한순간에 바뀌는 것은 어렵다. 다만 횡단보도 앞에서 잠깐 멈춘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에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앞으로 20일 정도 남았다. 경찰부터 모범을 보여 시민에게 신뢰받는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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