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남도일보 정치부 차장)

정세영 남도일보 정치부 차장

한 몸에 머리가 두 개인 상상 속의 새 공명조(共命鳥). 목숨(命)을 공유(共)하는 새(鳥)라는 뜻을 가진 이 새는 아미타경(阿彌陀經 ) 등 여러 불교경전에 설화로 등장한다.

전해 오는 이야기는 이렇다. 어느 날이었다. 공명조의 한쪽 머리가 잠들어 있는 사이 깨어 있던 다른 한쪽 머리가 맛있는 열매를 발견하고 몽땅 다 먹어버렸다.

잠에서 깨어난 한쪽 머리는 서운한 나머지 화가 났다. 서로 불편한 사이가 지속되던 때, 한쪽 머리는 독이 든 과일을 발견하고 다른 한쪽 머리가 자고 있는 틈을 타 독이 든 열매를 먹었다. 복수를 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어땠을까. 하나의 몸을 공유하던 두 머리 모두 독이 퍼져 죽고 말았다. 공생하지 못하면 결국 공멸하는 비극적 실상을 보여준다.

비슷한 듯 다른 전설의 새가 있다. 바로 비익조(比翼鳥)다. 암컷과 수컷이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라서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한다는 상상의 새다.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노래한 백락천(白樂天)의 장한가(長恨歌)에 나온다.

비익조처럼 서로에게 해를 끼치진 못하지만 하나가 되지 못하면 비상할 수 없는, 가련한 운명공동체인 셈이다.

공명조와 비익조. 1천년의 시간 ‘한 뿌리’였던 광주·전남과 참으로 닮았다.

협력해야 더 큰 도약을 이룰 수 있다는 데 이견은 없을 테지만 그동안 각자의 이익과 이해관계 속에서 각종 현안마다 갈등이 노출돼 공명조의 결말이 우려됐다. SRF, 군공항 이전, 광주전남혁신도시 발전기금 조성 등 상호간 얽힌 문제들이 걸림돌이 됐다.

하지만 민선8기가 출범하며 광주시와 전남도 간 상생 흐름이 조성돼 긍정적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28일 첫 상생발전위원회를 열고 16년간 표류했던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발전기금 조성’을 전격 합의했다.

혁신도시 발전기금으로 나주시가 연 50억 원의 재원을 발전기금으로 출연하는 걸 골자로 갈등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당초 세 지자체가 용역기관인 산업연구원에 의뢰해 나온 발전기금은 80억이지만 나주의 결단과 광주의 통 큰 양보가 발전기금 조성액을 둘러싼 줄다리기를 끝낼 수 있게 했다. 여전히 시·도간 얽히고 설킨 현안은 산적하지만 상생을 향한 의미 있는 ‘첫 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적 이유와 이해관계는 뒤로 한 채 이제는 양 시·도가 ‘공동발전’이라는 더 큰 목표 아래 나아가야 한다. 낙후된 경제, 호남 소외 설움에 더해 지방소멸 위기와 초광역 시대라는 화두가 어느덧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두 지자체의 협력과 공동대응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해진 만큼 ‘지역 발전’이란 공감대 하나로 서로의 한쪽 눈이 되어줄 진실한 연대가 필요한 때다. 출범 초기 ‘반짝 협치’로 끝나선 안된다. 공명조의 비극이냐, 비익조의 비상이냐. 결말은 강 시장과 김 지사의 4년 행보에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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