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관(본사 중·서부취재본부장)

김우관 중·서부취재본부장

광주·전남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이 둥지를 튼지 8년의 시간이 흘렀다. 자족도시 인구 5만명을 목표로 출범한 빛가람혁신도시는 어느덧 3만9천여 명이 살고 있어 외형적인 틀은 어느 정도 갖춘 모습이다. 하지만 출범 초기 제기됐던 정주여건이나 텅빈상가 활성화 대책, 이주민들 눈높이에 맞는 교육시설, 만들어놓고도 가동조차 못하는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이전공공기관과의 지역 상생 문제 등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여전히 답보상태다.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두 개의 광역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조성했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전국적인 관심을 증폭시킨 것에 비해 다소 실망스런 성적표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전력 자회사를 동시에 유치했음에도 당초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는 그래서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초창기 문제점 여전히 난항
물론 이면에는 혁신도시 탄생 배경이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공감대 형성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해가 얽힌 부산물이라는 인식 탓도 큰 요인이다. 공공기관 이전 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초창기에 지적됐던 문제점들이 개선되지 않은 점은 혁신도시 발전의 큰 장애물로 작용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남도일보가 전문가 그룹인 ‘광주·전남 혁신도시 포럼’과 함께 무려 20여차례에 걸쳐 혁신도시 관련 문제점을 낱낱이 지적하고 해법을 제시한데 이어 지난 8월부터 총 10회에 이르는 연속 기획보도에 나섰다.

취재 결과, 이전공공기관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자녀들의 교육 문제로 귀결됐다. 빛가람혁신도시가 외형적인 성장은 이뤘지만 교육시설은 이주민들의 눈높이를 따라오지 못한 점은 두드러진 현상으로 해석됐다. 이주민들이 그토록 원했던 고교공동지원제나 특목고 요구사항은 아직껏 수면 아래에 머물러 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은 보육시설, 초등학교와 중학교 역시 수치상으론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질적으로는 만족할만한 수준은 절대 아니다.

이는 결국 아내와 아이들은 서울에, 아빠는 나주라는 기형적 ‘한국형 기러기 아빠’를 양산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빛가람혁신도시의 가족동반 이주율이 70.9%(2021년 기준) 로, 제주 82.4%·부산 79.0%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전국 혁신도시 이주율 평균을 밑돌고 있는 상태다. 획기적인 교육시설 보완 없이는 혁신도시의 양적·질적 성장을 기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반증이기도하다.

#한전공대·발전기금 해결 ‘희망’
이처럼 ‘나홀로 이주’를 부추기는 요인은 또 있다. 대형 쇼핑몰이나 대형병원 등과 같은 이주민 편의시설 부족으로 ‘오고 싶어도 더 이상 오지 못하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단절하지 못했다. 반면 상가 공실률은 70%에 달해 밤 10시만 넘어서면 상가 불빛은 꺼진 채 암흑의 도시로 변한다. 특히 이전기관 직원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빠져 나간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에는 인적마저 드물어 적막감이 드는 유령도시로 전락하고 만다. 그나마 나주시가 상가 공실률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빈 상가를 활용해 ‘생활형 숙박시설’로 용도변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를 갖고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문제는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든 느낌이다. 민선 8기 윤병태 나주시장이 한국난방공사가 법원에 SRF 사용허가 취소 행정소송과 관련, 항소장을 제출한데 이어 오늘(21일)은 나주시민들을 상대로 공개 토론회를 갖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고 있다. 결과에 따라 파장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의 올해 3월 개교다. 세계적 수준의 에너지 공과대학을 목표로 설립된 한국에너지공대는 한전의 수 조원대 달하는 적자와 문재인 정부의 부산물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을 어떻게 극복할 지가 최대관건이다. 또한 16년간 표류하던 혁신도시 발전기금 조성 문제도 광주시와 전남도, 나주시가 대승적 합의를 이뤄내 탄력을 받는 등 실타래처럼 얽혔던 난제들이 풀리고 있음은 다행이다. 지난 8년간의 아픔을 반면교사 삼아 자치단체와 이전공공기관, 직원 등 3자가 상생과 협력을 통해 노력할 때 혁신도시는 당초 목표대로 순항할 것으로 확신한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