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김우관의 세상만사]‘고향사랑기부제’ 를 아시나요
김우관(남도일보 중·서부취재본부장)

김우관 남도일보 중·서부취재본부장

“뒷동산 아지랑이 할미꽃 피면/ 꽃 댕기 메고 놀던 옛 친구 생각난다/ 그 시절 그리워 동산에 올라보면/ 놀던바위 외롭고 흰 구름만 흘러간다/ 모두 다 어디갔나 모두 다 어디갔나/ 나 혼자 여기서서 지난 날을 그리네”

가수 조영남이 부른 대중가요 ‘옛 생각’의 1절 가사다. 50줄이 넘은 중·장년층이라면 한번쯤은 자신이 크고, 자란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읊조렸을 노랫구절이다. 어렸을적 그렇게나 높아보이던 골목길 담장은 어느순간 낮아 보이고, 동네 앞 어귀에 서 있던 장승은 한없이 작게만 느껴질 순간을 경험했을법 하다. 사람은 늙으면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 했던가. 죽어서라도 고향 땅에 묻히고 싶어하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고향은 마음의 안식처이자, 위안과 포근함의 상징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고향이 사라진다는 말이 무성하다. 어쩌면 서글픈 현실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0월 ‘인구감소지역’으로 발표한 지자체는 전국 89곳이다. 이 가운데 전남도는 16곳을 차지했다. 거의 대부분이다. 강진군을 비롯 고흥, 곡성, 구례, 담양, 보성, 신안, 영광, 영암, 완도, 장성, 장흥, 진도, 함평, 해남, 화순군이 해당된다. 나머지 6개 시·군은 목포, 여수, 광양, 순천, 나주시와 군 단위로는 유일하게 무안군은 제외됐다. 인구가 감소하던 나주와 무안은 혁신도시와 도청이전에 따른 인구 유입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결과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의 존폐론이 대두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지난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부터 일명 ‘고향세법’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비등했다. 20대 국회에서는 도시지역 의원들의 공감대 부족으로 임기가 만료돼 자동폐기됐고, 현행 21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 1호로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지난 9월 국무회의를 통과해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법안을 상정한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은 “출향민들의 기부를 통해 열악한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지역특산품 등의 답례품 제공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방점이 찍힌다”고 밝혔다. 논의된지 17년만에 빛을 보게 된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의 활용여부에 따라 지역위기 극복에 불쏘시개 역할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을 제외한, 즉 고향이나 자신이 응원하고 싶은 지역에 연간 최대 500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는 응원 프로그램이다.10만원까지 기부금은 전액, 그 이상은 16.5%의 세액을 공제받고 기부금액의 30%까지는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지역 특산품이 많은 전남의 경우, 가장 많은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지만 자칫 답례품 아이템 개발에만 그친다면 지속성, 확장성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 시행되기도 전에 법률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윤병준 의원(전북 정읍·고창)이 대표적이다. 현행 법안은 기부금 모금 주체가 전국 모든 지자체로 확대돼 있어 소멸위기에 처한 지방중소도시를 살리겠다는 당초 취지를 무색케한 점 때문이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서울시도 포함돼 있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자신이 현재 거주하는 지자체에는 기부를 금지하는 맹점 때문에, 그 곳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사람은 정작 기부할 수 없어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7월29일부터 8월1일새 조사한 만18세이상의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향사랑기부제 기부 희망지역을 현재 거주지 43.4%로 가장 많고 다음이 27.6%로 출생지라는 응답이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SNS 등을 통해 홍보할 수도 없고, 기부금 사용 목적도 논란거리로 지적됐다.

여야간 정치적 대립 때문에 제도가 다소 상충되는 측면도 있지만 빠른 보완을 통해 본질을 잘 살린다면 ‘지역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계묘년(癸卯年)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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