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관(전남 중·서부취재본부장)

김우관 중·서부취재본부장

연일 폭염에 물가마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사람들은 활력을 잃은 채 기진맥진하다. 7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6.3%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 6.8%에 이어 23년 8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광주·전남은 전국 평균에 비해 높았다. 광주는 6.6%이고, 전남은 이보다 더 높은 7.3%를 기록했다.

서민들의 지갑은 그만큼 얇아졌다. ‘월급만 제외하고 다 올랐다’는 푸념이 일상이 돼 버렸다. 통계청과 한국농촌연구원이 발표한 7월 광주·전남 외식물가지수도 8.4%로 뛰어올라 30년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서민들은 주말에 가족들과 외식 횟수가 줄고, 직장인들은 식당가 대신 집에서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 끼니를 해결하는데 급급하다.

서민들의 허리는 펴지지 않고 휘는데, 정치권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매몰된 채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희망을 송두리째 빼앗긴 국민들은 치솟는 울화통에 답답함만 호소한다. ‘희망고문’탓에 그래도 국민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대반, 우려반 심정이었지만 결국 실망감으로 부메랑 돼 돌아온다. 정치라는 괴물에 우울감만 커지고 배신당한 상처에 상실감만 깊어지는 정국의 연속이다.

# 정치권 ‘희망고문’이젠 그만
이제 갓 3개월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부정 평가가 70% 내외를 기록할 정도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역대 정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처참한 결과물이다. 이런데도 인적·국정 쇄신 단행에 대한 국민들의 목소리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제 길 가기에 여념이 없다. 국민을 호구로 여겼던 과거 군사정권 작태와 전혀 다를바 없다.

위기촉발의 윤 정권을 뒷받침하고 동력을 실어줘야 할 여당 국민의힘은 되레 자중지란 상태다. 비상대책위를 꾸리고 조기 전당대회를 치러야 하는 여정 때문에 민생을 돌보기에는 역부족이다. 자신들도 추스리기 힘들 판에 국민 돌보기는 언감생심이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국민의힘 못지 않게 시끄럽기는 매 한가지다.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순회경선이 자칫 ‘제식구 챙기기’로 끝날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 6, 7일 이틀간 진행된 첫 주 순회경선 결과 이재명 후보가 누적 득표율 74.15%로 단연 압도적이다. 2위 박용진(20.88%), 3위 강훈식(4.98%)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리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에서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으로 분위기가 흘러가는 모양새다.

문제는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자임하는 호남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자칫 ‘남의집 잔치’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 30여년간 민주당의 본가와 전국 여론 역할을 자임했던 호남이 정치 변방에 머무르면서 경선 열기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정치 무관심을 넘어 아예 외면으로 치닫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지역 국회의원 ‘이중 행보’ 비난
대선과 지방선거의 잇따른 패배에 따른 실망감과 자괴감이 대표적인 원인이다. 문제는 지역 국회의원들의 이중성 논란에서 비롯됐다. 중앙당에서의 존재가치는 급락한 대신 지방에서는 제왕적 태도로 일관한 탓이다. 선거 공천과정에서 ‘자기사람 심기에 혈안’이 돼 공정성과 정당성을 잃어버린 후유증이 지역민들의 정치 혐오를 부채질 했다는 지적이다. 지방선거 역대 최저 투표율(37.7%)이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자칫하다간 광주 출신 송갑석 의원의 최고위원 입성 가능성도 멀어져 간 느낌이다. 민주당내 호남정치의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최근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이재명 고문에게 경고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김 지사는 “‘어대명’으로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국민들로부터 주목 받을 수 없다”면서 “민주당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때 국민들로 부터 다시 지지받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법리스크’,‘사당화’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재명 고문의 선당후사 정신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지지율은 10주째 연속 상승해 4주째 국민의힘의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 있다. 민주당이 잘해서 일까. 곰곰히 되씹어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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