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관 남도일보 중·서부취재본부장
김우관 남도일보 중·서부취재본부장

지난달 28일, 목포 공생원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한국 고아의 어머니’로 칭송되는 윤학자 여사 탄생 110주년 기념식이 진행된 것이다. 당초 이 자리에는 김건희 여사가 참석할 것이라는 말이 무성했으나 김 여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강승규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만 참석했다.

행사장을 찾았던 김영록 전남지사와 강 수석은 자연스럽게 회동을 가졌다. 정부와 대화 채널이 필요했던 김 지사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정무적으로 풀어야 할 전남 현안을 건의했다. 도민 절대 다수가 풀어야 할 현안으로 손꼽은 국립의과대 신설 문제와 전라선 고속철도 예비타당성 면제, 그리고 광역지자체 부단체장 정수 확대 등 세 가지 문제에 대해 집중 거론했다.

전남에 국립의과대 유치는 김 지사가 민선 7기부터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으로 섬, 오지가 많은 도민들에게는 ‘생명 담보’나 다름없는 핵심 과제이다. 전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현실 때문이다. 지난해 전남도민을 상대로 실시한 ‘도민 요구도 조사’ 에서 전남도가 우선적으로 해결할 분야로 ‘의과대학 및 부속병원 유치’문제가 89% 차지할 정도로 30년간 해묵은 숙원이다.

전남 의료 수준은 전국 최악임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노령인구는 가장 많고 전국 섬의 65% 가량을 점유하는 지리적 특성상, 의료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전남 1인당 연평균 의료비는 218만6천 원으로 최저인 경기도의 142만3천원 에 비해 1.5배 가량 더 많다. 광주나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으로 치료목적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은 비일비재하고 소요 비용 역시 1조3천억 원(총 의료비 35%)에 달한다. 의대 신설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해선 안될 결정적 이유다.

‘저속철 오명’을 받고 있는 전라선 고속철 예비타당성(예타)면제 역시 지역 홀대론이 먼저 터져 나온다. 전북 익산에서 전주∼남원을 거쳐 전남 곡성∼구례∼순천∼여수 구간인 전라선은 지형적인 오지 탓에 굴곡이 많고 경부선, 호남선에 비해 설계속도가 현저히 낮아 고속철로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정부 예타사업은 경제성(B/C) 충족은 어렵지만 지역 성장의 디딤돌 역할이라는 대승적 견지에서 국가 차원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전라선과 똑같은 처지였던 남부내륙철도(B/C 0.58)와 대구산업선 철도(B/C 0.44)는 예타가 면제됐다.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 되는, 비논리적 현실을 탓하는 지역민의 한탄의 목소리가 크다.

전라선 고속철이 완료되면 효과는 절대치다. 서울∼여수 구간이 2시간 10분대로 단축돼 전남·북과 경남 서부 주민들과 관광객들 유치에 많은 도움이 예상된다. 특히 김 지사가 내세우는 남해, 거제와 부산, 경남을 아우르는 남해안 광역관광권 활성화에 결정적 역할도 기대된다. 더 나아가서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하나로 묶는 광역경제권벨트의 마중물로도 용도가 커진다.

정통 행정관료 출신답게 김 지사는 평소에도 공직자 처우에 관심을 갖고 있다. 김 지사는 내년에 동부지역본부를 4개 실·국으로 확대 개편하겠다는 뜻을 수없이 밝혔다. 이유는 간단하다. 동부권과 서부권이 너무 멀어 동부권 행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해 동부지역 행정수요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의미다. 김 지사는 특히 동부본부를 총괄할 지방행정부지사(1급)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울산에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 2차 중앙지방협력회의를 통해 자치조직권 확대 차원에서 지방행정부지사 신설을 건의해 놓은 상태다. 김 지사의 주장이 현실화 될 경우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격이다. 적극적인 행정 대처와 함께 전남 2만여 공무원들에게는 ‘1급 승진’이라는 꿈과 희망을 안길수 있기 때문이다. 3급 국장에 안주하는 공직자들에게 흔히 ‘직업이 국장’이라는 비아냥도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위안도 준다.

김 지사가 건의한 세 가지 현안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의 공통 키워드이기도 하다. 힘들고 지난한 과정을 겪으면서 양적인 변화는 얻었지만 질적인 변화에는 미흡했다는 평가다. 윤석열 정부도 시·도지사만 모이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강조한다. 하지만 구두선에 그쳐서는 절대 성과를 거둘 수 없다. ‘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정부가 김 지사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전남도민과의 간극 좁히기에도 좋은 효과를 내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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