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관(전남 중·서부취재본부장)

김우관 중·서부취재본부장

한국농어촌공사가 최근 언론의 입살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진도 둔전지 문제가 일면서다. 둔전지는 취재를 거듭할수록 양파껍질 벗기듯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고 있으나 농어촌공사의 대응이 뜨뜨미지근한 탓이다.

농어촌공사는 우리나라 최고의 농어촌전문 공공기관이다. 자신들의 홈페이지에서 ‘저수지 관리를 통해 농어촌에 물을 공급하고 5천만 국민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농어촌전문 공공기관이다’고 소개하고 있다. 조직은 본사에 사장 이하 5이사, 23처·실과 지방에는 3원, 9지역본부(93개 지사), 안전진단본부, 7사업단을 두고 있으면 직원만도 5천여명에 이른다. 다목적농촌용수개발은 물론 맞춤형 배수개선, 농촌용수 이용체계 재편, 대단위농업종합개발, 기후변화 대응 등 업무 또한 방대하다. 농어촌의 실핏줄 같은 기능을 구석구석 책임지는 ‘컨트롤타워’역할을 하는 중요 기관이다.

#조직 방대·업무처리는 낙제점

하지만 조직은 방대하고 슬로건은 거창하지만 실제로 지켜본 농어촌공사의 업무 처리 수준은 낙제점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최근 불거진 ‘진도 둔전지 퇴수 재활용 관로 연결 공사’ 과정에서 보여준 농어촌공사의 행정 처리가 단적인 사례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농어촌공사 진도지사는 지난 2019년 둔전지 저수지에서 간이 양수장까지 1천26m구간 연결 공사에 착수했다. 이 사업비는 진도군으로부터 시설보조금 명목으로 5천만원을 지원받았다. 완공은 2020년이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마지막 40m 관로를 연결하지 않은 채 중단됐다.

문제는 중단된 마지막 40m 구간이다. 핵심공정인 이 구간을 두고 진도지사측의 해명은 더욱더 납득이 가지 않는다. 2019년 공사 당시 강수량이 충분했던 탓에 저수지 관로 연결공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 첫번째다. 이 관계자는 한 술 더떠 진도군서 지원받은 5천만원으로는 공사비가 부족해 어쩔수 없이 중단할 수 밖에 없다는 게 두 번째 설명이다. 이 공사는 세금만 낭비한 ‘하나마나’ 한 꼴이 됐다.

남도일보가 취재에 들어가고 보도가 잇따르자, 진도지사측은 지난 달 14일 공사가 중단됐던 나머지 40m 구간에 대해 700여만원의 자체 예산을 들여 완공하는 촌극을 빚었다. 공사 지연으로 올해 가뭄난을 겪은 오류와 벽파, 연동 등 3개 마을 일부 농가들은 물 부족 사태로 모내기를 제 때 하지 못하는 등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농민들은 공사만 제대로 이뤄졌더라면 굳이 겪지 않아도 될 아픔을 감내해야 했다며 농어촌공사를 원망했다.

#‘사실 규명’보단 ‘모르쇠’ 일관

진도군도 이번 논란에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예산 지원만 했을뿐 완공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준공검사를 내 줬고, 정확한 예산내역도 따지지 않은 점은 농어촌공사와 ‘도찐개찐’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마땅하다. 두 기관의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빚어낸 볼썽사나운 업무 집행이라는 잘못된 선례를 남긴 셈이다. 정확한 사무진단과 감사가 반드시 요구되는 이유다.

건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설계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을 인지할 수 있었고 충분한 대비도 가능했다는 점은 곱씹을 대목이다. 관급공사에서 흔히 나타나는 다음 수의계약을 염두에 둔 일종의 서비스 공사가 이뤄질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공사 규모라든가, 피해 규모가 적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기에는 다소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규모 여부를 떠나 농어촌공사가 진행하는 사업 제고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은 큰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진도지사측은 연이은 보도로 사태가 확산되고 있음에도 사실 규명보다는 모르쇠로 일관했고, 은폐·축소에만 혈안이 돼 비난을 받았다. 오직 행정적, 절차적인 문제나 오류는 없다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공기관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방만한 운영이나 조직에 대해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논리에서다. 농어촌공사의 진도 둔전지 퇴수로 연결 공사 역시 이런 진단에 단초를 제공한 것 같다.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지나친 간섭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시대착오적 운영에 제동을 거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국민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 농어촌공사는 불거진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진솔하게 접근해서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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