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령 적립금 총 1천814억 달해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한 청년도
통장에 1천165만원 그대로 남아
지자체 명의로 출금 절차 복잡해
한정애 의원 “금융실명제법 위반”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

최근 연이은 극단적 선택 사건으로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이들의 자립을 돕는 ‘자산형성 지원사업(디딤씨앗통장)’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당수 자립준비청년들이 디딤씨앗통장 적립금을 제때 찾지 못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부의 운용 방식에 여러 허점이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서울 강서병)이 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만기가 도래한 디딤씨앗통장 미수령 적립금은 모두 1천814억원으로 집계됐다.

‘디딤씨앗통장’ 사업은 취약계층 아동의 사회진출에 필요한 초기비용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아동이 입금한 금액의 2배(월 최대 10만원)를 정부가 매칭 지원하는 것이다. 18세 이상이면 학자금지원, 주거비용 마련 등을 위해 찾아갈 수 있다. 24세 이상이면 조건 없이 찾아갈 수 있다.

그러나 만기가 지났음에도 적립금을 찾아가지 않은 자립준비청년은 모두 4만5천217명이었다.

지난달 광주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자립준비청년 A(18)씨와 B(19·여)씨 역시 만기된 적립금을 찾아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2009년 3월부터 통장을 이용하기 시작, 정부지원금을 비롯해 1천165만5천311원을 모았으나 출금하지 않았다. B씨도 2011년부터 11년간 560만7천원을 모았지만 통장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경제적 어려움에도 만기된 적립금을 찾지 않는 데는 통장 명의가 아동이 아닌, 일선 지자체로 돼 있다는 사실이 주요인이라는 게 한 의원의 설명이다. 출금을 위해서는 다수의 증빙서를 지참해 지자체를 방문, 승인을 얻은 후 다시 은행에 지급 요청을 하는 등 까다로운 출금 절차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위법 소지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한 의원은 “디딤씨앗 통장의 명의가 실소유주인 보호대상아동이 아니라 지자체인 것은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해당된다”며 “본인 돈임에도 잘못된 행정절차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자립청년들이 적립금을 제때 찾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사업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와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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