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싸움 들어간 오룡고 건립…뒷말 무성
김산 무안군수 도교육청 방문 오룡고 설립 협력 요청
근거 없이 학교 설립 약속 자충수·실질적 역할 ‘제로’
지역 학교 학생수 부족 여전 …오룡고 설립 문제 가속화
지역교육계, 교원축소 등 여타 사안 고려 설립 부정 평가

 

남악 오룡지구 내 가칭 오룡고 신설을 위한 학교 예정 부지. /무안군 제공

전남 무안군이 가칭 남악(오룡)고등학교 신설을 추진 중이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당장 눈 앞에 다가온 교육부 심사란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하는데다 학교 설립시 눈뜨고 코 베이듯 학생을 빼앗기게 생긴 타 지자체 및 주변 학교들의 보이지 않는 견제도 부담된다.

지난 선거에서 오룡고 신설 공약 이슈몰이로 당선이란 달콤한 잔을 들었던 김산 군수로서는 오룡고 설립이 무산될 경우 자칫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할 전망이다.
 

오룡고 신설 문제 공론화를 위해 무안군이 올해 초 군민 서명 운동을 전개했다. /무안군 제공

◇오룡고 신설 추진 배경

김산 무안군수는 지난달 20일 전남도교육청에서 김대중 교육감과 만남을 갖고 이달말 예정된 정기 4차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 오룡고등학교 신설을 안건으로 올리는 내용에 대해 협의했다.

이처럼 김 군수가 직접 발품행정에 나선데는 오룡고 신설이 꽤나 골머리 아픈 현안 중 하나여서다.

전남도청 이전과 함께 2005년 이후 무안 남악·오룡을 중심으로 한 신도시 개발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학생 수도 덩달아 증가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학생수를 쫓아갈 만큼 교육 인프라는 충분치 않았다.

현재 남악·오룡 지역 내에는 정원 630여명 규모 남악고 1개교만 운영되는 실정이다. 해당 무안군 전체 고등학생 수가 9월 기준 2천36명임(특목고 포함)을 감안하면 얼마나 학교가 부족한지 알 수 있다.

때문에, 남악 오룡 지역 상당수 학생들은 무안고·백제고 등 차로 30분 이상 소요되는 먼 학교로 강제통학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일부는 관할을 벗어나 목포 등 인근 타도시 학교에 다니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들이 적어도 몇 년간은 계속될 것이라는데 있다.

전남교육청이 공개한 남악·오룡지역 학교 현황 자료를 보면 현재(9월 기준)해당 지역 내 초등학교 3곳(남악초 1천66명·오룡초 1천 435명·무안행복초 1천423명)의 학생수는 3천924명, 중학교 3곳(남악중 728명·오룡중 618명·무안행복중 552명)학생수는 1천898명으로 집계됐다. 오룡2지구 입주가 본격화 되면 학생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고등학교 신설 필요성이 대두된 배경이다.
 

전남지역 학령인구 변화추이 자료. /전남교육청 제공

◇설립 가능 or 불가능

남악·오룡 내 고등학교 신설 필요성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실제 학교 설립은 ‘어렵다’는 시선이 많다. 오룡고 신설시 지역 내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아서다.

사실 학생수가 늘고 있는 남악·오룡지역과 달리 전남 전체로 놓고 보면 매년 학령인구 감소(2013년 25만 8천740명→2022년 19만 9천436명)가 뚜렷한 상황이다. 학생 수 채우기에 비상인 지역 학교들 입장에선 오룡고 신설이 달갑지만은 않다.

당장 남악·오룡에서 학생 약 3분의1 정도(무안군 통학버스 이용 학생 100~150여명 안팎 비율로 추정한 수치)를 수혈받고 있는 무안고(21학급·488명), 백제고(15학급·360명)입장에선 오룡고가 들어설 경우 학생 수 감소 문제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전남의 경우 원칙적으로 22개 시·군 전체가 단일학군이다. 이에 목포 등 타도시 고등학교들도 직간접적으로 심각한 학생수 감소 변화를 겪을 수 있다.

학생 수 감소는 학교 예산 축소 및 교직원 감축 등 다른 요인들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민감하다. 교육부도 이를 인지, 고교 신설에 보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역 교육계 일부에선 “오룡고 신설은 솔직히 기적이 아니고선 거의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차선책으로 일부 사립학교에서 남악·오룡 지역으로의 학교이설을 추진했지만 현재 답보 상태다. 부지매입 차익에 따른 손해 등 법인 내에서 감당해야 할 문제들이 많아서다.

◇진퇴양난 무안군 어쩌나

여러 정황상 ‘오룡고 신설 어렵다’쪽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상황이지만 무안군만은 다른 행보로 일관중이다. 실패했을 때 오는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연일 낙관론만 부각, 여러 우려를 낳고 있다.

오룡고 신설 이슈는 김산 군수에겐 여러모로 힘이됐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지난 6·1 지방선거에서의 효과는 더욱 두드러졌다.

군은 올해 3월까지 오룡지역 고등학교 신설 범군민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총 3만6천179명의 서명을 얻어내며 여론몰이에 성공했고 ‘교육에 관심 많은 군수’란 이미지를 구축했다. 여러 채널을 통해 개교 예정 날짜까지 언급하며 오룡고 설립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이는 교육현안에 민감한 젊은층들이 대거 거주하고 있는 남악·오룡 주민들 표심을 크게 자극했다. 당초 열세 지역으로 분류됐던 이곳에서 되레 상대후보를 압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선 이후에도 오룡고 신설을 군정 운영의 도구로 적극 활용 중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분명 학교 설립까지 과정의 어려움을 알면서도 너무 장미빛 청사진만 제시해서다.

실제 (공립)학교신설과정은 크게 도시별 세대별 인구수 산출-학교설립계획수립-교육청 자체투자심사-교육부중앙투자심사-의회설립동의안(공유재산관리계획 마련)-예산편성- 용지매입- 학교시설공사 착수-도립학교 설치조례(등기 개념) 순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무안군이 할 수 있는 역할은 교육부·교육청 ‘눈치보는 것’ 외엔 사실상 없다. 학교 설립에 있어 결정권도, 역할도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 군민을 위한다면 앞뒤 없는 희망고문보단 실패했을 때 충격파를 줄이기 위한 공론화 작업이 선행됐어야 했단 지적이다.

지역교육계 관계자는 “오룡고 신설문제는 앞으로 무안군 민선 8기를 이끄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초·중학교와 달리 고등학교 신설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 현실적인 부분도 충분히 알려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아쉽다”고 밝혔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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