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거리응원 제한에
각자의 방법으로 월드컵 ‘만끽’
직장인들 식권·점심 내기하고
호프집·치킨집서 ‘삼삼오오’
코로나에 ‘집관’ 택한 시민도

 

23일 금호고등학교 축구부 선수들이 모교 선배인 김태환과 나상호가 포함된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24일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의 첫 경기인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광주지역 곳곳에서 축구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의 영향으로 대규모 길거리 응원전은 펼쳐지지 않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월드컵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해외 축구 팬을 자처한 직장인 신준수(32)씨에게 월드컵은 하루도 빠짐없이 열리는 축제로 다가온다. 오후 7시부터 시작되는 조별리그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 ‘칼퇴’ 후 집으로 곧장 귀가하며, 빅매치가 예고된 날은 새벽잠도 반납하며 경기를 시청한다.

신씨는 “남자 직원들끼리 모이면 온통 월드컵 이야기뿐”이라며 “경기 전에 승부 예측을 해서 식권이나 점심 내기를 하는 것이 고된 직장생활 속 하나의 낙이 됐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이 아르헨티나와 독일을 각각 잡아내며 우리나라도 우루과이를 상대로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가 고조되면서 스크린이 있는 호프집과 치킨집을 수배한 이들도 있었다.

대학생 조모(21)씨는 “축구는 큰 화면으로 다같이 봐야 제맛인데 거리응원이 없는 점이 아쉽다”며 “경기 시작 전 친구 3명과 함께 대형 스크린이 있는 호프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특히 이태원 참사의 영향으로 대규모 길거리 응원이 취소되면서 자영업자들은 모처럼 반가운 특수를 누리고 있다.

수완지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정모(44)씨는 “1년 내내 월드컵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출이나 예약 문의가 많이 늘었다”며 “가나전이 있는 28일도 예약이 거의 다 찬 상태”라고 웃어보였다.

지역에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감염을 우려해 ‘집관’을 택한 시민들도 있다.

박현웅(33)씨는 “결혼 전이었다면 밖에서 경기를 시청했겠지만 어린 자녀가 코로나에 걸릴까 걱정돼 마음을 접었다”며 “대한민국이 승리해 아파트가 떠나갈 정도로 큰 함성 소리가 울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인예술시장 광장에서는 태극전사들의 승리를 기원하는 월드컵 특집 야시장이 열렸다. 광주 금호고등학교 축구부 학생들은 기숙사에서는 모교 선배인 김태환·나상호 선수의 선전을 위한 열띤 응원을 펼쳤다.
/박정석 기자 pjs@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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