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모임 “정부, 일본 눈치보기” 제기
시상식 3일 앞두고 수상 보류 통보
임재성 변호사 SNS통해 내용 알려
외교부 “대통령 재가…절차상 문제”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9월 2일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의 광주 집을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의 ‘2022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 수상이 시상식을 앞두고 돌연 취소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시민모임)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가 주관하는 ‘2022 대한민국 인권상’에 양금덕 할머니가 심사를 거쳐 최종 수상자로 선정돼 9일 오전 10시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 예정이었지만 보류 통보를 받았다.

당초 인권위는 리허설 등의 이유로 시상식 당일 오전 8시 30분까지 도착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가족들은 활동 영상과 사진 자료까지 요청해 전달했으며, 당일 광주송정역에서 출발하는 KTX 열차 예매까지 마쳤다.

문제는 인권위가 지난 6일 시상식을 3일 앞두고 수상 결정이 보류됐다고 일방 통보했다. 양 할머니에 대한 수상자 결정 안건이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시민모임이 인권위 등 상황 추이를 지켜보던 중, 지난 7일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활동을 해온 임재성 변호사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문제가 언론에 알려졌다.

임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제동원 문제로 30년 동안 싸워온 피해자에게 상을 주면 일본이 불편해할까봐, 현재 논의되는 강제동원 관련 한일협의에 변수가 생길까봐, 외교 쪽과 협의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모임도 양 할머니가 한일 간 갈등의 핵심 당사자라는 것이 부담이 돼 정부가 취소한 것은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시민모임은 지난 7일 외교부를 통해 보류결정 사유를 확인했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양금덕 할머니의 공적내용에는 30년 동안 일본정부와 미쓰비시의 책임을 묻기 위해 싸워 온 활동, 특히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배상 이행이 안되고 있는 현재 상황까지 더하고 뺀 것도 없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데, 혹여라도 한일 간 갈등의 핵심 당사자라는 것이 부담이 되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교부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의견을 제출한 것이 이번 인권상 수상 무산의 결정적 이유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며 “국무회의 최종 심의 과정에서 관련 부처 의견을 듣는 것은 통상적인 절차의 하나로, 결격사유가 있지 않는 한 이견 없이 통과되는 것이 관례다”고 설명했다.

이에 외교부는 “서훈 수여는 상훈법상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재가하는 사안이다”며 “양금덕 할머니의 인권상과 훈장 수여와 관련해 국무회의 등 사전협의가 없었다. 부처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의견을 제출한 것이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양 할머니는 초등학교 6학년 재학 중 ‘여자근로정신대’로 강제동원된 피해자로, 1992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첫 소송을 시작한 이래 올해 꼭 30년 동안 일제피해자 권리회복 운동에 기여해 온 대표적 인사다. 특히 2018년 대법원 승소했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이 법원의 배상 명령을 4년 넘도록 이행하지 않으면서, 한국 내 자산 강제매각 문제를 두고 한일 간 갈등의 한 축에 서 있다.
/박건우 기자 pgw@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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