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한복저고리 연상케 하는 우아한 자태 ‘감탄’
앞날개 기부 타원형 부분 선명
수컷, 암컷보다 세련되고 멋져
밤불 밝히면 나방들 군무 연상

 

 

사진-1 큰노랑애기가지나방애벌레(2013년 8월10일)
사진-2 큰노랑애기가지나방애벌레(2013년 8월31일)
사진-3 큰노랑애기가지나방 번데기
사진-4 큰노랑애기가지나방(2015년 5월18일, 추월산)
사진-5 큰노랑애기가지나방(2014년 8월9일, 벽송사)
사진-6 큰노랑애기가지나방(2016년 7월15일, 오도재)

한적한 숲길을 걷다보면 여러 종류의 나방을 만난다. 나방들은 야행성이 많아 주로 밤에 활동하는데 낮엔 나뭇잎이나 풀속에서 숨어서 쉬다 인기척에 놀라 날아 오른다. 멀리 날아가 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조금 날다 인근에 앉는 경우도 많다. 조심스럽게 접근하여 앵글에 담곤 하는데 노오란 한복 저고리를 연상케 하는 나방이 있다. 큰노랑애기가지나방 이야기다.

녹나무과의 생강나무를 먹고 사는 나방 애벌레는 여러 종류가 있다. 생강나무는 참나무 숲이나 소나무 숲 등 특별히 가리는 곳 없이 우리나라 산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른 봄 잎보다 먼저 노랗고 둥근 꽃망울을 터트려 봄을 알린다 하여 ‘봄의 전령사’라 부르는 나무다. 꽃이 피는 시기와 꽃의 색깔이 산수유와 비슷하기 때문에 혼동되는 경우도 많은데, 꽃잎이 4장인 산수유에 비해 생강나무는 5장의 꽃잎을 가졌고 줄기가 깨끗한 반면 산수유는 줄기가 벗겨져 지저분해 보인다.

또한 생강나무는 암그루와 수그루가 따로 있어, 모든 생강나무에서 열매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산수유는 암수한그루로 모든 나무에서 열매를 볼 수 있다. 방향성 정유를 함유하고 있는 생강나무는 잎이나 가지를 비비면 독특한 냄새가 나는데 , 그 냄새가 양념으로 쓰는 생강의 냄새와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노오란 꽃봉오리를 터뜨리는 생강나무, 그리고 곧 싱그러운 잎이 돋아난다. 풍성한 잎에는 어김없이 애벌레들이 나타나는데 4~5월에는 넓은띠큰가지나방 애벌레가 교묘히 몸을 숨기고 생강나무 잎을 먹는다. 여름이 되면 녀석들은 다 사라지고 큰노랑애기가지나방 애벌레가 보이기 시작한다. 머리에는 팔(八)자처럼 생긴 검은 선이 있고, 가슴과 배는 녹색이며 배 양옆 마디마다 붉은 무늬가 있는 녀석이다. 먹이식물인 생강나무가 많아 쉽게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거의 눈에 보이질 않는다. 7~9월까지 생강나무에서 보인다는 갈고리가지나방 애벌레 또한 지금껏 만나지 못하고 있다. 녀석은 갈색무늬로 잎 가장자리에 붙어서 잎을 먹기 때문에 마치 가장자리가 마른 것처럼 보여 찾아 내기가 어렵다 한다. 큰노랑애기가지나방 애벌레 또한 잎 가장자리를 가슴다리로 붙잡고 있어 거의 잎으로 보여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흔하게 보이는 생강나무를 볼 때마다 눈에 불을 켜고 큰노랑애기가지나방 애벌레와 갈고리가지나방 애벌레를 찾아 보았지만 결국 지금껏 만나지 못했다. 허운홍 선생께 부탁하여 애벌레와 번데기 사진을 구해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8월 유충시기를 지내고 나면 잎 위에 갈색 막을 치고 번데기가 되는데 이듬해 2월 우화한다.

큰노랑애기가지나방은 어떻게 생겼을까? 2014년 5월 18일, 담양 추월산 견양동 계곡에서 큰노랑애기가지나방을 처음 만났다. 노란색 나방 한 마리가 날아 올라 하얀 찔레꽃 바로 밑에 앉는다. 조심스럽게 접근하여 앵글에 담는다. 첫 느낌이 노란 한복 저고리와 너무 닮았다. 암컷이다. 2014년 8월 9일, 함양 벽송사에서 녀석을 다시 만났다. 앞날개 기부에 타원형으로 투명한 부분이 선명하다. 암컷보다 훨씬 세련되고 멋지다. 수컷이다. 낮에 나방을 앵글에 담기가 결코 쉽데 않은데 녀석들은 가만히 있어줘 고맙다. 밤에 불을 밝히면 큰노랑애기가지나방이 많이 찾아 온다. 먹이식물이 많아서 개체수가 상당한가 보다.

2016년 7월 15일, 함양 오도재에서 암컷을 다시 만났는데 날개 위쪽이 아닌 배 부분을 담을 수 있었다. 죽은 개체를 보거나 표본으로 된 경우가 아니면 힘들었을텐데…

눈도 많이 내리고 엄청 추운 겨울이지만 봄은 저만치서 오고 있을 것이다. 내년에는 꼭 큰노랑애기가지나방 애벌레와 눈맞춤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