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보자마자 ‘그물’ 연상 이름에도 ‘딱’ 붙었네
어떤 나방인지도 모르고 카메라 셔터에 담아
도감 통해 알아낸 나방 이름…기억하기 ‘굿’
이젠 애벌레 찾아 나섰지만 아직 발견 못해
뇌에 저장하고 올해는 기어코 만나볼 다짐

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117]그물애나방
 

 

사진-1 그물애나방애벌레(2018년 7월21일)
사진-2 곤방산 오르막길(2021년 8월14일)
사진-3 그물애나방 고치(2019년 10월10일)
사진-4 그물애나방(2020년 8월22일, 지리산유아숲체험원)
사진-5 그물애나방(2021년 8월14일, 곤방산)

뭔가 새로운 녀석을 만나길 기대하며 숲에 들어서지만 영 시원찮은 때가 참으로 많다. 흔히 하는 말로 기름값도 못했다거나 밥만 축냈다 표현하기도 한다. 매번 나갈때마다 반가운 녀석을 만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대박일 것이다. 비가 와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숲을 찾는다. 자주 보던 녀석들을 만나면 여전히 있어 줘서 고맙고, 생소한 녀석이나 처음 보는 애벌레를 만나면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다.

2020년 8월 22일, 함양에 있는 지리산유아숲체험원을 찾았다. 자주 다니던 오도재에서 삼봉산, 삼봉, 투구봉을 지나 이곳 유아숲체험원, 팔령재로 오면 좋겠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팔령재에서 올라 왔다. 느낌으로는 많은 곤충들이 있을 것 같았지만 거의 보이질 않는다. 검은다리밤나방 애벌레, 흔한 미국흰불나방 애벌레, 그리고 소요산뿔나방 등이 보일 뿐이다.

실망이 크지만 별로 마음 쓰지 않는다. 이런 날들이 많으니 말이다. 시원한 물 한모금 마시며 두리번 거리다 보니 눈에 확 들어오는 녀석이 있다. 적갈색 바탕에 은백색 무늬가 날개 1/3 부근 안쪽과 시정부에 복잡하게 있다. 마치 그물무늬같다. 날개 끝 부근에는 검은색 줄무늬가 있고 외연에 검은색 점줄 무늬가 인상적인 나방 한 마리가 눈을 시원하게 해 준다. 어떤 나방인지 이름은 당연히 모른다. 그래도 처음 보는 녀석을 멋지게 담았다는 사실만으로 즐거울 뿐이다.

집에 돌아와 사진 정리하면서 최근에 나온 도감을 찾아보니 그물애나방이다. 첫 느낌이 그물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 이름에 그물이 들어가 있다. 다음에 만나도 쉽게 기억할 듯 하다. 흰색 바탕에 적갈색 그물무늬가 복잡하게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보는 사람의 느낌이 아닐까 한다.

2021년 8월 14일, 곡성 곤방산에서 그물애나방을 다시 만났다. 전날 순천만 용산전망대 일몰을 담으려는 후배와 만났는데 많은 비가 내려 포기하고 오랜만에 소주 한잔으로 회포를 풀었다. 그냥 광주로 돌아오려니 뭔가 아쉽다. 다행히 비도 그치고 있어 곤방산으로 들어선다. 비 개인 숲속엔 아무도 없다. 길게 뻗어 있는 구불구불한 임도 주변엔 제법 애벌레들이 보인다. 반사경에 비친 내 모습도 담아보며 혼자서도 참 잘 논다 생각하며 발길을 옮기는데 눈에 익은 녀석이 보인다. 참나무 잎에 다소곳이 붙어 있는 그물애나방이다. 오랜 친구를 만난것처럼 반갑다. 쉽게 녀석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그물애나방은 황갈색형과 회백색형이 있는데 그물무늬의 색상이 조금 다르다. 필자가 본 그물애나방은 모두 황갈색형이다.

지리산 자락과 곤방산에서 만난 그물애나방. 어른벌레가 있으면 분명 애벌레도 있을텐데 무엇을 먹으며 어떻게 생겼을까? 그물애나방을 본 후 애벌레를 애타게 찾아 봤지만 내 눈에는 보이질 않는다. 가래나무과의 가래나무와 굴피나무잎을 먹고 사는 녀석이라 먹이도 여기 저기 충분하여 찾기 쉬울텐데 지금껏 찾지 못하고 있다.

2021년 5월, 허운홍 선생께서 나방애벌레 도감3을 내셨는데 거기에 녀석이 실려 있다. 애벌레 사진과 고치 사진을 부탁하니 기꺼이 보내 주신다. 유충 머리에 작고 검은 점이 있으며 몸은 통통하고 녹색, 배 윗면 양쪽에 미색 줄무늬가 있고 자홍색 선점 무늬가 있는 개체도 있고 없는 개체도 있다. 보트를 엎은 것과 같은 모양으로 노란색에 갈색 줄무늬가 있는 고치를 틀고 번데기가 되어 1주일이 지나면 우화한다. 유충시기는 7월, 9~10월이며 7~8월, 이듬해 3월 우화한다. 애벌레의 모습을 뇌 깊숙이 저장해 두었으니 올해는 꼭 만나볼 생각이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잘 기억해 두었다 숲에서 찾아 보시는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을 것이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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