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벌레는 찾아보기 힘든 흰점과 갈색무늬 조화
느릅·신갈나무 등 참나무류 먹이 주로 습생
자신 특징 따라 지어진 이름 기억하기 ‘수월’
먹이 많아 애벌레는 많지만 어른벌레는 희귀
자료 정리에 고충 많지만 주변 도움으로 극복

 

 

사진-1 감자란(2020년 5월 12일, 대원사)
사진-2 흰점갈색나방애벌레(2018년 4월25일, 용추폭포)
사진-3 흰점갈색가지나방애벌레(2020년 5월12일, 대원사)
사진-4 흰점갈색가지나방애벌레(2020년 5월12일, 대원사)
사진-5 흰점갈색가지나방(2013년 11월 20일)

다사다난했던 검은호랑이해가 지고 토끼해 계묘년이 밝았다.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은 뜯기지도 않고 통째로 사라져 간다. 하루가 가고, 한 주가 가고, 한 달이 가고, 한 해가 가는 것은 단지 숫자의 변함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각 개인의 하는 일에 따라 다르겠지만 항상 같은 일을 반복하며 인생의 길을 걸어 간다. 천수를 누리며 하고 싶은 모든 일을 다 해보고 후회없는 삶을 살고자 하는 소망은 누구에게나 최고의 바램이겠으나 결코 쉽지 않은 것 같다.

무한한 우주 가운데 아주 조그마한 지구에서 살고 있는 우리, 그리고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생물들을 보면서 이것도 대단한 인연이라 생각해 본다. 애벌레들을 찾아 나설 때 물론 목적은 있지만 어떤 녀석을 만날지는 전혀 모른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오는 녀석들이 그저 반가울 뿐이다.

2018년 4월 25일, 여느 때와 별반 다를게 없이 용추폭포 가는 길을 찾았다. 인근에서 가장 애벌레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수원지를 따라 올라가다 반가운 녀석을 만났다. 몸은 황갈색이고 여기에 흰 줄무늬가 여럿 있다. 그 사이에 갈색 줄무늬들이 보인다. 숨구멍 옆에는 작은 흰색과 검은색 무늬가 도드라져 있다. 배 끝에 한쌍의 붉은 색 돌기가 앙증맞다. 흰점갈색가지나방 애벌레다. 난티나무, 느릅나무, 신갈나무 등 여러 참나무류를 먹고 산다. 녀석은 참나무류에 있었다. 보통 5월에 주로 보이는데 좀 일찍 나온 것 같다. 거의 종령에 가까운걸로 보이니 말이다.

2020년 5월 12일, 보성 대원사에서 흰점갈색가지나방 애벌레를 다시 만났다. 멋진 감자난 꽃을 만나기 위해 나선 길에서다. 감자난은 산의 숲속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인데 땅속의 감자처럼 생긴 헛비늘줄기에서 1~2장의 피침형 또는 긴 타원형 잎이 나와 비스듬히 자란다. 5~6월에 30~50cm의 꽃줄기가 나와 황갈색의 꽃이 피는데 상당히 멋지다. 내려오는 길, 단풍나무잎을 열심히 먹고 있는 흰점갈색가지나방 애벌레를 만났다. 지난 4월 한번 본적이 있어 금방 이름을 알 수 있었다. 몇 가지 동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특징이 있으면 좋은데 아리송한 경우가 훨씬 많다. 이런 녀석들은 미동정 종으로 따로 모아 두고 요즘같은 겨울철에 집중적으로 보곤 한다. 하지만 이런 작업이 더 힘들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이름을 붙여 가고 있는데 더디기만 하다.

여러 종류의 나무을 먹고 사는 흰점갈색가지나방 애벌레, 먹이가 많으니 애벌레는 여기 저기서 보인다. 하지만 어른벌레는 보기가 힘들다. 흔한 종 이었으면 저장되어 있을텐데 아무리 뒤져도 없다. 다 자란 애벌레는 흙속에 들어가 고치를 만들고 번데기가 되어 늦은 가을인 11월에 우화한다. 어른벌레 사진은 허운홍 선생께 부탁하여 받은 것이다. 어른벌레 앞날개 끝 가까이에 작고 흰 점무늬가 있고, 외횡선과 내횡선은 거의 평행하며 뚜렷하다.

애벌레나 어른벌레 모두 작고 흰 점무늬가 있으며 갈색이 있어 이름도 흰점갈색가지나방인가 보다. 이렇게 특징이 이름에 들어가 있으면 기억하기가 조금은 수월하다. 앞으로는 국명을 지을 때 이런 요소를 반영하여 주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12월 중순, 정든 고향을 떠나 충남 아산으로 이사를 했다.

낯선 곳이지만 이곳에는 어떤 녀석들이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새순이 돋는 봄이 빨리 오면 좋겠다. 나무들이 봄을 준비하며 겨울눈을 키우고 있는 요즘은 주변 산들의 식생을 파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올 한해는 이곳의 멋진 녀석들을 독자 여러분께 소개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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