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속에는 애벌레 많아
갈참나무 수액 곤충들 먹이
꽃무늬나방 먹이도 갈참나무
머리·앞가슴 검은색…몸은 통통
흙·낙엽 사이에 고치 틀고 번데기
한달 후면 ‘나름’ 멋진 나방 변신

검은사선 5줄·주홍색 줄무늬 ‘꽃무늬’ 같지 않은 ‘꽃무늬’

꽃무늬나방 고치(2016년 5월 25일)
꽃무늬나방 애벌레(2016년 5월 5일)
꽃무늬나방(2020년 7월 21일, 백운산)
꽃무늬나방(2020년7월21일, 백운산)
갈참나무(2014년 10월 11일, 신선봉)

갈잎 참나무속에는 갈참, 굴참, 졸참, 신갈, 떡갈, 상수리나무 6형제가 있다. 숲에 들어가면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나무들이다. 장난감이 없던 어린 시절엔 좋은 놀이감이 되어주었고, 주린 배를 채워 주기도 했고, 숲속 동물들의 먹이식물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나무들이다. 요즘 빈번하게 발생하는 화재에도 강하고 숲의 천이단계에서 극상림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참나무속의 나무들은 나방 애벌레에게도 중요한 먹이식물이다. 참나무속 나무들에서 관찰되는 애벌레가 가장 많다.

참나무속 나무중 갈참나무는 낮은 지형에 비옥하고 수분이 많은 땅에서 군락을 이룬다. 이런 땅은 사람들이 농사를 짓는 땅으로 개간하여 밭을 만들어 이용하면서 갈참나무의 군락이 사라지고 있다. 또한 갈참나무의 수액은 곤충들이 좋아하는데 상수리와 더불어 가을에 인간들에게 도토리를 제공한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흉년에 도토리가 많이 달린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참나무 꽃이 피는 5월에 비가 많이 내리면 물이 풍부하여 풍년이 드는데 참나무는 비가 내려 꽃가루받이를 못해 도토리가 달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잎이나 각두 그리고 열매를 보면서 참나무 형제들을 구분해 보는것도 재미가 있다.

2020년 7월 21일, 광양 백운산에서 멋진 나방을 만났다. 앞날개는 연한 황갈색이며 검은 사선이 5개 있다. 아래쪽에는 주홍색 줄무늬가 어우러져 있는 나방이다. 처음 보는 녀석인데 제법 멋있다. 다행히 김상수 저자와 함께 해서 녀석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꽃무늬같지는 않았지만 꽃무늬나방이란다. 백두대간의 끝트머리에 있는 백운산은 제법 나방들이 관찰된다. 금빛노랑불나방, 배버들나방, 멧누에나방, 나무껍질나방 애벌레 등 몇 종을 관찰할 수 있었다. 광양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숲해설가, 자연환경해설사, 유아숲해설가 등과 함께 다양한 녀석들을 보며 정보를 공유한 시간들이 참으로 유익하다.

혹나방과(Nolidae) 푸른나방아과에 속하는 꽃무늬나방의 애벌레는 어떻게 생겼을까?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쉽게 볼 수 있는 참나무중 갈참나무를 먹고 사는 꽃무늬나방 애벌레, 수이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내눈에는 보이질 않는다. 애벌레는 있는데 어른벌레가 없는 종, 어른벌레는 있는데 애벌레가 없는 종들이 아직도 엄청나게 많다. 아직 짝지우지 못한 녀석들을 빨리 찾아서 정리해야 하는데 마음만 급하다.

유충시기가 5월인 꽃무늬나방 애벌레는 머리와 앞가슴은 검은색이다. 몸은 통통하고, 흑갈색과 흰색 줄이 교대로 있으며 긴 털이 있다. 광양 백운산에서 꽃무늬나방이 관찰되면 분명 애벌레도 있다는 것인데 결국 찾지 못하고 허운홍 선생께서 보내 주신 사진으로 대신한다. 다 자란 애벌레는 흙과 낙엽 사이에 고치를 틀고 번데기가 되어 한 달이 지나면 우화한다.

겨울엔 애벌레도 안 보인다. 그래서 주로 자료를 정리하면서 올해 중점적으로 찾아 봐야 할 대상들을 미리 정해둔다. 계획대로 되길 기대하고 또한 전혀 새로운 종들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변의 산들을 돌아보면서 식생을 파악하고 있는데 광주인근과 특별히 다른 점은 못 느끼겠다. 서산이나 태안쪽은 아직 가보지 못했는데 그곳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식생지도를 만들고 애벌레가 서식하기 좋은 곳을 물색해 두면 올 봄과 여름에 더 많은 녀석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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