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노란색에 점박이 애벌레서 풍기는 ‘봄 기운’
달걀형 겨울눈에 갈색별 모양 털
잔가지에도 털 수북한 ‘찰피나무’
많은 꿀 채취 가능 양봉농가 선호
푸른저녁나방 애벌레, 먹이 먹다
들키면 머리를 가슴쪽으로 밀어
무무에 수피 뜯어 붙여 번데기화
이름과 달리 어른벌레는 연두색

 

 

푸른저녁나방
찰피나무(2023년 3월 4일, 태조산)
찰피나무(2014년 6월 8일, 연기암)

정들었던 고향을 떠나 충청도 아산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개월째다. 아직 모든게 생소하지만 부지런히 이곳 저곳 주변의 산들을 돌아다닌다. 미리 식생을 파악해 놓아야 봄이되면 어떤 애벌레들이 사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하게 다른 생태적 변화를 찾을 수 없다. 아직 서산이나 태안쪽의 산들은 가 보질 못했으나 그곳은 다를 것이라 생각해 본다.

지난 3월 4일, 천안의 태조산을 찾았다. 천안의 진산으로 고려 태조 왕건이 삼국을 통일하기 위하여 친히 산에 올라 오룡쟁주 형국을 살핀 후 비로소 천안부를 설치하였다 하여 이름 붙여진 산이 태조산이다. 해발421m로 그리 높지 않아많은 시민들이 찾아온다. 어릴적 살던 시골의 뒷산처럼 느껴진다. 슬렁 슬렁 정상에 올라 천안시내를 눈에 담고 내려오는 길, 색다른 나무가 눈에 확 들어온다. 달걀형의 겨울눈에 갈색 별 모양의 털이 빽빽이 나 있다. 잔가지에도 털이 많다. 수피만으로는 어떤 나무인지 쉽게 구별하기가 힘들지만 겨울눈을 보니 피나무과의 찰피나무다. 주변을 살펴보니 10여 그루가 넘는다. 꿀이 많고 그래서 꿀벌들이 많이 찾는 유망한 밀원나무로 양봉농가들이 좋아한다.
 

푸른저녁나방애벌레(2019년 8월 8일 뱀사골)
푸른저녁나방애벌레(2019년 8월 8일 뱀사골)

2014년 6월 8일, 지리산 화엄사의 연기암을 찾았다. 찰피나무가 꽃을 피우려 한다. 활짝 개화하면 수많은 벌들과 나비들이 찾아 올 것이다. 어긋나고 둥근 달걀형으로 끝이 뾰족하며 심장저인 커다란 잎은 먹이감으로 더 없이 좋을 것 같은데 찰피나무 잎을 먹고 사는 애벌레는 없을까 궁금해진다.

단식성으로는 푸른저녁나방애벌레, 협식성은 붉은잎밤나방, 은빛밤나방 애벌레가 있고 광식성으로는 그물무늬창나방 애벌레등이 있다. 틈틈이 도감을 보면서 애벌레와 어른벌레를 눈에 익히고 산을 다니며 녀석들을 찾아보지만 쉽게 보이질 않는다.

2019년 8월 8일, 허운홍 선생과 함께 한 뱀사골에서 드디어 푸른저녁나방 애벌레를 만났다. 커다란 찰피나무잎 뒤에 멋진 녀석이 붙어 있다. 노란색에 검은 점들이 선명하게 나 있어 바로 눈에 들어온다. 잎 뒤에 붙어서 먹으며 방해를 받으면 머리를 가슴 쪽을 만다. 얼굴을 보이지 않는 녀석이 조금은 귀엽다. 3일후 다시 그곳에서 푸른저녁나방 애벌레를 만났는데 녀석은 흔쾌히 얼굴을 보여준다.

푸른저녁나방애벌레(2019월 8월11일 뱀사골)

노란 바탕에 검은 무늬가 듬성 듬성 있다. 7~8월이면 푸른저녁나방 애벌레를 만날 수 있는데 유충길이는 35㎜ 정도다. 뱀사골에서 만났던 애벌레들은 거의 종령으로 보였는데 어떻게 번데기가 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허운홍 선생께서 사육하면서 관찰한 바에 의하면 마분지 조각 속에 들어가 종이를 뜯어서 입구를 붙이고 번데기가 되었다고 한다. 자연상태에서는 무무에 수피를 뜯어 붙이고 번데기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번데기가 된지 15일이 지나면 우화한다. 7월에 관찰된 녀석은 8월, 8월에 관찰된 애벌레는 이듬해 4월 우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푸른저녁나방 어른벌레는 어떻게 생겼을까?

앞날개 내횡선 안쪽과 전연부와 후연부 중앙이 연두색을 띤다. 푸른빛을 띠어 푸른저녁나방이라 이름붙여졌을거라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연두저녁나방이라 명명했으면 기억하기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푸른저녁나방 사진은 허운홍 선생도 사육하여 우화시킨 녀석이다. 피나무과 피나무속에는 피나무를 비롯하여 섬피나무등 우리나라에 9가지가 자란다. 하지만 변이가 아주 심하고 모양도 비슷하여 구별하기가 힘들다. 아직 새순이 돋지 않았지만 겨울눈을 보고 찰피나무와 피나무를 구별해 보는것도 재미있다. 찰피나무는 털이 밀생하고 피나무는 털이 없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겨울눈을 보고 어떤 나무인지 알 수 있으면 산을 찾을 때 더욱 즐겁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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